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정치권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통일교 전방위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난 15일 경기 가평군 통일교 본부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정효진 기자 |
통일교가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관계에 넓은 인맥을 만들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의혹이 통일교 내부 보고 문건에서 확인됐다. 일본에서는 교단 고위 관계자가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여러 차례 만났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3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통일교 ‘TM(True Mother·참어머니) 특별보고’ 문건을 보면, 도쿠노 에이지 당시 일본 통일교 회장은 2019년 7월2일 아베 당시 총리 등과 면담했다는 보고 내용이 나온다.
도쿠노 회장은 이 보고에서 “오늘 7월2일, 오전 11시20분에 자민당 본부 총재실 옆에 있는 응접실에서 아베 수상(총리)과 하기우다 코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과 면담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면담이 진행된 자민당 본부 응접실에 관해 “전후 일본 정치를 짊어지고 온 여당 자민당의 역대 총재들의 사진이 모두 걸려 있었다”며 “자민당 역사 그 자체, 나아가 일본 정치 그 자체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 같은 응접실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민당 총재를 역임한 인물의 90%는 그대로 일본 수상이 된 인물들입니다. 그런 역사적인 응접실에서 아베 수상과 만났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도쿠노 회장은 아베 총리와의 면담이 2012년 12월 이후 여섯 번째라고 했다.
도쿠노 회장은 ‘이번 참의원 선거 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도 했다. 그는 “30만표를 목표로 하고 최저 20만표를 사수하겠다고 하며 조직을 들어 싸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에 대해 아주 기뻐하고 안심하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했다. 도쿠노 회장은 2018년 2월4일 보고에서도 “(오키나와현 나고시 시장선거에서) 우리 통일 운동이 적극적으로 응원한 자민당의 보수계 후보자가 일본 공산당이 지지한 혁신계 후보자에 3000표 차이로 승리했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도쿠노 회장은 한학자 총재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아베 총리에게 “하나님과 참부모님(문선명·한학자 부부를 지칭), 전인류를 위해 살고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일본을 만들어달라”며 “한국과 사이좋게 하는 것, 한·일 일체화가 정말 중요합니다”라고 전했다고 보고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이 메시지를 “얌전히 들어주었습니다”라고도 기록했다.
이 보고에는 일본뿐 아니라, 네팔·파라과이 등 여러 국가가 등장한다. 솔로몬제도에 대해 거론할 때는 ‘전 국회의원 52명을 호주로 끌어내 원리 세미나(교리 교육)를 하기로 계획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의 국회의원과 대통령, 총리와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내용도 다수 발견됐다.
세계 각국에서 정·관계 인사들과 만나거나 다양한 종교적 활동과 자금력을 동원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통일교 교세를 확장하고 ‘한일 해저터널’ 등 국제적으로 연관된 숙원 사업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TM 특별보고’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세계 각국에 대한 로비 활동이 비교적 상세히 담긴 것으로도 추정된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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