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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후원규모 세계 3위… 문화·디지털 활용해 기여도 높일 것" [fn이 만난 사람]

파이낸셜뉴스 유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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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상임이사국 된 한국
아동보호·긴급구호·기후변화 등
더 책임있는 목소리 내야할 때
후원 투명성 높이려 플랫폼 개발
K컬처 영향력, 인도주의로 연결도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한국이 어려울 때 세계가 도왔듯, 이제 받은 것을 흘려보내야 할 때입니다."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69)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월드비전이 상임이사국으로서 아동보호와 인도주의 대응, 긴급구호 등 여러 핵심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올해 한국월드비전은 창립 75주년을 맞아 월드비전 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1950년 한국전쟁 직후 세계의 후원을 받아야 했던 '수혜국'에서 국제 인도주의 무대의 중심인 '상임이사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한국월드비전이 국제구호를 이끄는 상임이사국이 되기까지의 여정과 역사적 의미, 향후 과제들을 조 회장에게 들어봤다.

―올해는 한국월드비전 창립 75주년이다. 역사적 의미와 가장 큰 전환점은.

▲월드비전의 75년 역사가 한국의 현대사와 거의 겹쳐 있다. 한국은 전쟁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고, 당시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케냐보다도 낮았다. 그 시절 한국에서 월드비전이 보육과 구호를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한국은 오늘날 세계 3위 규모의 후원국으로 성장했고, 전 세계 월드비전의 전략과 운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만장일치로 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상임이사국은 국가 규모로 결정되는 자리가 아니라 파트너십 전체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로 판단된다. 한국이 이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지난 75년 동안 한국월드비전이 만들어 온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한국월드비전은 전쟁 직후 '수혜국'에서 출발해 성장했는데, 이 여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월드비전의 역사는 국제개발 맥락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1950년대 우리는 월드비전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을 받던 나라 중 하나였다. 생존 자체가 과제였고, 개발이라는 개념은 사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한국은 짧은 기간에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성장을 이뤘고, 월드비전 안에서도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전환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많은 나라가 여전히 지원을 받는 구조 안에 머물러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 변화는 국제개발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전환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월드비전은 '현장을 실제로 아는 기관'이라는 강점을 갖게 됐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지금도 중요한 자산이다. 현재 한국월드비전은 미국·캐나다와 함께 가장 중요한 후원국 중 하나로, 혁신적인 모금 모델과 참여형 캠페인 역량에서도 국제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월드비전 국제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상임이사국에 확정됐다. 의미는.


▲상임이사국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월드비전 전체의 전략과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핵심 구조다. 국가의 경제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헌신적으로 파트너십에 기여해왔는지가 기준이다. 특히 만장일치로 선출됐다는 점은 매우 상징적이다. 현장에서 여러 국가 리더들이 한국월드비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그 평가가 진심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상임이사국으로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은.

▲이제 우리는 월드비전 전체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글로벌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아동보호, 인도주의 대응, 긴급구호, 교육, 생계, 기후변화 같은 핵심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 한국이 강점을 가진 모금·디지털·캠페인 분야의 경험을 파트너십 전체와 공유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성이다. 상임이사국은 결정에 대해 전 세계 아이들과 후원자들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내년 이후 한국월드비전이 집중하려는 핵심 전략은.

▲전쟁, 재난, 기후위기, 경제적 격차 등으로 취약한 아이들과 가정은 점점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이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전문적이고, 더 빠르며, 더 공감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후원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부금 감소와 정부 인도주의 예산 축소는 모든 비정부기구(NGO)가 직면한 과제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계속 열어두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와의 협력사업처럼 정부가 구조를 만들고 NGO가 현장을 섬기는 방식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투명성과 책임성은 후원자에게 중요한 가치다. 이를 어떻게 강화하고 있나.


▲투명성과 책임성은 NGO의 생명이다. 한국월드비전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외부 감사, 국제본부 감사 등 다중감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행정비 비율도 11%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후원금 투명성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후원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시범적용을 시작했고, 향후 국제본부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상임이사국으로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의제는.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민첩성과 디지털 전환이다. 월드비전은 규모가 큰 만큼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 한국은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분야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파트너십 전체의 속도를 높이고 국가 간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월드비전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만의 차별화는.

▲한국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문화적 확산력, 즉 K컬처다. 문화 콘텐츠의 영향력을 국제 인도주의 참여로 연결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홍보대사와 콘텐츠 협업을 통해 자발적 후원이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사례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이는 단순한 유명인 마케팅이 아니라 문화가 참여를 촉발하는 구조다. 앞으로 한국월드비전은 '문화·콘텐츠 기반 글로벌 참여 플랫폼'을 체계화해 국제 인도주의 협력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5주년을 맞아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국제사회에서 '부러움'과 '존경'은 다르다. 진정한 존경은 얼마나 나누느냐에서 나온다. 과거 한국이 어려울 때 세계가 도왔듯, 이제 한국이 받은 것을 되돌려 줄 때다. '성장한 나라'에서 '나누는 나라', 나아가 '존경받는 나라'로 가는 길에 한국 사회가 함께하길 바란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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