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본사 백신 판매 책임자들과 협상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이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가 GC녹십자를 mRNA 코로나 백신 1상(임상시험 1단계) 지원 기업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적지 않게 놀랐다. 다시 1상이라니…. 그동안 몇 번이나 mRNA 백신 사업단을 구성하고, 국내 숱한 기업이 1상, 2상에 돌입했다고 한 것은 다 뭐란 말인가.
화이자와 모더나가 mRNA 코로나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이 2020년 12월이다. 5년이 흘렀는데 개발 완료도 아니고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니 한숨이 나온다.
코로나가 번진 2020년부터,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mRNA 백신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왜 다시 1상을 시작하는 것일까. 녹십자가 하는 일은 신약 개발이라기보다 모더나·화이자 백신과 효과 동등성을 비교하는, 일종의 복제약을 만드는 것인데도 그렇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기초 의학 수준이 이 정도인 것”이라고 말했다. mRNA를 몸 안에서 보호해 표적 세포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지질 나노입자(LNP) 기술이 핵심인데, 이를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특허가 200~300개가 들어 있어 높은 허들로 작용했다고 한다. 기초 기술이 부족하니 특허를 회피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사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2022년 모더나 의학 담당 부사장이 방한했을 때도 “한국은 왜 mRNA 백신 개발이 이렇게 늦어지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그는 “갑자기 1~2년 연습한다고 올림픽 100m에서 금메달 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모더나가 바이러스가 나온 지 11개월 만에 백신을 개발한 것은 10년 전부터 연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2020년 당시 모더나, 바이오엔테크, 큐어백 등 3대 mRNA 업체가 10여 년간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오다 모더나는 미 정부와, 바이오엔테크는 화이자와 손을 잡고 빠르게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팬데믹이 주기적으로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mRNA 백신 플랫폼을 만들어 놓으면 다시 팬데믹 같은 상황이 닥칠 경우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 서열을 파악한 다음 빠르면 100일 안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바이러스 창궐에서 백신이 나오기까지 짧을수록 좋다. 그 줄어든 시간이 바로 돈이라는 것을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 알았다. 70% 이상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하기 전에 팬데믹이 오면 또 모임 자제 등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등을 해야 할지 모른다. 자영업자 등 피해를 보는 사람이 적지 않은 거리 두기를 또 할 수 있을까. 2021년처럼 복지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 대표단이 미국 제약사에 백신 공급을 당겨달라고 읍소하러 가야 할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팬데믹 기간 동안에만 백신 수입에 7조6000억원을 사용했다.
모더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함께 백신을 개발하면서 연방 정부 자금 25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지원받았다. 미국·독일에 이어 일본도 1조원을 쏟아붓는 등 인허가, 특허 출원, 공장 설립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2023년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중국도 같은 해 개발 소식을 전했다. 우리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우리 정부가 말로는 전폭 지원을 약속해 놓고 몇백억 원 수준으로 찔끔찔끔 예산을 책정하고, 정권이 바뀌면 새로 mRNA 사업단을 구성하는 등 관리 주체를 바꾼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틀림없다. 이번에는 2028년 mRNA 백신 플랫폼 확보를 목표로 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3년에 마치는 것은 좀 버거운 목표이긴 하지만 이번엔 꼭 성공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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