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지수가 75.6% 상승하면서 한국 증시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성적을 달성했다. 코스닥 지수도 36.5% 올라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을 모두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지 불과 1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쓴 것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9포인트(0.15%) 내린 4214.17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4226.36까지 올랐으나 결국 하락 마감하면서 역대 최고가(4221.87) 대비 단 0.18%를 남겨 놓고 마무리를 지었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7.12포인트(0.76%) 내린 925.47로 2025년을 마감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은 상반기 침체가 이어지는 동안 기관이 떠받치다가 하반기부터는 외국인이 끌어올리는 양상을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합산 기준 올해 연간 기관이 18조 2000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9조 7000억 원, 9조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지수의 연간 상승률 75.6%는 1988년(72.8%)을 제치고 1987년(92.6%), 1999년(82.8%)에 이어 역대 3위 기록이다. 당시 경제성장률이 11~12%대로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외 정책 불확실성, 원화 약세, 저성장 등 각종 악조건 속에서 힘겹게 달성한 기록이다. 비상계엄, 미국 상호관세 부과 등으로 4월 9일 2293.70까지 하락했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증시 부양 정책 기대감, 반도체 슈퍼 사이클 진입이 더해져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코스피는 압도적인 성과로 전 세계 주가 상승률 1위까지 차지했다. 주요 20개국(G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로 2위 칠레(57%), 3위 콜롬비아(53%), 4위 이스라엘(51%)을 모두 제쳤다. 일본 닛케이225(26.2%), 대만 자취엔(24.6%)은 물론이고 미국 나스닥(21.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7.4%)과도 격차를 크게 벌였다. 한국 증시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도 정상화됐다.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 초 12.66배에서 이날 17.59배로 크게 개선됐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84배에서 1.35배로 상승했다. 일 평균 거래량과 거래 대금은 각각 5억 1800만 주(넥스트레이드 8700만 주 포함), 16조 9000억 원으로 6.4%, 57.1% 증가했다.
올해 증시 상승의 1등 공신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자(11만 9900원)와 SK하이닉스(65만 1000원)는 각각 연초 대비 상승률이 125.4%, 274.35%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코스피 상장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1963조 3288억 원에서 올해 말 3477조 8395억 원으로 약 1515조 원 늘었는데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만 49%에 달한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쏠림 현상도 주목할 지점이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200%를 넘어 3배 이상 상승한 종목 수는 80개사(코스피 29개사, 코스닥 51개사)로 2022년(9개), 2023년(52개), 2024년(11개) 대비 큰 폭 증가했다. 특히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스퀘어(364.1%), 에이피알(362.0%), 효성중공업(353.2%), 이수페타시스(348.2%), 두산에너빌리티(329.1%), 현대로템(278.1%), 두산(206.3%),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2.7%) 등 코스피200을 구성하는 대형주 주가가 3~4배씩 뛰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비롯한 조선·방산·원전 등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부합한 계열사를 둔 그룹사와 그렇지 않은 그룹사 간 시가총액 증감 격차도 확대됐다. 올해 말 두산그룹 시가총액은 74조 46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202.0%, SK그룹은 601조 1000억 원으로 197.5% 증가하면서 각각 3배씩 늘었다. 한화그룹(181.5%)도 큰 폭 증가한 결과 포스코·셀트리온을 제치고 시가총액 6위로 등극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사상 첫 ‘사천피’를 달성하면서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만큼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에도 이익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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