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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한국의 주류(主流)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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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이 주류로, 보수는 비주류로
이혜훈 정권 가담은 변화의 상징 사례
국힘 각성 못하면 전체 보수의 궤멸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인사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인사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2026년 새해 첫날에 보는 건 흐름이 완연히 바뀐 세상이다. 기적 같은 산업화의 대서사를 쓰고 이 자부심으로 한국정치의 확고한 주류를 자임해온 보수가 변방으로 밀려난 흐름이다. 오랜 세월 보수는 대하의 도도한 본류이되 진보는 본류의 건강성을 유지케 하는 지류 역할이었다. 이게 국가의 안정과 변화를 적절히 조합하는 이상적 균형모델로도 여겨졌다. 이 틀이 깨졌다.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세력이 본류가 됐다. 한국현대사의 대전환이다.

보수진영이 마냥 현상유지에나 자족해온 결과이나 결정적 계기는 역시 윤석열이다. 김건희류의 기막힌 권력사유화를 넘어 국가 법체계까지 사유하려든 계엄망동이 보수에 대한 일말의 믿음조차 뭉개버렸다. 거기까지였으면 윤 개인의 일탈로 양해될 수도 있었다. 정신 나간 윤어게인은 보수진영의 수질이 정화 불가능한 최하 수준의 오염수임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러면 수원(水源)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게 주류교체다.

과거 손학규, 김문수 등 중진 진보정치인 여럿이 보수로 옮아갔으나 그 반대쪽은 드물었다. 비주류의 좁은 입지 때문일 것이다. 세밑에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은 출신 학벌 경력과 서울강남 기반의 정치행적에서 보듯 ‘찐’보수 중진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주저 없이 진보정권에 가담한 건 주류교체 측면에서 대단히 상징적이다.

여기서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테크닉은 인정 않을 도리가 없다. 이혜훈 정도의 경력은 숱할진대 굳이 그를 선택함으로써 실용주의 인사, 중도보수 확장, 진영 넘는 광폭정치인이란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었다. 지난 연말 내란청산확대 언명에 내란재판부법 허위조작정보근절법 등의 입법강행으로 초래한 ‘역시나 정파적 강성인물’이란 탄식도 일거에 잠재웠다. 보수인사를 상시 인재풀에 넣음으로써 신주류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보수진영 전체에 지진과도 같은 충격파를 던졌다. 앞으로 여타 보수인재들도 속속 진보정권에서의 입신을 도모하려 들 것이다. 화합정치 명분으로도 초진영적 인사만 한 게 어디 있나.

물론 주류교체는 아직 잠정적이다. 사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념에서 큰 차이 없되 비민주성, 비도덕성, 정의·공정 불감증 등의 정치행태에선 완전히 같다. 그러므로 현재로선 주도적 정치세력의 이동에 가깝다. 그래도 의미가 큰 건 인재와 사회경제적 자원 흡수, 가치의 장악 등을 통한 입지 다지기를 거쳐 완전한 기득권 교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 민주당 20년 집권론은 섣불렀지만 보수궤멸 상태인 지금엔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진보세력의 주류화 자체가 문제일 리는 없다. 핵심은 견제 없는 주류다. 보수진영은 민주당의 압도적 힘과 이 대통령의 현란한 개인기에 최소한의 견제능력조차 잃어가고 있다. 보수정권들의 전비(前非)가 어떻든 자율, 법치, 안정, 성장 등은 원래 보수가 상대적으로 우위인 가치다. 이 정권의 교묘한 역할분담식 입법·사법 농단을 겪으며 더 중요해지는 것들이다. 나아가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불변의 민주정 작동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비민주적 독점체제에서 국가발전은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더욱이 변혁의 흐름이 급할수록 완급조절과 평형유지의 버팀목으로서 보수정신은 결코 포기해선 안 될 귀한 가치다.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미망에서 벗어날 일이다. 기득권 주류정당은 민주당이고 국민의힘은 영남, 특히 TK토착세력에나 기댄 비주류 지역당이다. 그러니 다 버리라. 당장 시대착오적인 현 지도부를 모두 들어내고 재창당 수준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6월 지방선거 뒤에는 존재감조차 잃을 것이다. 그럼 보수층 국민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

이준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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