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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美 제재 뚫고 중국판 AI 칩 만든 화웨이, 엔비디아 대항마 될 수 있을까

조선비즈 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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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 건물./화웨이 제공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 건물./화웨이 제공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수단이 어떻든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됩니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서 미국의 전방위적인 기술 제재를 뚫고 화웨이가 고안해 낸 전략을 표현하는 데 적절한 속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웨이는 지난 26일 내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최신 AI 칩 ‘어센드 950’ 및 AI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 중심으로 형성된 AI 칩 시장에서 AI 관련 기업들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입니다.

가장 큰 의문점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AI 반도체를 어떻게 화웨이가 구현했냐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나 브로드컴처럼 자유롭게 대만 TSMC의 최첨단 공정을 사용할 수 없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화웨이는 어떤 방식으로 엔비디아와 경쟁을 벌이게 될까요.

◇ “칩 성능은 비교열위, 물량·대역폭으로 상쇄"

화웨이가 최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항마로 내세운 ‘어센드 950’은 구체적인 칩 구조와 구현 방식에서 많은 부분이 비공개인 상태지만, 현재까지 발표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현실적인 조건에서 최대한 묘수를 꺼내든 것으로 보입니다. 첨단 공정의 칩을 만들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 화웨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의 칩을 더 촘촘하게 대량으로 붙여 일종의 클러스터를 만들고, 칩 간 통신 성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엔비디아는 개별 GPU 칩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엔비디아의 GPU 생산에 항상 업계 최첨단 공정이 적용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칩 하나의 성능과 밀도·효율을 끌어올리고, 이를 고속 칩 간 연결과 CUDA 생태계로 묶어 적은 수의 GPU로도 높은 처리량을 뽑아냅니다. 같은 모델을 더 적은 칩으로, 더 짧은 시간에 끝내는 구조가 엔비디아의 강점입니다.

화웨이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단일 칩의 절대 성능과 생태계에서 엔비디아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더 많은 칩을 촘촘히 연결해 시스템 총량으로 목표 처리량에 도달하겠다는 전략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단일 칩 성능에서 생길 수 있는 격차를 인정하고, 노드 수 확대와 통신 대역 증폭으로 이를 상쇄하는 방식입니다. 업계에서 클러스터 전략이라는 표현이 붙는 이유입니다. 같은 목적지에 도착하되, 화웨이는 ‘물량’과 ‘연결’로 길을 넓혀 서울에 가겠다는 발상에 가깝습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아무 근거 없이 확실한 목표 성능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어센드 950 시리즈는 칩 간 인터커넥트 대역폭을 2TB/s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최대 연산 능력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대형 모델에서 병목이 되기 쉬운 메모리 대역폭과 노드 간 통신을 함께 키워 시스템 전체의 학습·추론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향성을 채택한 것입니다.

◇ AI 인프라 구축 비용 절감 효과는 미지수

중요한 건 엔비디아라는 안정적인 선택지를 두고 화웨이를 선택하게 만들 매력적인 옵션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적극적으로 가격대를 낮춰 주요 IT 기업들의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엔비디아의 AI 칩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다만 AI 인프라 구축 비용뿐만 아니라 향후 운영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단기적으로는 화웨이의 방식이 엔비디아 대비 비용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전력 운용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대형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비슷한 수준의 연산 성능을 갖추려면 화웨이의 모델은 더 많은 칩과 서버가 들어가고, 그만큼 전력과 냉각, 랙 공간, 네트워크 부담이 늘어난다”며 “칩 수가 늘수록 동기화와 통신 비용이 커지는 것도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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