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해인(수녀)
2026년 병오년 첫날을 맞아서 '시'로 사람의 마음을 만져온 분이죠. 또 기도로 사람의 곁을 지켜온 분, 이해인 수녀님 첫 인터뷰로 만나보려고 합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올 한 해는 어떻게 살아야 덜 미워하고 조금 더 사랑하고 더 단단해질 수 있을지 새해 첫 시간 이분과 함께 해보죠. 이해인 수녀님 불러봅니다. 수녀님, 안녕하세요.
◆ 이해인> 네, 안녕하세요. 부산에서 인사드립니다.
◇ 김현정>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금은 어디 계세요?
◆ 이해인> 부산 광안리 푸른 바다가 보이는 소나무 숲이 많이 있는 그런 수녀원에 있어요, 본원에. 광안리 본원에.
◇ 김현정> 그냥 광안리라는 단어만 들어도 저는 막 가슴이 설레네요.
◆ 이해인> 한번 놀러 오세요, 빈말이 아니고. (웃음)
◇ 김현정> 그래야겠습니다. 1월 1일 새해를 맞고 있는데 지난해 회상해 보면 2025년은 수녀님께는 어떤 해였습니까?
◆ 이해인> 제가 수도원에 온 지, 그러니까 49년 그러니까 반세기를 바라보는 그런 해고 그래서 제가 그 재정립하는 뜻에서 저 자신이 굉장히 더 새롭게 고맙게 기쁘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이 들고 또 더 많이 이웃과 친지를 좀 챙겨주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좀 아쉬움이 있다면 제 자신의 어떤 마음 수련, 마음 공부를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새해에는 좀 더 우리말 공부도 좀 더 열심히 하고 더 잠심을 하는 그런 수도자가 돼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2025년은 저에게 좀 후회가 적은 그런 한 해가 되고 열심히 살았다고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누구나 이제 첫날이 되면 난 올해는 이렇게 살 거야. 다짐을 하게 되는데 우리 이해인 수녀님의 새해 다짐, 새해 결심은 어떤 거세요?
◆ 이해인> 인생 여정이 이렇게 지상에서 짧아지니까 짧아질수록 더 결심도 짧아지는 것 같아요, 간단하고. 그냥 저는 두 마디로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자. 그렇게 정했어요.
◇ 김현정>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자.
◆ 이해인> 자꾸 다른 사람이 나한테 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는 거를 경계해야 될 것 같아서 남이 해주기를 바라는 건 내가 먼저 하면 되지, 뭐. 이러면서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자. 먼저 감사하자. 그렇게 정하고 싶어요.
◇ 김현정> 누구나 저쪽에서 나에게 하는 것 대하는 것에 비례해서 하기 마련이거든요. 안 그러면 약간 손해 보는 느낌도 들고 막 이러는데 재지 말자.
◆ 이해인> 맞아요. 수도자이기 때문에 좀 손해 볼 생각하고.
◇ 김현정> 좋은 말씀입니다. 먼저 웃고 먼저 사랑하자. 제가 오늘 인터뷰 준비하면서 14년 전에 우리 이해인 수녀님과 했던 인터뷰를 다시 한 번 찾아봤어요. 그래서 제가 그때 이런 질문 드렸더라고요. 수녀님 요새는 어떤 기도 많이 하세요? 그랬더니 수녀님께서 공동체를 위한 기도합니다. 그러셨어요. 나라를 위해서 많이 기도하게 되고 여러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게 됩니다. 그러셨는데, 글쎄 요즘은 어떤 기도 많이 하세요?
◆ 이해인> 오늘도 아침 신문을 이렇게 보게 됐는데 이게 이렇게 보자마자 항상 이렇게 평화가 없고 또 분쟁과 뭐 하여튼 사건과 이런 것들이 우리가 수도원 담 안에 살고 있지만 이 시대에 흘러가는 현안들이 정말 우리한테 더 많은 기도를 재촉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우리 개인의 어떤 안위와 그런 것보다는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와 또 세상 모든 사람들과 평화를 위한 기도를 약간의 희생을 곁들인 기도를 더 많이 해야 되겠구나. 이런 결심을 세우게 되더라고요.
◇ 김현정> 세상을 위한 기도 여전하시군요, 그 기도는. 개인적으로는 수녀님 개인적인 기도는 어떤 거.
◆ 이해인> 개인적으로는 그런 자아도취에 빠지거나 자기중심적으로 빠지지 않도록 넓고 순하고 좀 겸손한 그런 마음을 주십시오. 그런 기도를 하게 됩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는.
◇ 김현정>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해주세요.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게 해주세요.
◆ 이해인> 노인이 되면 이기적이 되더라고요, 자기도 모르게.
◇ 김현정> 수녀님은 평생을 그렇게 안 사셨을 것 같은데 수녀님도 가끔 내가 왜 이렇게 나 중심적이지 이러실 때가 있어요?
◆ 이해인> 그럼요. 우울할 때가 있죠. 나는 수도생활 60년을 했는데 왜 이 정도밖에 못 되나 내가 기대하는 어떤 바가 있잖아요. 그런 이상에 못 미치는 자신을 볼 때 그 초라함과 우울함이 겹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또 오늘을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희망으로 살아야지. 나를 다독이면서 또 힘을 내고 그렇게 살아가는 거죠. 똑같아요, 다른 사람들하고. 다른 사람도 양상만 다르지 가정이라는 다 수도원에서 수행하는 수도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 김현정> 어르신들, 지금 듣고 계시는 우리 노인 세대에게 뭔가 좀 희망이 되는 말씀 위로의 말씀을 주신다면.
◆ 이해인> 우리가 어른으로서 긴 세월을 살았으니까 또 살은 만큼 사실은 다른 사람한테도 본이 되는 그런 삶을 살아야 되잖아요. 근데 현실적으로는 그 안팎으로 병약해지고 남의 도움을 받아야 되고 정말 힘들고 우울한 일만 남았는데 그래도 우리가 이제 이 세상을 마무리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남은 날들에 우리가 좀 그래도 희망을 심어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더 자기 있는 자리에서 사랑을 더 많이 하면 되지 않을까 배려를 좀 실천적으로 그 하는 그런 연습을 해야 되는데 구체적인 거는 다 각자 자리에서 그게 좀 이기적인 행동을 조금만 벗어날 수 있으면 그게 남한테 빛이 되고 소금이 되지 않는가. 그런데 그걸 우리가 못하기 때문에 실망감을 안겨주고 그리고 무거운 존재가 되는데 우리가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사실은.
◇ 김현정> 이해인 수녀 만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수녀님, 얼마 전에 또 새 책 내셨어요. 제목이 참 좋아요. 민들레 솜털처럼. 이거 어떤 책인가요?
◆ 이해인> 제가 50년, 바로 50년 전에 그 민들레영토라는 첫 시집을 내게 됐고 이번에 나온 그 솜털처럼 그 책은 제가 지난 반세기 동안 여기저기 그 인터뷰한 내용들 그런 것에서 나름대로 쓸모 있는 말을 추려서 이렇게 구어체로 말하자면 전하고 싶은 말을 하나의 덕담이라고 그럴까, 그런 걸 좀 풀어 쓴 책 같아요.
◇ 김현정> 산문과 시가 섞여 있는 그런 형태의 에세이.
◆ 이해인> 네.
◇ 김현정> 특별히 이런 챕터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제목이 아픔도 이제는 친구. 이해인 수녀께서 암 투병을 하신 거는 다들 잘 알고 계실 텐데 그것을 두고 이렇게 쓰셨어요. 저에게는 지금이 소중하니까 병과 친해지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병에 시달리고 울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누릴 수 있고 바칠 수 있는 기도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 듣고 계신 분 중에도 투병 생활을 하면서 새해를 맞는 분이 적지 않으시거든요.
◆ 이해인> 네, 많죠.
◇ 김현정> 병과 친해지겠다. 이게 이게 이게 어떤 말씀일까요?
◆ 이해인> 저도 아프기 전에는 그런 거를 이해 못 했는데 제가 아파 보니까 동행하고 친해지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너무 더 힘든 거예요. 그래서 작정을 하고 친구로 만들면서 그 동행을 하고 그래서 제가 아픔과 병에 대한 시를 의도적으로 많이 쓰게 됐는데 그렇게 이왕 온 것을 돌이킬 수는 없기 때문에 물리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왕 온 병을 동무삼아서 그냥 같이 가자. 이렇게 마음을 정하면 오히려 이렇게 참아지는 게 있더라고요. 또 견뎌지고 그래서 그런 글을 쓰게 됐어요.
◇ 김현정> 동무삼아서 가자. 그 투병을 하고 그 아픔을 겪고 나서 어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같은 게 좀 달라지셨을까요? 어떤가요?
◆ 이해인> 네. 좀 사랑에 대한 개념도 조금 넓어진 것 같고 또 감사에 대한 개념도 좀 더 구체적으로 되면서 더 깊어진 것 같고 그래서 사랑은 넓어지고 감사는 깊어지고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더라고요.
◇ 김현정> 오히려 원망되지는 않으셨어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이런 병이 왔지? 내가 왜?
◆ 이해인> 전혀 그렇게 생각이 안 들었고 참 처음에는 좀 힘은 들었지만 세상에 나만 아니고 나보다 더 아픈 사람도 많은데 그리고 또 그 아픈 사람들과 동참하는 마음으로 또 세상에 또 모든 잘못과 이런 것을 내 아픔을 통해서 약간의 그 포섭할 수 있다면 내 아픔을 봉헌하리라 이렇게 착한 마음으로 하니까 저도 벌써 17년째 투병하고 있는데 아직은 잘 버텨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모르지만.
◇ 김현정> 이 책에 담으신 시가 한 편 있더라고요, '병원에서'라는 시.
◆ 이해인> 읽어볼까요?
◇ 김현정> 좋습니다.
◆ 이해인> 병원에서 어느 날 환자가 된 어느 날부터는 맥박, 호흡, 체온, 혈압이 정상으로 나오는 걸 새롭게 자축하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새롭게 배우게 되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멋진 행복임을 누가 말 안 해도 스스로 깨닫게 되지. 두 손 모아 아주 간절히 감사하고 기도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 김현정> 깨닫는다. 배우게 된다. 맞네요. 우리 엄청나게 커다란 성공, 엄청나게 커다란 부가 왜 나에겐 안 돌아와 왜 내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라고 늘 투덜대면서 사는데 생각해 보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건지, 알겠습니다. 2026년 새해 첫날. 지금 듣고 계신, 지금 아마 새해 첫 태양을 바라보면서 듣고 계신 분도 계실 거고요.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분도 계실 거고요. 일터로 향하면서 바라보는, 듣고 계신 분도 계실 거고요. 그분들께 수녀님이 건네고 싶으신 덕담 마지막으로 건네주시죠.
◆ 이해인> 제가 그 시간상 길게는 말고 제가 짤막하게 새해마다 다짐하는 그 마음이 있는데 그 마음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1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표현하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을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 입은 내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따뜻한 마음, 밝은 마음 넓은 마음, 성실한 마음, 겸손한 마음 다섯 가지 마음을 색동옷으로 입고 또 한 해의 길을 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수녀님,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해인> 네.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 김현정> 고맙습니다. 이해인 수녀였습니다.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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