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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관치) 잘 하셨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진형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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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게 잘 처리했어요.", "대단하십니다."

생중계된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선 이재명 대통령에게서 이런 칭찬을 받은 공무원들이 이어졌다. '일잘러 대통령'의 디테일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은 각종 숏츠로 유통되며 국민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대통령의 공개 칭찬으로 유명해진 공무원으로 금융위원회 권대영 부위원장을 빼놓을 수 없다. 원조라고 해도 될만큼 그는 새 정부 출범 한달도 안된 7월 충청 타운홀 미팅에서 대통령의 '샤라웃'을 받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 분이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들어낸 분"라고 소개해 참석자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9월 국무회의에서도 '폐업 자영업자들의 대출 장기 분할 상환 조치'로 또 한번 칭찬을 들었다. 대통령은 이후에도 여러차례 권 부위원장을 비롯해 금융위에 "요즘 열일하더라",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사실 대통령의 "잘 하셨다"는 칭찬 앞에는 한 단어가 생략돼 있다. '관치(官治)'다. 칭찬받은 금융당국의 조치들은 대부분 관치였다. 6.27 부동산 대책은 금융기관의 대출 기준과 한도 등을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해준 조치다. 법률이나 제도가 아닌 안지켜도 제재할 수 없는 행정지도였지만 사전 예고없이 발표 다음날 바로 적용됐다. 폐업 자영업자들의 사업자대출을 개인대출로 전환하고 장기분할상환토록 한 조치 역시 법이나 규정이 아닌 은행 자체적인 모범규준이나 내부 업무처리 지침을 통해 이뤄졌다.

관치가 주는 부정적 어감과 달리 관치가 꼭 나쁜건 아니다. 필요한 상황들이 있다.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부동산시장에 너도 나도 무리한 대출을 받아 뛰어들거나, 대출을 갚을 방법이 없어 빚만 늘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부지기수라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일련의 발언들을 보면 대통령에게 금융업은 관치가 강하게 필요한 영역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따라가면 금융은 "국가 발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은 영업 못하게, 특권자적 지위에서 특별한 영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사무를 대신하는" 산업이다. 그런데 "가만 놔뒀더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서 자기들끼리 10년, 20년씩 해먹고" 국민들에게는 "잔인한" 금리를 받고 있다는게 대통령의 인식이다.


금융권의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거칠게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인식이 전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이를 교정하는 힘은 결국 정책과 정부밖에 없다"고 했다. 앞으로도 관치금융은 계속될 것이고 강화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그래서 '관치금융'을 집행할 공무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공무원들은 선출권력의 정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집단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들의 능력이다.

그동안 대통령이 금융권을 향해 던졌던 문제의식들 중엔 금융시장의 원칙을 흔드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금융업을 산업이 아닌 정부 정책 집행을 위한 자금줄 정도로 인식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유념해야 한다. 거위의 목줄을 풀어줘야 생산적금융을 할 수 있는데 배를 가르자고 덤비면 황금알을 얻을 수 없다.


금융전문가가 아닌 이상 대통령이 던지는 화두는 투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구현해 내는 정책까지 그래선 안된다. 하루 아침에 대출 가능 금액이 '0'원이 돼 버리고 연말이면 대출이 선착순이 되는게 수년째다. 연체 한번없이 신용을 쌓아온 나보다 연체를 반복한 사람들의 대출금리가 낮고 안정적 CEO 승계를 위해 내부 후보들을 관리해온 금융회사들이 '10년씩 해먹는 부패한 이너써클'로 매도 당해서도 곤란하다.

대통령은 금융을 6대 구조개혁 대상 중 하나로 꼽았다. 어차피 개혁을 위한 관치가 불가피하다면 정교한 관치를 기대한다.

김진형 금융부장

김진형 금융부장



김진형 금융부장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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