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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디지털 세상 속 당신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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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아바타> 시리즈는 가상경험을 다년간 연구한 필자에게는 단순한 SF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대한 철학적 우화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이다. 현실의 그는 휠체어에 묶여 있지만, 의식이 외계 종족 ‘나비족’의 육체에 접속하는 순간 판도라 행성의 숲을 거침없이 달리는 전사가 된다. 관객은 영상미에 압도되지만, 이 설정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제이크의 진정한 자아는 휠체어에 있는가, 아니면 판도라를 달리는 푸른 육체에 있는가?”

영화 배경은 2154년이지만, 우리는 이미 그 미래의 초입에 살고 있다. 메타버스는 일상이 되고 있으며, ‘아바타’는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를 대변하는 도구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아바타(Avatar)’는 본래 신이 지상으로 ‘내려옴’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였으나, 오늘날 우리는 그 단어를 정반대로 쓴다. 신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디지털 세계로 ‘올라가’ 자신의 분신을 만든다는 뜻으로 말이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제이크가 처음 아바타의 눈을 뜨고 실험실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이다. 현실에서 위축되어 있던 그는 아바타가 되자 대담하고 용맹한 성격으로 변모한다. 스탠퍼드대학의 제러미 베일렌슨 교수는 이를 ‘프로테우스 효과’라고 설명한다. 연구에 따르면 아바타는 단순한 가면이 아니다. 키가 큰 아바타를 쓰면 협상에서 자신감이 넘치고, 매력적인 아바타를 쓰면 대인 관계에서 더 적극적으로 변한다. 아바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명대사 “I see you”는 겉모습 너머의 영혼과 본질을 직시한다는 의미다. 이 대사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화면만 들여다보는 우리는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가?”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내가 어디 있는가”라는 사고 실험을 통해, 뇌와 몸이 분리되어 연결된다면 ‘나’의 위치를 물리적 장소로만 한정할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제이크의 몸은 기계 안에 있어도 정신이 숲속을 날고 있다면, 그는 인간인가 나비족인가?

아바타를 통한 ‘자아의 확장’은 이제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매일의 실존적 경험이 되었다. 기술이 이미 영화를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와 같은 기업들은 표정과 눈빛까지 완벽하게 재현하는 초현실적 아바타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우리 뇌가 가상현실 속의 몸을 진짜 ‘내 몸’처럼 착각하고 반응한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제이크가 판도라의 아름다움 뒤에서 인간의 탐욕과 싸워야 했듯, 우리도 기술의 이면을 직시해야 한다. 익명성에 기댄 사이버 폭력, 현실과 가상의 혼동, 그리고 현실을 회피해 게임 속으로 도피하는 중독의 문제는 심각하다. 또한 나의 표정과 몸짓 데이터가 수집되는 세상에서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도 난제이다.


<아바타>는 보여준다. 기술은 우리에게 더 화려하고 강력한 ‘제2의 몸’을 제공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다루는 우리의 태도라는 점을. <아바타>는 묻는다. 당신이 다른 몸으로 살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그리고 그 힘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이관민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

이관민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

이관민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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