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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50년 만에 ‘준4군’ 염원 이뤄…5·16 쿠데타 질긴 악연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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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이 31일 서울 용산국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준4군 체제로의 해병대 개편’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이 31일 서울 용산국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준4군 체제로의 해병대 개편’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가 31일 ‘준4군 체제로의 해병대 개편’을 발표했다. 해병대 준4군체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당선 이후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가 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준4군 체제’에 대해 “해병대를 지금과 같이 해군 소속으로 하되, 해병대사령관에게 각군 참모총장에 준하는 수준의 지휘·감독권을 부여함으로써 그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해병대는 해군에서 분리돼 현재 3군 체제(육·해·공군)를 4군 체제(육·해·공군 해병대)로 전환하는 ‘해병대 독립’을 염원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들로 준4군 체제가 됐다.



해병대 독립의 걸림돌은 인구 급감으로 병역 자원이 줄어드는 현실이다. 병역 자원이 갈수록 부족한 상황이라 부대 감축, 지휘단계 축소, 유무인 부대 도입 등을 강구하는 상황이다. 해병대가 독립하면 해군과는 별도로 특수병과를 신설하고 각종 지원 조직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인구 절벽과는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총 병력 2만9천명 가량인 해병대 규모가 독립 군종으로 충분한지도 고민거리다. 미국 해병대는 독립돼 있는데 병력이 약 18만명 규모이고, 해외 분쟁지역에 신속하게 파견되는 원정군 성격이라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공세적인 성격의 임무를 수행하는 해병대가 독립 군종이 될 경우 주변국에게 한국의 군사전략이 공격적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외교적 부담도 거론된다.



국방부가 ‘준4군 체제로의 해병대 개편’ 방안을 발표한 31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입구 안내 간판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가 ‘준4군 체제로의 해병대 개편’ 방안을 발표한 31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입구 안내 간판 모습. 연합뉴스


해병대 독립(4군 체제)은 해병대의 오랜 염원이지만, 해병대 출신이 아닌 국민들에겐 용어부터 낯설다.



4군 체제를 이해하려면 ‘군종’(군대 종류) 개념을 알아야 한다. 군대에는 무장력의 구성 단위인 군종이 있는데 한국은 육군, 해군, 공군 3개 군종으로 짜인 3군 체제다. 현재 해병대는 해군 밑에 있다. 국군조직법 제2조 1항은 “국군은 육군, 해군 및 공군으로 조직하며,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고 되어 있다. 이 법 10조 3항은 “해병대에 해병대사령관을 두며, 해병대사령관은 해군참모총장의 명을 받아 해병대를 지휘·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해병대 독립의 핵심은 국군조직법 제2조 1항을 “국군은 육군, 해군, 공군 및 해병대로 조직한다”고 바꿔 ‘육·해·공군과 해병대’ 4군 체제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해병대 출신들은 해군과 해병대를 별개의 군대로 여긴다. 해병대 예비역들은 “1949년 창설된 해병대는 1973년까지는 육·해·공군과 동등하게 국방부 장관의 지휘·관리 하에 있어 육·해·공군 3군 체제에서도 사실상 4군 체제로 운용됐다”고 주장한다.



해병대의 운명이 기구해진 것은 5·16 쿠데타와 얽혔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3년 10월 해병대사령부를 전격 해체하고 해병대를 해군에 통합시켰다. 해병대사령관 직책은 사라지고 해군참모총장의 부하인 해군 제2참모차장이 해병대를 지휘했다. 해체 이전까지 해병대사령관의 계급이 대장이었는데 해병대를 지휘하는 해군 제2참모차장의 계급은 중장으로 낮아졌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자립경제 발전을 위해 경제적으로 군을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병대사령부를 해체해 해군에 통합시켰다. 하지만 당시 군 내부에서는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 전 대통령이 5·16 때처럼 해병대가 쿠데타군 선봉으로 나설 것을 두려워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1961년 5월16일 새벽, 김포에 주둔한 당시 해병 제1여단은 한강대교에서 쿠데타 진압에 나선 육군 헌병대를 교전 끝에 제압하고 서울 강북 도심에 진입해 주요 시설을 점령했다. 해병대가 1965년부터 6년 넘게 베트남전에 참전해 수많은 실전 경험을 쌓는 등 전투력이 막강해지자, 쿠데타 가능성을 걱정한 박 전 대통령이 해병대를 해체시켜버렸다는 것이다. 해병대 예비역들은 박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 야욕에 해병대가 희생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23일 서해 최전방 말도에서 해병대 대원들이 일출 시간 해안경계작전 임무(수제선 정찰)를 수행하고 있다. ‘수제선’이란 물과 육지가 닿아서 이루는 선을 말하며 새벽녘에 해안선에서 실시하는 정찰활동으로 해안에 유기된 물건(침투장비, 복장 등)이나 철책절단 흔적을 발견하는 데 주안을 두고 실시한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지난 23일 서해 최전방 말도에서 해병대 대원들이 일출 시간 해안경계작전 임무(수제선 정찰)를 수행하고 있다. ‘수제선’이란 물과 육지가 닿아서 이루는 선을 말하며 새벽녘에 해안선에서 실시하는 정찰활동으로 해안에 유기된 물건(침투장비, 복장 등)이나 철책절단 흔적을 발견하는 데 주안을 두고 실시한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해병대 해체 이후 상륙작전 지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1987년 11월 해병대사령부가 재창설됐다. 해병대 예비역들은 이를 두고 “해병대는 죽었다가 부활한 군대”라고 말한다. 해병대사령부가 부활했지만, 해병대는 여전히 해군 소속이다.



해병대는 독립은 못했지만 자율성을 꾸준히 키워왔다. 2019년 군인사법 개정 이후 해군참모총장의 권한을 일정 부분 수탁받아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해군에서는 “사실상 해병대가 독립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해병대 예비역들은 “해군참모총장이 위임해준 권한으로 해병대를 지휘관리하는 것은 반쪽자리 지휘관”이라고 주장한다.



이날 발표된 ‘해병대 준 4군 체제 개편’의 핵심은 해병대 1·2사단의 평시 작전통제권의 환원이다. 해병대 1사단의 작전통제권은 2026년 말까지, 해병대 2사단의 작전통제권은 2028년 내에 해병대에 돌려준다.



해병대에는 1사단(포항), 2사단(김포)과 6여단(백령도), 9여단(제주), 서북도서사령부 등이 있다. 해병대사령관은 여단급 부대와 서북도서사령부의 지휘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가장 큰 규모인 1·2사단은 각각 육군 2작전사령관(대장)과 육군 지상작전사령관(대장)의 통제를 받는 육군 수도군단장(중장)의 작전통제를 받고 있다. 해병대 1·2사단의 작전통제권은 해병대가 해체됐던 1973년에 육군에 넘어갔다.



서울로 이어지는 김포 축선의 최전방 부대인 해병대 2사단은 김포와 강화도 지역 경계, 대침투작전, 전시 방어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는 수도군단장이 김포 축선 전체를 관할하므로 해병대 2사단도 작전통제해왔다. 해병대 1사단은 경북 포항에 있어 후방지역 작전을 책임진 육군 2작전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고 있다.



해병대 1·2사단의 작전통제권 회복은 해병대 지휘권 보장의 상징적이고 실효적 조처다. 이미 해병대사령관이 인사권과 예산권 등 군정 기능을 행사하고 있어, 해병대가 군사작전에 관한 군령 기능을 확보하면 ‘각군 참모총장에 준하는 수준의 지휘·감독권’을 행사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서해 최전방 말도에서 해병대 대원들이 일몰 시간 해안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지난 22일 서해 최전방 말도에서 해병대 대원들이 일몰 시간 해안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해병대가 온전하게 예하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면 해병대에 별도의 작전사령부 창설이 필요해진다. 육·해·공군에는 자군의 작전을 통제하는 작전사령부가 별도로 있다. 새로 만들어질 해병대 작전사령부가 해병대 작전을 지휘하는 군령기능을 맡으면, 군정과 군령을 행사하는 해병대사령부에는 군정 기능만 남는다.



현재 해병대 장교는 중장인 해병대 사령관이 최고 계급인데, 앞으로 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나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맡을 수 있게 된다. 해병대 작전사령부가 창설되면 사령관이 중장급이라 해병대 중장 보직이 하나 추가된다.



국방부는 변화할 해병대의 모습을 국군조직법에 명시할 계획이다. 국군 조직법 제3조(각군의 주임무 등) 2항에는 ‘해군은 상륙작전을 포함한 해상작전을,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하고 이를 위하여 편성되고 장비를 갖추며 필요한 교육·훈련을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해병대의 임무를 상륙작전에 국한되지 않고, 신속대응작전, 전략도서방위 등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 수행하게 될 임무들을 법령에 담을 예정이다. 해병대는 이를 ‘임무 수행의 완전성을 제고한다’고 반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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