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가 놓고 간 상자/사진=전주시 제공 |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현금을 두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어김없이 올해도 찾아왔다.
3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3분쯤 노송동 주민센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기자촌 한식뷔페 앞 소나무 아래 상자 1개를 뒀으니 좋은 곳에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는 곧바로 끊겼다고 한다.
곧장 현장으로 달려간 직원은 돼지저금통이 들어있는 종이 박스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또 "2026년에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복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쪽지도 들어 있었다.
5만원권이 1800장(9000만원), 500짜리 동전이 40개(2만원), 100원짜리 동전이 250개(2만5000원), 50원짜리 동전이 9개(450원), 10원짜리 동전이 55개(550원)로, 올해 성금은 총 9004만6000원으로 확인됐다.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름과 직업 모두 베일에 쌓인 천사의 기부는 지난 2000년 4월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동사무소에 기부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매년 기부를 계속하고 있는데, 2001년 12월에는 74만원의 성금이 익명으로 전달됐고, 2002년에는 어린이날과 12월에 두 차례나 저금통을 건네기도 했다. 2009년에는 무려 8000여만원의 성금을 놓고 사라졌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어려웠던 2021년에도 709만4960원의 성금을 전달했고, 지난해에는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7600만558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천사가 올해까지 26년간 27차례에 걸쳐 두고 간 누적 성금은 11억3488만2520원에 달한다. 시는 그 동안 얼굴 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지역주민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했으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인재에 대한 장학금 및 대학 등록금도 수여해왔다.
그의 뜻을 유지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도 이어졌다. 전주시는 지난 2009년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웠으며, 노송동 주민센터 일대를 천사의 길로 명명하고 기념공원도 조성했다. 지역주민들은 매년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기념해 불우이웃 나눔 행사를 하고 있다.
그의 선행을 연극과 영화로 풀어내는 이들도 있었다. 2011년 12월9일에는 전북지역 연극단체인 창작극회가 얼굴 없는 천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연극 '노송동 엔젤'이 무대에 올랐으며, 2017년 4월에는 영화 '천사는 바이러스'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채월선 노송동장은 "2000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얼굴 없는 천사의 바람대로 나눔의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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