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성폭행이 당연했다" 성희롱 일본인 상사, 한국 비하 막말까지...

다국적 기업에서 상사의 성희롱을 신고한 한국인 여성이 회사로부터 '비밀 유지 동의서'를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련이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국적 기업에서 상사 성희롱을 신고한 한국인 여성이 회사로부터 '비밀 유지 동의서'를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JTBC 시사교양프로그램 '사건반장'에선 시가총액 약 300조원, 직원 수 7만 명 규모의 다국적 미국 기업 S사에 근무 중인 30대 여성 A씨 피해 사례가 소개됐다.

A씨는 최근 직장 상사로부터 반복적인 성희롱성 발언을 듣고 내부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조사 과정에서 "사내에서 논의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해고될 수 있다"며 비밀 유지 동의서(NDA)에 서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A씨는 "언론을 통해 일부 내용만 단편적으로 전해지다 보니 실제로 겪은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직접 피해 사실을 밝히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일본 국적 상사가 회식이나 팀 미팅, 공식 회의 등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 상사는 과거 아프리카 근무 경험을 언급하며 "그때는 성폭행이 당연했다"는 식 말을 했고 A씨가 귀를 막으며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이 상사는 "젊었을 때 주변의 모든 여자를 임신시키고 싶었다", "남자는 자신의 DNA(유전자정보)를 남기고 싶어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팀 미팅 중 '일본에 지진이 나면 너 같은 미혼 여성은 재난대피소에서 강간당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이 상사는 A씨에게 "결혼 생활에 불만이 있는 고위 임원과 사귀어보는 건 어떻겠느냐", "여자친구가 되면 돈도 많고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 전 세계 권력층이 서로 비밀을 공유하기 위해 자녀에게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등 사실로 보기 어려운 주장도 늘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한국인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역사·정치적 발언도 문제 삼았다. 상사는 "일본이 한국을 합법적으로 조금씩 지배한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A씨가 반박하자 "그땐 다 그랬다. 독일도, 러시아도!"라며 언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A씨가 이러한 피해 사실을 회사에 공식적으로 알리자, 회사는 비밀 유지 동의서 서명을 요구했다. 이후 A씨는 다른 상사 아래에서 근무하도록 조정됐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는 직책 변동 없이 기존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건반장 출연진들은 이번 사례가 글로벌 기업 내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과 신고자 보호 문제가 여전히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JTBC 시사교양프로그램 '사건반장'에선 시가총액 약 300조원, 직원 수 7만 명 규모의 다국적 미국 기업 S사에 근무 중인 30대 여성 A씨의 피해 사례가 소개됐다./사진=JTBC 사건반장 화면캡처.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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