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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자반고등어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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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제 셰프



전호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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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네를 돌고 있던 생선장수 아저씨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면 시장에 가지 못했던 분들은 하나둘 대문을 열고 나왔다. 고등어, 가자미, 임연수어를 또박또박 읽는 목소리는 걸걸하고 유머러스해서 나도 모르게 따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은 적어도 이 세 가지 생선 중 하나가 저녁상에 올랐을 것 같다. 그중 고등어는 단연 인기가 많았다. 특히 고등어자반은 비싼 육류 대신 우리에게 좋은 단백질을 제공해 줬다. 아마도 이런 인식 때문일까. 2024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 조사에서 고등어는 오징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수산물

오래도록 미국에 있을 때 식생활에서 비교적 다양한 육류를 저렴하게 먹었던 것 같다. 집 근처 동네 마트에만 가도 당시 5달러만 있으면 구이용 소고기를 살 수 있었다. 그래도 예전에 먹던 고등어자반 생각이 날 때가 있었다. 생선가게에서 생고등어를 사 와서 배를 가르고 아가미를 열어 소금을 툭툭 뿌렸다. 며칠 냉장고에 걸어두니 짭짤한 자반고등어가 됐다.

집에서 자반고등어를 튀기면 온 냄새가 집안에 퍼진다. 먹을 땐 냄새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생각나지 않는다. 기름진 고등어는 깔끔한 입가심으로 시원한 동치미와 잘 어울렸다. 온 가족이 달그락거리는 젓가락질에 고등어가 사라지자 그제야 고등어 비린내가 내 입에서 느껴졌다.

마트에서 고객이 고등어를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마트에서 고객이 고등어를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끊을 수 없는 고등어의 매력

요즘은 생선구이를 집에서 직접 하는 경우도 많이 줄었다. 생선구이를 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 자주 뉴스에 나오곤 했다. 그러더니 마트에는 생선을 구워주는 코너가 생겼다. 집에 냄새가 배는 것도 줄어들어 좋았고 한결 편리해졌다.

외식업계에서도 비린내를 잡은 생선구이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뜨거운 화로에서 구워줘 고등어를 한차원 맛나게 해준다. 고등어에서 나오는 자체 기름이 섞이지 않아 맛도 훨씬 담백했다. 1인당 한 마리씩 생선구이를 앞에 둔 사람들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여기에 갓 지은 솥밥이 나오니 손이 바빠진다. 위쪽 밥을 퍼내고 따뜻한 물을 부어놓는다. 따뜻한 밥 위에 작은 고등어를 올려 먹으니 또 다른 행복감이 몰려온다. 고등어가 느끼해질 때쯤에는 시원한 섞박지 한 개를 깨물어 먹었다. 올해 무는 작년과 달리 단단하고 시원했다. 배가 불러오니 입에 낀 고등어 기름이 느껴졌다. 그제야 솥밥에 만들어진 누룽지로 입가심을 한다. 이것이 한국인이 사랑하는 고등어 코스요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어로 만드는 코스요리 같은 밥상

여기저기 생기는 생선구이집이 곧 포화상태가 될 거라는 소식도 들린다. 내가 갔던 곳에서 10미터만 내려와도 비슷한 식당이 성업 중이니 말이다. 그래도 이 트렌드는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는 것 같다.

옛날 집밥이 그립지만 진수성찬을 원하는 것은 아니고 딱 필요한 몇 가지만 있으면 만족한다는 그런 의식의 흐름 말이다. 더구나 냄새나는 생선구이가 말끔하게 나오니 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아진다. 요즘엔 고등어자반만 따로 구입하려 해도 5000~6000원은 줘야 하니 가격을 비교해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생선구이집의 성황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생선구이집을 나서니 들어올 때 느껴졌던 찬바람이 어느 정도 견딜만해졌다. 내 심장에 기름진 고등어의 온기가 전해졌는지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문득 예전 생선장수 아저씨의 커다란 메가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코믹하게 들렸던 그 목소리에 실린 에너지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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