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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아남는 소설가가 되게 해주세요" [소설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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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황예솔

2026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황예솔

2026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황예솔


촛불을 불 때,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볼 때, 유난히 밝은 달을 마주쳤을 때, '등단하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빌어왔다. 간절한 적도 있었는데 셀 수 없이 낙선을 겪으며 점점 중얼거리는 주문으로 변질되었다. 각별한 문우이자 우체국 동반자 효정에게 "이번에 당선되면 소감 첫 문장은 '신춘문예가 정말 싫습니다' 라고 할 거야" 말했다. '이 짓'을 그만하고 싶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첫 문장에 그렇게는 못 썼다. 당선 전화를 받고 손이 떨리도록 기뻤기 때문이다. 행복해하는 엄마, 아빠의 얼굴에 뿌듯했다. 자기 일처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고마웠다. 존경하는 스승님께 소식을 전하며 멋쩍게 웃었고, 축하한다는 음성에 마음이 벅찼다. 현실인지 꿈인지 얼떨떨했다. 그래도 하루하루는 갔다. 터질 것 같던 심장도 잠을 설치던 밤도 지나갔다. 촛불을 불 듯 반짝이었다. 뜨는 해와 지는 해, 유난히 밝은 달을 멈춰 서서 바라보다 이내 발걸음을 옮기듯.

같은 소원을 가진 이들이 이 글을 어떤 마음으로 읽을지 잘 안다. 지난 오 년간, 나는 12월마다 투고 후에 예심 기사가 뜰까, 하루에 몇 번씩 신춘문예를 검색했고, 크리스마스 전까지 차가운 손으로 전화를 기다렸으며, 체념 후에는 조용히 울었고, 새해 첫날 새벽부터 어떤 사람이 등단했는지 확인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기사를 새로고침했다. 그렇게 매달렸는데 당선 후에는 몇 사람에게 "신춘문예가 뭐야?"라는 질문을 들었다. 이건 우리만의 리그다. 앞으로 당선자와 낙선자가 할 일은 다르지 않다. 계속 글을 읽고 쓰면 된다. 이 생각은 그동안 낙선되었을 때마다 나와 효정, 민주가 서로를 위로하던 것이다.

새해 첫날에 읽은 신춘문예 작품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분노와 좌절, 질투심이 작품 보는 눈을 가려버렸다. 하지만 가을쯤, 다시 읽은 작품은 대다수가 좋았다. 이제 내 소설이 심판대에 올랐다. 너무 떨린다. 신춘문예…… 역시 싫다. 그래도 내 소설을 뽑아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호버링' 속 모든 인물이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랑하는 가족, 윤담 정희 은솔 다솔, 건강하자. 단국대 문예창작과 문우들과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하옥단문, 녕별빵, 개굴(다현), 수연어, 루미언니, 나는 딱 내 친구들만큼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 반짝하는 순간에 이렇게 빌 것이다. 오래 살아남는 소설가가 되게 해주세요. 이건 내 새로운 주문이다.

△1996년 대전 출생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황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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