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지시" vs "위증 고발"…정보 유출 조사 경위 둘러싼 '진실공방'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25일 발표한 고객정보 유출 조사 내용과 관련해 "국정원의 지시와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당초 피의자와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한국 법에 따라 기관의 협조 요청이 구속력이 있어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이해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 기관 어디도 자체 조사를 지시하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장은 로저스 대표의 발언이 명백한 거짓이라며, 국회에 위증죄 고발을 정식 요청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에 반발하며 "국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정부가 왜 숨기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 "유출 정보로 테러도 가능"…보상안, '소비자 기망' 비판
고객정보 유출의 심각성도 도마에 올랐다. 배경훈 부총리는 "이 정도 규모와 정보라면 테러도 가능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쿠팡의 자체 조사 내용에 대해 "용의자가 진술한 내용만 특정해 포렌식한 것이라 누락된 진술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다른 개발자들이 일탈했다면, 이번 포렌식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피해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 산재 은폐 의혹에 '특별감독' 예고…로저스 "안전 투자, 업계 평균보다 많아"
산업재해 은폐 의혹도 집중 질의됐다. 안호영 의원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3년 간 재해 현황을 보면 재해 710건 중 구급차로 이송된 건 359건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회사 차량으로 이송돼 산재 처리 누락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며 특별근로감독을 통한 전수조사를 약속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쿠팡에서 일하다 지난 2020년 숨진 고(故) 장덕준씨 과로사와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은폐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재점화됐다. 로저스 대표는 의원들이 제시한 메시지 자료에 대해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대준 전 쿠팡 대표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하다 사고로 숨진 택배 노동자 오승용씨 유족의 사과 요구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말 죄송하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다만, 산재 인정과 보상에 대해서는 "관련해 현재 논의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즉답을 피했다.
◆ "기업 사회적 책임 '0점'"…與, 31일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예정
정부는 쿠팡에 대한 지배구조 및 독과점 규제 강화도 예고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은 한국에서 상당히 큰 기업임에도 사회적 책임은 '0점'"이라며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한만큼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범석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30억원에 달하는 고액 보수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며 '동일인(총수) 지정 예외' 요건도 도마에 올랐다. 주 위원장은 "과거에는 친족의 경영 참여가 없다고 판단해 예외를 인정했으나, 이번 사실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조사해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쿠팡은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이라는 점과 '친족이 국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김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받았다.
한편 이날 해롤드 로저스 대표가 국회가 준비한 동시통역기 착용을 거부하며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로저스 대표는 "(개인) 통역사 대동을 허락 받았다"며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은 "증인은 국회가 결정한 동시통역 시스템을 통해 국회의 의사를 그대로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정조사 추진도 공식화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도 함께 언급하며 "두 사람은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며 "법적인 처벌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국정조사 요구서는 이미 정리해 원내에 전달해놨다. 내일 제출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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