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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영포티’ 노경은-김진성 신년 인터뷰 “후배들에겐 의지를, 40대에겐 희망을”

중앙일보 고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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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포티’라는 신조어가 화두다. 어리다는 뜻의 ‘young’과 마흔 나이를 의미하는 ‘forty’가 합쳐진 단어로, 처음에는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40대를 일컬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포티는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게 된다. 온라인상에서 과도한 젊은 척과 불필요한 소비를 뽐내려는 40대를 조롱할 때 영포티가 곧잘 쓰이곤 한다.

그러나 프로야구에는 허울만 번지르르하지 않고, 내실로 꽉 찬 ‘진짜 영포티’ 형님들이 있다. 바로 SSG 랜더스 노경은(42)과 LG 트윈스 김진성(41)이다. 평균 은퇴 나이를 훌쩍 넘겼음에도 여전히 30대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는 두 베테랑을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KBO리그 대표 ‘아저씨’ 선수들은 새해를 맞아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의지를 전해주고 싶다. 또, 우리와 같은 40대 동년배에겐 ‘여전히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희망찬 메시지를 전했다.

노경은과 김진성은 각각 1984년생과 1985년생으로 올해 데뷔를 앞둔 2007년생 고졸 신인들과는 두 바퀴 띠동갑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러나 둘의 성적은 40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반짝 빛난다. 먼저 노경은은 올해 77경기에서 35홀드 평균자책점 2.14로 역투했다. 전체 홀드 1위로 지난해 자신이 쓴 최고령 홀드왕 기록을 1년 늘렸다. 노경은은 “(김)진성이가 홀드왕 자리를 마지막까지 쫓아왔다. 하마터면 타이틀을 빼앗길 뻔했다”고 웃었다.

이를 곁에서 들으며 “이번 연말에는 시상식에서 정장 좀 입어보나 했다. 그러나 (노)경은이 형이 좀처럼 양보하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떤 김진성의 기록도 만만치 않다. 78경기에서 6승 33홀드를 수확해 LG 통합우승의 밑거름을 놓았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선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40세7개월20일)도 썼다.

둘의 인연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98년. 노경은이 있던 성남중으로 김진성이 입학하면서 한솥밥을 먹었다. 노경은은 “지금은 진성이 키(1m86㎝)가 크지만 그때는 정말 작은 체구였다. 매일 멀뚱멀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안짱다리로 귀엽게 걷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웃었다.


홀드상 노경은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KBO리그 투수부문 홀드상을 수상한 SSG의 노경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1.24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홀드상 노경은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KBO리그 투수부문 홀드상을 수상한 SSG의 노경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1.24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후배의 기억도 또렷했다. 김진성은 “형은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서울에서 유명한 투수였다. 공을 잘 던지기로 소문이 나서 형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신기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형은 그 어릴 적에도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했다. 매번 경기가 끝나면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적어서 메모처럼 나눠줬다. 보강운동 자료였다. 마사지 베드도 없던 시절 혼자 테이블 두 개를 붙여놓고는 누워서 온몸을 풀고, 유연성을 길렀던 선구자였다”고 했다.

둘은 프로에선 서로 엇갈린 길을 걸었다. 노경은은 두산 베어스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활약한 반면, 김진성은 팔꿈치 부상 여파로 오랜 기간 무명의 설움을 겪었다. 그러나 2012년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금세 필승조로 올라섰다. 이 사이 노경은은 2016년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대전=뉴스1) 김도우 기자 =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말 LG 구원투수 김진성이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2025.10.29/뉴스1

(대전=뉴스1) 김도우 기자 =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말 LG 구원투수 김진성이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2025.10.29/뉴스1


이제야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나 싶었던 30대 중반. 둘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2021년 말, 노경은과 김진성은 방출 통보를 받았다. 절체절명의 은퇴 위기. 노경은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이었다. 나와 구단이 각자 원하는 방향이 서로 달랐다”면서도 “진성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새 둥지를 찾기 위해 발버둥쳤다”고 했다.


입단 테스트를 보고, 단장들에게 직접 전화하며 살 길을 찾은 노경은과 김진성은 각각 SSG와 LG의 부름을 받았다. 전화위복. 이후 노경은은 마흔 넘은 나이에도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며 최고령 홀드왕이 됐다. 또, 최근 발표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차 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진성 역시 상대 타자를 요리하는 결정적 포크볼로 야구 인생을 새로 열었다.


김진성은 “힘듦과 고통 뒤에는 성공이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NC에서 방출되고 나서는 지금의 모습을 그리지도 못했다”면서 “지금도 어디에선가 힘들어 할 후배들에게 의지가 되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결국에는 ‘나의 시간이 온다’는 마음으로 기다려달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내년 3월 WBC에서 역대 최고령 국가대표를 꿈꾸는 노경은은 “40대가 되고 나서 새로 느끼고 있다. 오히려 지금 나이가 더 좋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와 같은 40대 아저씨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계속 활약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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