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하 사회부 |
올해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유독 많이 들린 한 해였다. 주변 지인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다 보면 "올해 유난히 빠르게 지나갔다" "뭐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흐르지만, 올해만큼은 달랐던 것 같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던 탓인지 달력은 넘어갔어도 우리 일상과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나 보다.
혼란의 출발점에는 사회적 격변이 있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탄핵정국과 조기대선, 새 정부 출범까지 사회는 숨 돌릴 틈 없이 요동쳤다. 정권은 바뀌었고 구호도 달라졌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일상은 이전과 여전히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광장은 양쪽으로 갈라진 지 오래고, 뉴스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갈등의 장면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을사년(乙巳年) 한 해 동안의 변화는 사회 곳곳에 갈등과 분열을 남겼다. 식탁과 회식 자리, 단체 채팅방까지 정치 이야기가 스며들지 않은 곳을 찾기란 어려웠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대화보다는 배제하는 말이 늘었고, 혐오는 더욱 쉽게 소비됐다. 가까운 사이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을 겪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극단적인 경우 폭력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그간 써 내려간 기사에서도 '분열'과 '혐오'라는 단어는 좀처럼 빠질 줄을 몰랐다.
지난해 12월 3일 이후 꼬박 365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이 남긴 상흔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도 주말마다 거리에선 진보·보수 성향 단체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광장은 각 진영의 주장으로 갈라진 모습이 반복된다. 갈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일상적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다. 큰 혼란이 지나갔음에도 사회는 아직 그 시간을 온전히 지나오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함이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혼란의 시기가 길었던 만큼 다가오는 병오년(丙午年)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다시 안정과 화합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길 바란다. 최소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적으로 돌리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올해가 우리 사회에 깊은 아픔을 남긴 한 해였다면, 오는 2026년은 그 아픔을 정리하고 보듬으며 다시 공감과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붉은 말(馬)의 해를 맞아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 다시 앞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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