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A매치 당시 과달라하라 아크론 경기장을 지키던 멕시코 경찰. [AP=연합뉴스] |
내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본선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를 멕시코 과달라하라 지역 치안에 빨간 불이 켜졌다. 뒤숭숭한 강력 사건이 잇따르면서 선수단과 팬들의 안전 확보가 대회 성공 개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일간지 엘우니베르살을 포함한 멕시코 언론은 29일(현지시간) “과달라하라 인근 도시 사포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4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멕시코 경찰 당국에 따르면 람보르기니 SUV 차량 우루스를 몰고 사포판 도심의 상업 시설 플라사델솔 인근을 지나던 운전자가 5명 이상의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의 경호원들이 응사하며 10분 가량 총격전이 이어졌다. 사건 이후 할리스코 법의학연구소는 “현장에서 100개 이상의 탄피와 여러 개의 장총 및 고성능 무기 탄창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발생 지역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 경기를 치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직선거리로 7㎞, 자동차로 15분 가량 떨어진 곳이다. 월드컵 개최 도시는 과달라하라지만, 행정구역상 경기장 소재지는 사포판이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 A조에 배정 받은 한국은 이곳에서 내년 6월12일 유럽 플레이오프 승자와 첫 경기를 치른다. 19일에는 같은 곳에서 개최국이자 홈팀 멕시코를 상대한다.
멕시코 정부는 이달 초 “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안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치안 불안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 발표했다. 월드컵 기간 중 1만5000명에서 2만 명 규모의 보안 인력을 배치하고, 총 1만 대가 넘는 보안 카메라를 운영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의 의지와 정반대다. 지난 10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20㎞ 가량 떨어진 라스아구하스 지역 주거단지 건설 현장에서 시신이 든 가방 290개가 무더기로 발견돼 충격을 줬다. 지난 2022년부터 이 지역에서 발견된 시신 가방은 456개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도심지 한복판에서 총격전까지 벌어지자 월드컵 기간 중 치안 유지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포판을 포함한 과달라하라 일대는 태평양 연안 항구(만사니요)와 내륙을 잇는 관문이자 교통과 물류의 허브 역할을 하는 요충지다. 때문에 범죄 단체들을 중심으로 각종 이권 관련 다툼이 빈번하다. 멕시코 내 주요 범죄 단체 중 하나인 할리스코 뉴 제너레이션 카르텔(CJNG)도 이곳을 근거지로 삼아 활동 중이다. 마약·무기 밀매, 납치, 절도, 갈취, 자금 세탁 등이 이들의 수입원이다. 범죄 단체들이 군대 못지 않은 화력으로 무장한 탓에 지역 내에 공권력의 손이 제대로 닿지 않는 곳이 많다. 지난 10월 멕시코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할리스코주에서 올해 초부터 9월까지 발생한 살인 사건은 963건에 이른다. 상당수가 CJNG 등 카르텔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매번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개최국 치안은 중요한 화두였다. 2010년 남아공 대회와 2014년 브라질 대회는 강도와 소매치기, 2018년 러시아 대회는 외국인 혐오 범죄가 이슈가 됐다. 북중미 3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총기 관련 범죄 예방이 최우선 과제다. 멕시코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이를 증명한다. 사포판 시내 총격전과 관련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안전과 보안은 전적으로 개최국 정부 책임’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영국 BBC는 “경기장 인근에서 발생한 총기 관련 범죄가 월드컵 흥행(티켓 판매 또는 관심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멕시코 정부가 치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군과 경찰을 추가 투입하고 경기장 인근 통제를 강화하면 보안 비용이 대폭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대회 관계자와 관광객, 지역민의 피로감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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