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기자]
[디지털투데이 이지영 기자] 2025년 금융권을 관통한 키워드는 '생산적 금융'이다.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금융권에 자금 운용의 축을 부동산에서 산업·혁신 분야로 전환하라는 정책적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고, 그에 맞춰 금융사들은 생산적·포용 금융으로 대전환을 본격화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연간 순이익 18조원 시대를 눈앞에 뒀으나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은행법 개정, 대규모 과징금 이슈 등 부담 요인도 동시에 불거졌다. '돈을 벌수록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는' 금융권의 딜레마가 한 해 동안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내년 금융권은 성과와 함께 규제·책임·전환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강화,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긍정적 흐름 이면에서 자본비율 부담과 과징금 리스크,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연합뉴스] |
[디지털투데이 이지영 기자] 2025년 금융권을 관통한 키워드는 '생산적 금융'이다.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금융권에 자금 운용의 축을 부동산에서 산업·혁신 분야로 전환하라는 정책적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고, 그에 맞춰 금융사들은 생산적·포용 금융으로 대전환을 본격화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연간 순이익 18조원 시대를 눈앞에 뒀으나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은행법 개정, 대규모 과징금 이슈 등 부담 요인도 동시에 불거졌다. '돈을 벌수록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는' 금융권의 딜레마가 한 해 동안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내년 금융권은 성과와 함께 규제·책임·전환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강화,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긍정적 흐름 이면에서 자본비율 부담과 과징금 리스크,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이다.
◆4대 금융 최대실적에 주주환원 강화…실적 힘입어 회장 연임 잇따라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4대 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5조8124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16조4205억원)에 육박했다. 4분기 실적까지 반영할 경우 연간 순이익은 18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년 연속으로 금융지주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은 3분기 누적 5조121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다. 순이익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금융 역시 4조4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늘었으며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3조4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고 우리금융은 2조7964억원으로 5.1% 늘어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러한 금융지주의 호실적은 금리 하락 국면에서도 이자이익 방어와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맞물리며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호실적은 주주환원 강화로 직결됐다. 올해 4대 금융의 주주환원율은 40~50% 수준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50%를 웃도는 주주환원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고 신한·하나·우리금융도 40%대 중후반 수준이 거론된다.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기조가 동시에 강화되는 흐름이다.
최대 실적을 앞세워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행렬도 이어졌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되며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역시 지난 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9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가운데)과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왼쪽 두번째), 모험자본투자를 주관하는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오른쪽 첫번째)가 금융권서 제일 첫 주자로 '생산적 금융'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우리금융그룹] |
◆생산적 금융·포용 금융으로 대전환…가계부채 관리 정책에 증가폭 둔화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면서, 금융의 역할을 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이 분명해졌다. 이에 금융권은 부동산 중심 금융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혁신 분야로 자금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금융시스템 전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대규모 자금 투입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향후 5년간 각각 110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하기로 했고, NH농협금융지주는 108조원, 하나금융은 100조원, 우리금융은 80조원을 배정했다. 첨단·혁신·벤처 산업을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해 부동산 금융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가계부채 관리 기조도 한층 강화됐다. 정부는 6.27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 이어 10.15 추가 규제를 시행하며 대출 규제 강도를 높였다. 6.27 대책에서는 가계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0%로 적용했다. 이어 10.15 대책에서는 주택가격 구간별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세분화해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시에는 2억원으로 각각 제한했다.
이 같은 정책 효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점차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2025년 11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11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4조1000억원으로 전월(4조9000억원) 대비 축소됐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9000억원 증가해 전월(3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세부적으로는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조1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급감했고, 정책성 대출은 9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기타 대출은 1조4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각각 증가폭이 감소했다. 다만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3000억원 늘어 전월(1조4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되며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는 남았다.
그밖에도 올해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24년 만에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2금융권 저축은행, 상호금융업권의 자금 유입 기대를 모았으나 뚜렷한 머니무브 현상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또한 올해 인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4 인터넷전문은행은 컨소시엄 4곳이 모두 사업 혁신성 부족 및 자금 조달 등에서 미흡하단 평가를 받으며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핀테크 업계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어디서 주도할 것인지 여부로 한 해 내내 한국은행 및 정부와 주도권 전쟁을 벌였다. 연내 디지털가산기본법 제정은 이뤄지지 못했으며 발행 주체는 은행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티메프 사태'로 촉발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결제대행업자(PG사)는 내년부터 정산자금을 전액 외부에 관리하게 됐다.
결제 시장에선 토스와 네이버페이가 얼굴 인식 결제가 탑재된 단말기를 가맹점에 선보이며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티메프 사태의 여파로 PG업계는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
◆규제·과징금·자본비율 삼중 압박
내년을 앞둔 금융권에는 부담 요인이 적지 않다.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은행은 대출 가산금리에 예금자보험료와 각종 출연금 등 법정 비용을 반영할 수 없게 됐다. 수익성에 구조적인 제약이 생긴 셈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강도 높게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대출 규제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를 위한 대규모 재원 투입과 함께, 홍콩 H지수 연계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과징금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고환율 환경도 은행 건전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실제로 올해 9월 기준 국내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59%로 전분기(13.62%) 대비 0.03%p 하락했다. 규제 비율을 크게 웃돌고는 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과징금 리스크도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에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 및 과태료를 사전 통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이 LTV 관련 담합을 했다고 판단해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은행들이 해당 금액의 600%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RWA)을 적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RWA가 늘어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하락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은행들은 대출 여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출 축소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대전환'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라는 성과 이면에서 금융권이 풀어야 할 구조적 딜레마가 내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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