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시당 중구성동을 당원협의회가 지난 1월 17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뒷줄 가운데가 이혜훈 후보자. 사진 박영한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SNS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1월 자신의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당원협의회 중 전국 최초로 ‘탄핵 반대 삭발식’을 주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분위기에 휩쓸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이 후보자의 해명과 배치되는 행적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 측은 “사실 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가 당협위원장으로 있던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당원협의회는 지난 1월 17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당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한 지 이틀이 된 때로 보수 진영 일각에서 탄핵 반대 열기가 무르익던 시기였다.
이날 당협 소속 시·구의원 4명은 탄핵에 반대하며 삭발을 감행했고, 이 후보자는 삭발엔 동참하지 않았지만 마이크를 들고 연단에 올라 탄핵 반대 주장을 폈다. 이 후보자가 오른 연단에는 ‘Stop the steal’ 등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문구가 걸려 있었고, 참석자들은 집회가 끝난 후 ‘대통령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는 이 후보자 명의의 현수막 앞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이날 집회는 국민의힘 당협 차원의 첫 ‘반탄(탄핵 반대)’ 집회였고, 이후 당협 주도의 반탄 집회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보였다.
당시 삭발에 참여한 기초의원은 30일 중앙일보에 “이 후보자가 삭발을 먼저 제안하고 사실상 강요 분위기로 흘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음번에 책임지고 공천을 주겠다’는 식이었다”며 “머리를 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했다. 삭발에 참여하지 않은 기초의원도 “당협위원장인 이 후보자가 삭발식에 앞장섰다”며 “그때는 탄핵 반대 분위기가 강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중-성동을 당협은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의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한 당혹감도 컸다. 한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매번 강성 주장을 폈던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로 간다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이 후보자는 ‘세이브코리아’ 집회에도 참석했다. 그런 사람이 분위기에 휩쓸려 탄핵을 반대했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탄핵 반대 당협위원장 모임’에도 참석하는 등 탄핵 국면에서 반탄의 길을 걸었다.
이 후보자 측은 탄핵 반대 활동을 부인하진 않았지만 ‘기초의원들에게 삭발을 강요했다’는 주장에는 적극 반박했다. 이 후보자 측 인사는 “이 후보자가 주도했다면 왜 본인은 삭발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관계가 다른 것으로 안다. 인사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일부 삭발 참여자 역시 “이 후보자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다. 그러나 당시에는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제 판단 부족이었고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했다.
김규태‧박준규‧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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