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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대상보다 여운이 남았던 전현무의 90도 사과 [M-scope]

MHN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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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홍동희 선임기자) 지난 29일 밤, 상암동 MBC 공개홀의 주인공은 단연 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유재석이었다. 하지만 축제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대중의 뇌리에 가장 깊게 박힌 잔상은 화려한 폭죽이나 수상 소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대 위에서 소리 없이, 그리고 아주 깊숙이 허리를 숙인 전현무의 '90도 인사'였다.

그의 인사는 감사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처절한 사과이자, 무너진 집을 지키려는 가장의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이날 '올해의 예능인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전현무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그는 "축제 분위기지만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며 입을 뗐다.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 자리에 함께 있어야 했을 박나래와 키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이른바 '주사 이모'라 불리는 무면허 의료업자 스캔들로 동료들이 불명예 하차한 상황. 프로그램의 수장인 전현무는 변명 대신 동료들의 일탈을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는 '대리 사과'를 택했다. 폐허가 된 '나 혼자 산다'의 스튜디오에서 도망치지 않고,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내겠다는 리더의 결기였다.


사실 지난 일주일은 전현무에게 한 편의 블랙 코미디와 같았다. 불과 며칠 전인 21일, 그는 친정 KBS에서 입사 20년 만에 연예대상을 받으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KBS가 나를 키웠다"며 흘린 눈물은 그간의 '밉상' 이미지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축포가 터지기도 전, 방송가는 불법 의료 시술 의혹으로 얼어붙었다.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연루되면서 불똥은 자연스럽게 전현무에게 튀었다. 과거 그가 차 안에서 링거를 맞던 장면이 소환되며 "전현무도 고객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졌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전현무가 택한 생존법은 '투명성'이었다. 그는 "안 했다"는 말 대신, 2016년 당시의 진료기록부와 처방전을 언론에 전면 공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신의 한 수'가 터졌다. 처방 내역에 발기부전 치료제인 '엠빅스'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중은 당황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거짓말을 할 남자는 없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의료계에서 탈모약 복용 부작용 완화를 위해 해당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범법자'가 아닌 '탈모와 남성적 고민을 안고 치열하게 사는 40대 중년'으로 재정의되었다.


가장 감추고 싶은 치부를 공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결백을 입증한 이 '웃픈' 상황. 이것이 그를 도덕적 파산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는 은밀하게 불법 시술을 받은 동료들과 그를 명확히 구분 짓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전현무는 시상식에서 "2026년 '나 혼자 산다'는 새롭게 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며 프로그램의 리부트를 선언했다. '팜유 라인'은 무너졌고 무지개 모임은 텅 비었지만, 그는 남았다.

물론 과거 차량 내 의료 행위에 대한 지적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숨지 않고 자신의 약점까지 드러내며 정면 돌파한 그의 태도는, 그가 왜 대체 불가능한 MC인지를 증명했다.

트로피의 영광보다 90도 사과의 진심이 더 빛났던 밤. 전현무는 살아남았고, 더 단단해졌다. 2026년, 이 리더가 다시 쌓아 올릴 '나 혼자 산다'의 새로운 챕터를 기대해 본다.

사진=MHN DB,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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