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해외 주식투자 바람이 처음 분 것은 2006~2008년이었다. 당시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베트남 등 신흥국 증시가 인기였다. 특히 중국 투자가 대세였고, 중국 관련 주식형 펀드 붐이 일었다. 2014~2015년에는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후강퉁’ 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 투자가 다시 한번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주식시장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지금은 관심이 크게 줄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국내 주가가 급락하자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을 사 모으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등장했고 이들은 ‘동학개미’라고 불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서학개미’가 나타난 것이다. 2020~2021년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은 416억달러로 2018~2019년(41억달러)에 비해 10배 급증했다. 같은 시기 개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도 140조8천억원어치나 순매수해, 국내·해외 병행투자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코스피는 2021년 하반기 이후 올해 초까지 지지부진한 횡보세를 보인 반면, 미국 증시는 2022년 잠시 조정을 받은 뒤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분석을 보면 2020년 이후 코스피의 장기 수익률(10년 이동기하평균)은 -0.7~5.6%로 미국 에스앤피(S&P) 500 지수의 7.7~13.1%에 한참 못 미친다. 좀 더 길게 보면 미국 증시는 2013년 이후 장기 강세장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승률(12월29일 기준 75.8%)이 에스앤피 500 지수(16.6%)보다 훨씬 높았지만,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해외 주식을 312억달러 순매수한 반면, 국내 주식은 20조6천억원 순매도했다. 미국 증시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면서, 국내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팔아 차익실현을 한 뒤 미국 주식을 사는 패턴이 생겨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4일 고환율 대책의 일환으로 개인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22%)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서학개미들은 과연 돌아올까?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한국 증시의 장기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이다.
안선희 논설위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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