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각별한 의미를 주는 특별한 숫자들이 있다. ‘100’이란 숫자는 기대치에 꽉 찬 아주 많은 경우, 평가에 있어서 최고 또는 완벽함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해 모두를 기분 좋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불교에선 100을 완전함을 위한 중간 단계로 해석하는데 108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불교에는 이른바 법수(法數)라고 일컫는 상징적인 숫자들이 있다.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전남 해남군 미황사 전경 |
각별한 의미를 주는 특별한 숫자들이 있다. ‘100’이란 숫자는 기대치에 꽉 찬 아주 많은 경우, 평가에 있어서 최고 또는 완벽함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해 모두를 기분 좋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불교에선 100을 완전함을 위한 중간 단계로 해석하는데 108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불교에는 이른바 법수(法數)라고 일컫는 상징적인 숫자들이 있다.
핵심적인 가르침이 3법인(三法印), 4성제(四聖諦), 6바라밀(六波羅密), 8정도(八正道), 12연기(十二緣起)와 33관음(觀音), 53선지식(善知識), 108번뇌(煩惱) 등이다.
그중 가장 많이 듣는 숫자가 인간의 번뇌를 세분한 ‘108’인데 108번뇌, 108계단, 108염주, 108배 등 중생의 번뇌가 많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따라서 108은 불교에서 수행과 관련 다양한 의식에서 사용되며 완벽한 숫자, 아주 많음을 의미하고 있다.
멋모르고 시작했던 ‘내 마음대로 사찰기행 100선’을 26개월여 만에 마치고 세밑 끝자락에 에필로그를 쓰려다 보니 감상적으로 돼 지나가다 본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조차 긴 여운을 준다.
“이상하지. 살아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고단하고 지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은 참 아름다운 것이다’라며 희망을 주는 메시지 같아 자꾸 곱씹게 된다.
전남 해남군 달마산 |
최북단 설악산 봉정암에서 시작해 130여개 국내 사찰과 암자, 그리고 몇 개국의 해외 사찰까지를 100편의 글과 영상에 담았기에 우리나라 땅끝 미황사에서 100+1번째 에필로그로 마무리하는 것이 의미 있어 보였다.
‘마음을 버리는 108계단’을 걸으며 해남 미황사에서 템플 스테이도 하고 미황사를 품은 달마산 정상에 올라 100회 기념 퍼포먼스도 했다.
해남 달마산 정상에서의 사찰기행 100회 기념 퍼포먼스 |
100편의 글과 영상을 찍으면서 얻은 많은 성과를 얻었다. 사찰마다 무념(無念) 무상(無想)으로 3배도 하고 108배도 하면서 그저 주위 사람들이 무탈하기만을 바랐으니 아마도 생각지 않은 복덕이 쌓였을 것이다.
얄팍했던 불교에 대해 이해도 이번 계기로 많이 넓히게 됐다. 비록 미천한 글과 영상이지만 유튜브와 포털을 통해 홍보했으니 포교에도 조금은 이바지한 셈이 됐다.
마무리하려니 불교에서 완결의 의미로 108편까지 해야 한다는 요구 및 압박(?)도 있고 후속 2탄에 대한 기대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부족함을 알기에 우선 100+1로 에필로그를 쓴다. 땅끝의 절이지만 역으로 ‘첫 절’이요 첫봄을 맞는 절이라며 ‘끝은 곧 시작’이라는 미황사 향문(香門) 주지 스님의 법문이 귓가에 맴돌지만 필자는 다음 일정에 대해선 백지상태다.
삼천불의 달마산 미황사
해남 미황사 전경 |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마치 공룡의 등뼈 같은 달마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 정상 가까이에 고색창연한 미황사라는 아름다운 절이 있다”고 했다.
“미황사 대웅전 높은 축대에 걸터앉아 멀리 어란포에서 불어오는 서풍을 마주하고 장엄한 낙조를 바라볼 수 있다면 답사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문바위 |
미황사는 달마산 둘레를 도는 17㎞에 달하는 명품 둘레길 ‘달마고도’로도 그 이름이 알려졌다.
최근에는 산길을 안내하는 강아지 ‘아미와 타미’가 TV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아미와 타미 |
해남 미황사 주지 향문 스님과 아미, 타미 |
호남정맥 끝자락의 달마산(489m)은 암릉과 기암괴석들이 용의 등줄기처럼 길게 뻗어내려 거대한 수석을 세워 놓은 듯 수려해 남도의 소금강이라고도 할 정도로 아름답다.
문바위에서 본 완도 앞바다 |
정상에서 보는 다도해와 서해로 지는 화려한 낙조까지 결합하면 한 폭의 산수화다.
달마산 |
올 겨울 가장 춥다는 날씨에 ‘사찰기행 100회’를 기념하기 위해 미황사 일주문에서 달마산 정상까지 한달음에 내달렸다.
달마산 달마봉 |
높지 않은 산임에도 바위산이라 험준해 곧장 내달리기엔 무척 힘들었지만 50여분에 달마봉에 올랐다.
해남, 진도, 완도의 다도해가 삥 둘러 아름답게 펼쳐져 있고 정상에 봉수대처럼 보이는 돌탑은 신비감마저 준다.
달마산에서 바라본 다도해 |
전날 미황사 향문 주지 스님, 그리고 강아지 ‘아미와 타미’와 함께 올랐던 달마봉과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문바위에서 바라보는 앞뒤 진도바다와 완도바다의 경치도 또 다른 비경이었다. 달마산이 그러했다.
미황사 안내도 |
육지 사찰 가운데 가장 남쪽 땅끝, 달마산 서쪽에 자리한 미황사는 산자락과 잘 어울리는 위치에 알맞은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응진당 |
해남 미황사 응진당 목조 석가여래삼존상 및 나한상 일괄 |
대한불교 조계종 제22교구 본사 대흥사의 말사(末寺)로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과, 응진당이 있고 명부전, 삼성각, 만하당, 달마선원, 자하루(누각) 등이 달마산을 병풍 삼아 편안하게 자리하고 있다.
자하루 |
신라 때 창건해 융성하다가 100여 년 전 퇴락, 흔적만 남아있던 미황사를 1980년대에 이르러 복원했다. 돌계단, 경사지에 쌓은 돌 축대가 달마산의 기암 풍경과 조화를 이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 중 하나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2001년부터 20여간 주지 스님을 역임했던 금강 스님의 헌신이 있었다고 한다.
미황사(美黃寺)는 불교가 중국을 거치지 않고 인도에서 바로 전래했다는 남방 전래설을 간직한 창건 설화가 있다.
여기에서 소의 울음소리가 하도 아름답다고 해 ‘미(美)’와 금인의 상징 황금색에서 ‘황(黃)을 택해 이름 지었다.
명부전 |
해남 미황사 명부전 목조 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
신라 경덕왕 때인 749년 인도에서 금인(金人)이 돌로 만든 배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달마산 아래 포구에 닿자 의조스님이 동네 사람 100여 명과 함께 맞이했다.
불상과 경전을 검은 소 등에 싣고 가는데 소가 한 번 땅바닥에 눕더니 일어났고, 산골짜기에 이르러 이내 쓰러져 일어나지 않았다. 의조화상은 소가 처음 누운 자리에 통교사(부처님의 가르침이 통했다)를 짓고 마지막 머문 자리에는 미황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미황사에서 바라본 달마산 |
당시 금인(金人)이 이르길 ‘달마산 꼭대기를 바라보니 천불(千佛)이 나타나서 그곳에 부처님을 모시려 한다’라고 했다는데, 미황사에서 바라보니 달마산 정상 부위에 부처 바위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달마선원 |
향문 스님은 미황사에는 삼천불이 있어 한 번만 절해도 삼천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달마산의 천불과 250여년 전 연담유일(蓮潭有一) 대사가 그린 대웅전 천불도(지금은 볼 수 없지만), 자하루 법당에 천 가지 모양의 돌에 새긴 천불 등을 합해 삼천불이라 한다.
서울에선 자동차로 6시간 거리, 광주송정역이나 목포역에서도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에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찾는지 주차장이 꽤 넓고 전각들도 많다.
미황사 일주문 |
일주문을 지나 ‘마음을 버리는 108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천왕문에 도착한다.
미황사 천왕문 |
천왕문 윤장대 |
천왕문에는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한권 읽는 것과 같다는 윤장대가 있어 돌려본다.
자하루를 지나면 미황사의 중심 공간인데 정면에 대웅보전과 응진전이 병풍처럼 둘러친 달마산 암봉과 일렬로 서있다.
대웅보전 |
300여 년 전에 재건된 보물 대웅보전은 2022년부터 해체보수에 들어가서 달마산과 어우러진 미황사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볼 수 없어 아쉽지만 그 위용만큼은 대단하다.
대웅보전 보수 전 모습 |
그나마 주지 스님의 배려로 아름답게 단장 중인 공사 현장에 들어가 대웅전을 참배할 수 있었다.
보수 중인 미황사 대웅전 [내부 공사 촬영 허가 받았음] |
보수 중인 미황사 대웅전 [내부 공사 촬영 허가 받았음] |
수백 년 혼이 깃든 기둥과 주춧돌에 새겨진 보기 드문 거북, 게 등 바다생물들도 볼 수 있었다.
보수 중인 미황사 대웅전 주춧돌에 새겨진 게 문양 [내부 공사 촬영 허가 받았음] |
대웅전을 오롯이 보지 못한 아쉬움은 오랜 역사를 간직해 벽면에 희미해져 가는 16나한 그림이 있는 응진당에서 위로받았다.
부도밭 |
오른쪽 숲속 사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낮은 담장을 둘러친 부도밭과 부도가 있는 암자 부도암이 있다.
게, 새 등이 새겨진 부도 |
독특한 개성을 지닌 24기의 고만고만한 부도에는 거북, 게, 새, 연꽃, 도깨비 얼굴 등이 새겨져 있는데 가까이 들어가서 조각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부도암의 미황사 사적비 |
부도암에는 1692년에 세워진 오래된 미황사 사적비를 접할 수 있는데 마당에 커다란 구멍이 있고 그 한가운데 거대한 비가 서있다.
달마고도 안내도 |
부도밭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도솔암 가는 달마고도 4길 이정표가 있다.
도솔암 |
필자는 달마고도길이 아닌 차도를 따라 도솔암을 찾아갔다.
도솔암 |
도솔암 |
개인 암자라고 하는데 주인(스님)은 간 곳 없이 객들만 남아 달마산 암릉 절벽 위에 외롭게 홀로 걸터앉아 남해를 내려다보고 있는 절경 속 외로운 암자를 마주하고 있다.
도솔암 |
도솔암 밑 삼선각 |
암자보다 큰 요사채 공사가 한창이다.
미황사 템플스테이와 범종 소리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정원주) 임원단이 해남 미황사 주지 향문 스님의 법문을 듣는 모습 |
도시와 멀리 떨어진 땅끝 마을, 새벽 도량석 목탁 소리에 깨어나 부처님 앞에 예불을 올리고 죽비소리에 맞춰 명상에 들어간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임원단이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2025 중앙신도회 임원 송년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
달마선원에서 진행된 세명 축하 모습. 전남 해남 미황사 주지 향문 스님과 정원주 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헤럴드·대우건설 회장, 왼쪽), 정용식 헤럴드 상무(오른쪽) |
전날 달마산 정상에 오르면서 묶은 독소를 내뱉고, 만하당 마당에서 서해로 떨어지는 세밑 일몰을 보며 한해를 돌이켜봤다.
범종 타종 중인 조계종 중앙신도회 임원단 |
많은 사람이 각자의 염원을 담아 밤하늘에 울려 퍼지도록 범종을 힘껏 치고 그 소리를 들으며 잡생각들을 정리하고 마음이 고요해짐도 느꼈다.
무용가의 춤사위 |
현란한 무용가의 춤사위 속 미황사에서 재배한 황차를 내려 마시면서 모든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발걸음이 시작되길 염원도 해봤다.
달빛, 별빛만이 어둠을 밝히는 이곳에서 하룻밤의 템플 스테이를 통해 마음과 생각이 비워지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질 리 만무하겠지만 흔들리는 풍경 소리에도, 법당에 은은히 퍼지는 향냄새에도 잠시나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룻밤 묵었던 세심당(洗心堂) 문지방에 걸린 미수(麋壽)글씨 옆에 쓰인 ‘노완만필(老阮漫筆)’의 작은 글씨에도 그러했다.
‘늙은 완당(추사 김정희)이 여유롭게 휘갈기다’
2026년은 불을 뜻하는 화(火)가 있는 ‘붉은 말의 해’라고 하는 병오년이다.
“열정과 변화의 에너지가 강한 시기에 불처럼 살지 말고 불을 다스리며 살기 바란다”는 주지 스님은 우리에게 “내년엔 청한(淸閑)하길 바란다”고 한다.
‘맑은 한가함?’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에게 청한(淸閑)의 의미는 뭘까. 잠시 생각에 잠겨 든다.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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