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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대신 징벌적 과징금"···과징금 상한 5억→50억 상향

서울경제 배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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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 확정
李 대통령 “속도 내라” 주문
단순 행정착오·경미한 민생사범, 과태료 전환


정부가 기업의 경제 활동을 옥죄어온 낡은 형벌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기업의 불공정거래 등 중대 위법행위에 대해 관행적으로 적용하던 형사처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대신 위법 행위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거나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제적 제재로 정책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다. 동시에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이나 영세 소상공인의 생계형 경미한 위반에 대해서는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해 전과자 양산을 막고 민생 경제의 숨통을 틔우기로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9월 발표된 1차 방안(110개 규정 정비)에 이은 후속 조치로 기획재정부·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총 331개의 경제형벌 규정을 정비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규제 혁신안이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형벌 만능주의’의 탈피다. 그동안 우리 법체계는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해 즉각적인 형사처벌을 가하는 방식을 고수해왔지만 수사와 재판에 장기간이 소요되어 신속한 위법 시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금전적 책임성 강화 △사업주 형사리스크 완화 △민생경제 부담 완화 등 3대 원칙을 세우고 법체계 정비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업의 중대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 방식의 전환이다. 정부는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등 공정거래 관련 법령 위반 시 즉시 형벌을 부과하던 조항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시정명령을 우선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만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형사처벌이 사라진 자리는 강력한 금전적 철퇴가 채운다. 위법 행위를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과징금 상한액을 기존 대비 최대 10배 이상 대폭 상향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납품업자의 타사 거래를 방해하는 ‘배타적 거래 강요’ 행위의 경우 기존에는 징역 2년 이하의 형벌이 부과됐으나 앞으로는 위법 즉시 형벌 조항이 폐지된다. 대신 시정명령과 함께 부과되는 정액과징금 한도가 기존 5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10배 오른다. 건설사가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을 받고도 하청업체에 이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역시 기존에는 하도급대금의 2배 내 벌금형이었으나 앞으로는 징역형이 폐지되고 정액과징금 상한이 2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상향된다.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도 돈으로 죗값을 묻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동통신사 등이 위치정보 유출 방지 노력을 소홀히 할 경우 기존에는 징역 1년의 처벌을 받았으나 앞으로는 형벌이 폐지되는 대신 과징금이 4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5배 강화된다.

기업 활동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단순 행정 착오나 경미한 의무 위반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사처벌을 가하던 관행도 사라진다. 전과자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없애고 기업인들이 과도한 형사리스크 없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대기환경보전법 등 182개 규정을 정비한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제작사가 온실가스 배출 허용기준 준수 확인 서류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할 경우 기존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져 형사 전과가 남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동일한 금액의 과태료 부과로 전환된다. 다만 서류를 거짓으로 제출하는 등 고의성이 짙은 경우에는 형벌이 유지된다.


이번 방안에는 소상공인과 일반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과도한 형벌 부담을 줄이는 내용도 대거 포함됐다. 총 120개 규정이 민생경제 부담 완화 차원에서 정비된다. 최근 레저 인구 증가로 늘어난 캠핑카 튜닝과 관련해, 튜닝 승인을 받고도 검사를 받지 않은 차주에게 부과되던 벌금 100만 원이 과태료 100만 원으로 전환된다. 검사 절차를 단순히 인지하지 못해 전과자가 되는 억울한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실수로 관리비 징수 내역 서류를 파쇄하거나 5년간 보관하지 않았을 때 적용되던 징역 1년의 처벌 규정도 과태료 1000만 원으로 바뀐다.

이번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재 처분 방식을 확립하고,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경제형벌 합리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형벌보다는 경제적 제재를 통해 실질적으로 위법행위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기업들의 사법 리스크가 줄어들고, 과도한 형벌로 인해 위축됐던 민간의 투자와 고용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발표된 331개 규정 정비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내년도 1분기 중에 일괄 제출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1분기 중으로 3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 마련에도 착수해 규제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중대 범죄에는 더 무거운 경제적 책임을 지우고 경미한 실수에는 관용을 베푸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경제 법령에 구현한 것”이라며 “현장에서 즉시 체감 가능한 개선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상윤 기자 prize_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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