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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촌 양성평등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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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근 만난 한 여성농업인은 "이제는 남편의 일을 돕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경영하는 농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 곳곳에서 여성농업인이 생산과 경영, 가공과 유통까지 책임지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성농업인은 더 이상 '보조 인력'이 아니다. 전체 농업인의 52%를 차지하며 농업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하고 가정 돌봄과 지역 공동체 유지까지 책임지는 농촌의 핵심 주체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책과 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농정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데서 출발했다. 장관으로서 여성농업인이 현장에서 체감해온 불합리를 바로잡고, 선언이 아닌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응답하는 것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아왔다. 정책의 방향은 분명했다. 여성농업인을 농업과 농촌을 함께 이끌어가는 당당한 주체로 세우는 일이었다.

그 첫걸음으로 여성농업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공동경영주 제도를 손질했다. 기존에는 여성 공동경영주가 잠시 다른 일에 종사할 경우 농업인 자격을 상실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제는 연간 2000만원 미만의 근로소득과 90일 이상 영농 종사가 확인되면 취업을 하더라도 공동경영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농한기 일시적 취업이 불가피한 농촌의 현실을 반영한 변화다.

이와 함께 현장의 오랜 바람이었던 농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농지 전용 절차 없이 농지 위에 화장실 등 농작업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는 여성농업인뿐만 아니라 청년 농업인과 외국인 근로자 등 다양한 농업 주체들이 보다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내년도 하위법령 개정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서 일시적인 개선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여성농업인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정책 추진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한시 조직이었던 농촌여성정책팀을 정규 조직인 '농촌여성정책과'로 개편하고 인력을 확충한다. 이를 통해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과 복지 확대는 물론 농촌 사회 전반에 양성평등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존엄은 거창한 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일하는 현장에서 존중받고, 일상에서 불편을 겪지 않으며, 스스로의 역할을 당당히 인정받는 데서 출발한다. 여성농업인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일하며 경영의 주체로 설 때 농촌은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공동체의 온기도 함께 커질 것이다.

정부는 여성농업인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끝까지 동행하겠다. 제도와 조직개편은 출발선에 불과하다. 그 변화가 현장의 삶 속에서 실제 체감되는 성과로 이어질 때까지 책임을 다하겠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고, 가장 늦게까지 챙기는 정부가 되겠다. 이것이 행복한 농촌을 향해 국민주권정부가 드리는 약속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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