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K바이오의 놀라운 진화

한국 바이오산업이 성공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기업들이 직접 증명하고 있다. K바이오의 발전 과정은 원시생명체에서 지구의 주인이 된 인류의 진화과정과도 닮아있다. 불모지에서 시작한 K바이오 산업은 이제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K바이오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의 개발과 생산에서 자체 신약개발로 발전하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이런 발전과 진화는 각 기업들이 단·중·장기 계획에 맞춰 치밀하게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들에도 기민하고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K바이오의 성공적 진화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두 회사는 K바이오라는 생태계를 함께 일구고 있다. 지금까지 성공전략은 다르지만 바이오의약품 제조에서 시작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은 공통점으로 볼 수 있다.

K바이오의 진화의 첫 단추는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이라 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생산해 냈다. 정교한 공정 기술과 대규모 생산 시설을 인정받으며 바이오산업의 변방국가에서 글로벌시장의 일원으로 K바이오를 편입시켰다. 셀트리온이 바이오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을 뚫어냄으로서 K바이오 후발주자들에게 기회를 열어줬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후 삼성그룹의 바이오산업 진출은 K바이오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삼성은 반도체에서 보여준 '초격차 제조 기술'을 바이오에 이식하며 회사 창립 이후 불과 10여년만에 세계 1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최근 공격적인 증설과 해외 공장 인수를 통해 그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는 자체 신약개발이란 진화를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의 제형을 바꿔 신약과 유사한 지위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서정진 회장은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40%를 혁신 신약에서 창출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미래 먹거리로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다중항체를 택하고 신약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할해 바이오투자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출범시켰다. 분할 후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신약 개발을 선언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 10년간 쌓아온 글로벌 임상, 허가, 품질 관리 경험을 이제 혁신 신약에 이식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또 별도의 신규 자회사 에피스넥스랩을 설립해 바이오기술 플랫폼 개발사업을 영위할 예정이다. 에피스넥스랩은 글로벌 바이오텍모델을 기본으로 확장성이 높은 요소 기술을 플랫폼화하고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만의 성공 DNA를 바탕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인류는 직립에 성공하고 도구를 개선하며 차근차근 활동영역을 넓혔다. 변방의 관찰자에서 주류 생태계의 일원으로 성장했으며 지구의 지배자로 성장했다. K바이오를 인류진화의 단계로 치면 생각하는 인류 즉 '호모사피엔스' 단계정도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창의성을 발휘해 문명을 일군 호모 사피엔스처럼 K바이오기업들이 과거에 없던 새로운 길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인류는 쉼 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했다. 한국 바이오산업도 대내외적인 변수를 극복하며 성장해 왔다. 그리고 그 대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바탕엔 우리가 가진 혁신 DNA가 자리잡고 있다. 다가오는 2026년에도 K바이오의 진화는 이어질 것이다.

김명룡 바이오부장 drago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