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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이라니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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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임문영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월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임문영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승재 | 세종대 법학과 교수·변호사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 계획(안)’ 32번은 ‘인공지능(AI) 학습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 및 유통 생태계 활성화’라는 제목 아래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기업이 ‘법적 불확실성 없이 학습 목적으로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작권법 개정까지 언급한 점을 보면, 이는 창작자의 권리 보호보다는 빅테크 기업의 자유로운 영리 활동을 위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



저작권법은 콘텐츠 산업을 지탱하는 기둥으로서 저작권자의 보호와 저작물 이용 간 균형을 목표로 한다. 저작권법은 이미 ‘공정이용’ 조항을 통해 저작재산권을 제한하고 있으며, 장애인을 위한 복제와 도서관, 재판 등 공적 영역에서의 비영리적, 한정적 이용을 공정이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균형점을 이동시키려는 것은 결국 저작권자 보호를 후퇴시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 지침에 따라 저작권법을 개정할 경우,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허락이나 보상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텍스트·데이터마이닝(TDM) 면책 규정’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이 면책 규정은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인정되며, 유럽연합의 디지털 단일시장(EU DSM) 지침을 입법한 독일 법원은 인공지능 학습 과정의 저작물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복제 행위임을 확인했다. 인공지능 사업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인간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국가는 확인할 수 없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어떤 입법을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 없이 법적 문제가 해소되는 인공지능 학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 계획(안)’ 32번은 중소 인공지능 기업이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법적 불확실성 없이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저작권법의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자에 대한 권리 처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의 문제다. 따라서 이는 저작권법 개정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데이터 확보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또한 저작권자의 선택권 보장을 명분으로 ‘옵트아웃’, 즉 ‘저작권자의 인공지능 학습 거부 의사 표명’ 도입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제도는 인공지능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중소 창작자들의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 대형 권리자들은 이미 학습 거부 의사를 밝히고 기술을 활용한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지만, 생계를 위해 창작에 몰두하는 개인 중소 창작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저작권을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빼앗기게 될 것이다. 중소 인공지능 사업자를 위해서 개인·중소 창작자들을 희생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이제 국민 누구나 인공지능 산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 패권에 뒤처져 있다는 조급함에 정부까지 나서 창작자의 권리마저 제한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무제한적 저작물 사용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 전반의 인공지능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적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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