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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세종청사·항만까지 노출···'안티드론' 구축률 10%도 안 돼

서울경제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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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공백, 하늘도 뚫렸다] 上- 드론 위협에 무방비
국가중요시설 543곳 대비 역부족
부산항선 중국인이 美항모 촬영도
현 대응 체계는 구형 시스템 한계
'제어권 탈취' 등 신기술 도입하고
법제도·거버넌스 정비 힘 모아야


드론을 이용한 불법 촬영과 기술 유출, 테러 위협에 대한 경고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우리나라 주요 기반 시설 대부분은 여전히 대드론(안티드론)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국가 중요 시설 보호를 위해 개별 대응을 넘어선 종합 방호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와 일부 원자력·화력발전소, 인천·김포국제공항, 국가정보원 등 극소수 시설을 제외한 가·나·다급 국가 중요 시설 543곳 가운데 안티 드론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 한 차례의 타격만으로도 국가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국회의사당과 정부세종·서울·과천·대전청사, 부산항을 제외한 4대 항만(인천·여수광양·울산) 등 핵심 국가 중요 시설 ‘가급’ 역시 여전히 시스템 도입이 진행 중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가 중요 시설을 불법 드론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실제 대응은 지지부진했다. 2018년 2월 정부세종청사 상공에 불법 드론이 출몰해 군과 경찰이 출동했으나 조종자를 검거하지 못한 사건을 계기로 안티 드론 체계 구축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이후 2019년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시작으로 드론 테러 대비 체계 마련이 수차례 추진됐지만 실질적인 도입은 2023년에 이르러서야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해 3월 271억 원을 투입해 국가 중요 시설 17곳에 안티 드론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정부 주도의 일괄 사업이 아니라 각 시설이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예산 부담을 이유로 구축 일정이 잇따라 지연되면서 대응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대응 체계 도입이 미진한 탓에 최근까지도 국가 중요 시설을 상대로 한 외국인의 드론 불법 촬영 행각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6월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부산항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불법 촬영하다 체포됐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국정원 청사를 드론으로 촬영하던 중국인 남성이 검거됐다. 우리나라 국방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안보를 유지해야 할 군공항에서도 지난해 총 15건의 불법 드론이 발견돼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불법 드론 대응 체계의 경우 대부분 ‘재밍’이나 ‘스푸핑’ 등 구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재밍은 드론과 조종자 사이의 무선 신호에 간섭을 가해 통신을 차단,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이다. 스푸핑은 불법 드론에 실제 좌표가 아닌 임의의 좌표를 강제 주입해 조종자가 드론 제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원리를 사용한다. 두 기술 모두 드론을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방사형’이기 때문에 범위 내의 전자기기에 영향을 준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또한 드론이 제어권을 상실하고 중요 시설에 불시착할 가능성도 있다. 즉 공항이나 원전·항만 등 전파 민감 시설이나 정부청사와 같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운용 중인 시스템은 드론 기기 자체에만 대응하는 구조여서 실제로 검거해야 할 조종자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군 공항에서 발생한 불법 드론 탐지·신고 건수는 총 42건이었지만 조종자가 검거된 사례는 4건에 불과했다.

드론 대응 장비를 일부 갖춘 군 공항조차 조종자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기술(IT) 기업 데이터센터나 주요 정보통신 시설, 철강·조선·자동차·정유 등 국가 산업의 핵심 기반 시설에 불법 드론이 접근할 경우 이를 차단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 인파가 밀집하는 스포츠경기장 등 국가 중요 시설로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공간 역시 기술 유출이나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불법 드론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신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어권 탈취’ 기술이 대표적이다. 제어권 탈취 기술을 사용하면 불법 드론을 해킹해 드론의 조종권을 가져올 수 있으며 불시착 우려 없이 안전한 장소에 착륙까지 시킬 수 있다. 여기에 조종자의 실시간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어 검거까지도 용이하게 이어질 수 있는 기술이다. 불법 드론 기체만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인근에 있는 전자기기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없어 대부분 시설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경주 APEC 2025 현장에서 실전 투입된 ‘불법드론 지능형 대응기술개발’ 사업을 총괄한 탁태우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요 기반시설을 겨냥한 드론 위협이 이미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음에도 불법 드론을 평화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안티드론 시스템’ 원천기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탁 연구원은 이어 “보안과 안보는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각종 사건과 선례가 있었음에도 그동안 시스템과 대응 체계를 구축할 추진력이 부족했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안티드론 시스템 구축을 위한 법·제도 정비와 거버넌스 확립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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