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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담긴 가방 290개 쏟아졌다…홍명보호 뛸 그곳서 무슨 일이

중앙일보 송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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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본선 2경기를 치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 인근 지역에 치안 관련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안팎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본선 2경기를 치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 인근 지역에 치안 관련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안팎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내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본선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를 멕시코 과달라하라 지역 치안에 빨간 불이 켜졌다. 뒤숭숭한 강력 사건이 잇따르면서 ‘치안 유지’가 대회 성공 개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일간지 엘우니베르살을 포함한 멕시코 언론은 29일(현지시간) “과달라하라 인근 도시 사포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2명이 숨지고 5명 이상이 총상을 입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멕시코 당국에 따르면 고급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람보르기니 우루스를 몰고 사포판 도심의 상업 시설 플라사델솔 인근을 지나던 운전자가 5명 이상의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를 호위하던 경호원들이 응사하면서 총격전으로 번졌다. 사건 이후 할리스코 법의학연구소는 “현장에서 100개 이상의 탄피와 여러 개의 장총 및 고성능 무기 탄창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발생 지역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 경기를 치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직선거리로 7㎞, 차량으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 A조에 배정 받은 한국은 이곳에서 내년 6월12일 유럽 플레이오프 승자와 첫 경기를 치른다. 19일에는 같은 곳에서 개최국이자 홈팀 멕시코를 상대한다.

아크론 스타디움내 관중석을 수색하는 보안 인력. AP=연합뉴스

아크론 스타디움내 관중석을 수색하는 보안 인력. AP=연합뉴스


멕시코는 대회 개최가 다가오면서 ‘축구를 즐기기 안전한 나라’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달 초 할리스코주(州) 관광부장관 명의로 “내년 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안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치안 불안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월드컵 기간 중 1만5000명에서 2만 명 규모의 보안 인력을 배치하고, 총 1만 대가 넘는 보안 카메라를 운영한다는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뒤숭숭한 사건들이 잇따른다. 지난 10일에는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20㎞ 가량 떨어진 라스아구하스 지역 주거단지 건설 현장에서 시신이 든 가방 290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지난 2022년부터 이 지역에서 발견된 시신 가방은 456개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도심지 한복판에서 총격 사건까지 벌어지며 안팎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잇단 불상사가 구조적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사포판을 포함한 과달라하라 일대는 태평양 연안 항구(만사니요)와 내륙을 잇는 관문이다. 미국으로 향하는 교통과 물류의 허브 역할을 하는 요충지다 보니 각종 이권 관련 다툼이 빈번하다. 멕시코 내 주요 범죄 단체 중 하나인 할리스코 뉴 제너레이션 카르텔(CJNG)도 이곳을 근거지로 삼아 활동 중이다. 마약과 무기 밀매, 납치, 절도, 자금 세탁 등을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

범죄 조직이 막대한 수익을 앞세워 군대에 버금가는 수준의 무장 단체로 진화한 까닭에 지역 내에 공권력의 손이 제대로 닿지 않는 곳이 많다. 지난 10월 멕시코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할리스코주에서 올해 초부터 9월까지 발생한 살인 사건은 963건에 이른다. 그중 상당수가 CJNG과 연루된 조직형 범죄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아크론 스타디움 외곽을 경비하는 멕시코 연방경찰 병력. AP=연합뉴스

아크론 스타디움 외곽을 경비하는 멕시코 연방경찰 병력. AP=연합뉴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멕시코 정부는 현재 연간 390만 TEU 수준인 만사니요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2030년까지 1000만 TEU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항구 확장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636억 멕시코 페소(약 4조4400억원)를 쏟아 붓는다. 현재 라틴 아메리카 3위 수준인 물류 처리 능력을 세계 15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인데, 이 경우 과달라하라를 거치는 물류 또한 함께 증가할 전망이어서 향후 이권 관련 다툼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BBC는 “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건 충격적이지만, 대회 전반적인 흥행(티켓 판매 또는 관심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멕시코에 대해서는 개최도시 운영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멕시코에서 조직범죄는 종종 공공장소에서의 무차별적 총격으로 번진다”면서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군과 연방경찰을 추가 투입하고, 경기장 인근의 통제 구역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는 보안 비용의 증가는 물론, 관광객과 지역민들의 피로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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