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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당한 성전환 천재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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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 린 콘웨이 (1938~2024)



아이비엠(IBM)에서 활약하던 남성 로버트 콘웨이와 제록스의 팰로앨토 리서치센터(PARC)에서 일하던 여성 린 콘웨이 교수는 같은 사람이었지만 세상은 몰랐다.



1938년 1월2일에 태어나 로버트 콘웨이라는 남자아이로 자랐다. 컴퓨터 과학자가 되어 유명한 컴퓨터 회사 아이비엠에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960년대 후반에 그가 생각해낸 명령어의 동적 스케줄링(DIS) 방식 덕분에 컴퓨터의 처리 속도가 한결 빨라졌다고 한다. 오늘날 사용되는 시피유(CPU) 설계의 기초가 되었다.



1968년에 성전환을 했다. 린 콘웨이라는 여성으로 살기로 한다. 아이비엠에서 해고당했고, 업계에서 경력이 끊겼다. 그런 시대였다. 그의 업적은 컴퓨터 역사에서 계속 입에 올랐지만, 그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한동안 역사에서 지워진 셈이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성 린 콘웨이는 제록스의 리서치센터에 들어간다. 우리가 오늘날 익숙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나 마우스 같은 핵심 기술이 태어난 연구소다. 1970년대에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설계 방법을 쉽게 만들었다. 이 방법 덕분에 소수의 전문가만 할 수 있던 반도체 칩 설계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되었다. 콘웨이는 대학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칩을 설계하게 했고, 이 방식이 미국에서 널리 퍼졌다.



1985년부터 미시간대학의 교수가 됐다. 그러나 자신이 누구인지 수십년 동안 밝히지 못했다. “아우팅되어 커리어를 잃을까 두렵다.” 성전환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린 콘웨이로 새로 쌓은 경력도 로버트 콘웨이처럼 끊길까 두려웠다고 한다.



교수를 그만둔 이듬해인 1999년, 자기가 명령어의 동적 스케줄링 방식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로버트 콘웨이의 이름이 그제야 역사에 다시 들어왔다. 2000년부터 트랜스젠더 운동을 했다. 개인 누리집을 만들어 성전환 과정과 직장 차별 문제를 알렸다. 컴퓨터 과학에 기여한 공으로 2009년부터 여러 상을 받았다. 2020년에 아이비엠이 1968년의 해고에 대해 공개 사과한다. 2024년에 세상을 떠났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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