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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출품작, 다 냄새가 나" 티 안날 줄 알고 썼던 '이것' 심사위원 알아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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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5년 12월 29일 (월)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인터뷰 : 최민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이분 워낙 유명하지만, 저는요 이분 이름을 위키백과에 검색해 봤습니다. 영화 감독이 한 분 계시고요. 소설가, 작가 한 분 극작가 한 분 계시고 배우도 한 분 계신데 또 나머지 세 분은요. 컬링 선수, 다트 선수, 야구인. 비슷한 분야 아닌 세 분은 또 스포츠 쪽이네요. 그중에 소설가, 작가인 최민석 작가모셨습니다. 제가 이분을 소개해 드리자면 유머니스트라고 했잖아요. 만약 말기 암 환자에게 1년의 여명을 알려줘야 되는 의사라면, "이분을 어떻게 알려주실까" 한번 상상해 봤거든요. 이렇게 알려주실 것 같아요. "제가 뭘 잘 못 맞추고요, 제가 하는 게 잘 틀립니다"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환자는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약간 웃으실 것 같습니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이자 마음과, 전 세계 어디든 여행 못 가는 곳이 없는 여행가이기도 합니다. 최민석 작가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 안녕하십니까. 뭘 잘 못 맞추고, 말도 잘 못하는데 불러주셔서 황송한 최민석입니다.

◆ 김우성 : 아니요. 팬들이 실제로 그 교보에 같은 데 보면, 최민석 작가의 책 밑에 댓글 달게 해놨잖아요. 이런 식의 얘기들이 많습니다. "이름 보고 궁금해서 왔는데 그 작가가 왔군요." 이런 평가도 많고 '능력자'라는 소설은 여러분들도 정말 감동과 재미로 보셨을 것 같고요. '시티투어 버스를 탈취하라'라는 작품으로 데뷔하신 분이죠. 제가 이렇게 소개 다 해놓고 어려운 질문을 드릴 겁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 최민석 : 맞아요. 저 소설 쓰고요. 에세이도 쓰고, 뭐 이것저것 또 시켜주는 일 있으면 가리지 않고, 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변방 작가 최민석입니다.

◆ 김우성 : 예. 변방 작가, 변방이 무슨 의미일지 좀 궁금해집니다. 사실은요, AI는 목적 지향적입니다. 저희가 질문을 던지거나, 요구 사항을 프롬프팅 하면 거기에 걸맞은 답을 최대한 맞아 보이려는 답을 애써 가져오잖아요. 그런데 인간계에서 좀 최고봉인 이 작가님들은 잡담도 가능하고요, 동문서답도 가능하시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저희가 좀 잡담 같은 느낌 또 한편으로는 영어로 'JOB' 먹고사는 문제, 잡담 같은 얘기들을 좀 해보려고 합니다. 이게 지금 뭐라고 불러드려야 됩니까? 그러면 소설가, 여행가 뭐 지금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이렇게 본인을 소개하셨는데 본인은 뭐라고 불릴 때 가장 "그래 이게 나지" 이래요?

◇ 최민석 : 저를 부르는 게 많습니다. '최 작가'라고도 부르는 데도 있고, 뭐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데도 있고, 요즘 제가 다시 공부하고 싶어서 학부생이 됐는데 학교에서는 이 20살 학생들이 저한테 "민석님"이라고 부릅니다.


◆ 김우성 : '민석님' 굉장히 간결하네요.

◇ 최민석 : 30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뭐든지 상관이 없습니다.

◆ 김우성 : 예. 소설가들은 자기가 이렇게 손으로 이야기 글 활자를 써서 이야기를 만드는데, 저는 이분이 자기 삶으로 자꾸 소설을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잠깐 얘기를 했는데 소개해도 되겠죠. 이미 밝히셨으니까. 지금 우리 나이로 50이 다 돼 가는데, 서울대 불문과 3학년에 들어가셨어요. "왜?"라는 질문을 하실 것 같아요. 청취자들이.

◇ 최민석 : 소설을 좀 길게 써보고 싶었는데, 제가 소설가는 평생 공부해야 되는 직업이거든요. 그러니까 자기의 경험을 팔아서 쓰는 거는 한계가 있어요. 결국은 소설가가 범죄 소설을 쓴다고 해서 그 경험을 위해서 살인을 저지를 수는 없는 거고, 전쟁 소설을 쓰기 위해서 헤밍웨이처럼 참전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공부를 해서 써야 돼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공부를 쭉 해오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공부의 목적은 내 소설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잖아요. "내 소설의 부족함이 뭘까?" 생각해 보니까 "우아함"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우아함을 어떻게 하면 좀 채울 수 있을까?" "프랑스 문학을 공부해야겠다!" 그래서 불문과 학생이 다시 된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뭐 불어를 잘해서 바로 대학원에 갈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은 아니고, "학부 공부를 한번 해보자" 싶어서 지원을 했는데 감사히 뽑아주셔서 고마운 마음으로 다니고 있죠.

◆ 김우성 : 예. 저는 최민석 작가님을 그래도 좀 오래전에 뵌 기억이 있고, 오랜 인연이 있는데요. "왜 우아해야 되지?"라고 속으로 반문하면서 답을 듣고 있었는데, 이 최민석 소설가는 에세이도 많이 썼습니다. '고민과 소설가'라는 에세이는 청년들과의 고민을 풀어낸 책이거든요. 그런데 이 얘기에 이게 나오더라고요. 좋은 어른이 되는 법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변하고, 끊임없이 깨어지는 것' 이라고 표현하셨어요. 그럼 지금 그걸 실천하실 거니까 어떻게 보면 이 답에 무게감이 크네요.

◇ 최민석 : 깨지는 거야 뭐 늘 여기저기서 깨지고 있고요. 학생이다 보니까 또 학점 못 받으면 깨지는 거고. 집에서 이제 설거지 잘 못했을 때 기름때 묻어 있으면 또 깨지는 거고, 아들한테도 혼나고, 뭐 댓글로도 뭐 방송이나 책 잘 못 썼을 때 댓글로도 혼나고 그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릴지라도 앞으로 계속 나가는 것' 그게 제가 좋아하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이에요. '끊임없이 거슬러 향해 오는 조류를 향해서 내가 계속 앞으로 전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삶이다' 그게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 삶의 얘기는 AI가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소설가들은 이렇게 한 장면 한 장면 조각을 갖고 설명을 잘하네요. 능력자라는 소설의 공평수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진짜 승리 이런 뉘앙스에 있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 최민석 : 그걸 또 읽으셨군요.

◆ 김우성 : 그런데 지금 하신 말씀이 어떻게 보면은, 최민석 작가에게 관통된 하나의 얘기 같아요.

◇ 최민석 : 그 제가 생각하는 전진이라는 것은 세상의 평가나 견해가 아니라, 각자 모두가 정하는 스스로의 기준이 있잖아요. "내가 원하는 무엇" 세상이 볼 때는 아주 하찮고, 아주 뭐 우스운 것일지라도 내가 그것을 해냈을 때의 기쁨. 그러니까 그거를 이루기 위해서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혹은 자신을 다독이면서 나가는 것 그게 저는 '정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우성 : 그렇게 실천하려면 "내가 내 마음속에 뭐가 있길래 나는 그 무수한 파도를 그래도 지지 않고 나아갔어" 그게 많은 분들이 지금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게 그냥 내부에서 계속 그게 뭐 삐딱함일 수도 있고, 아니면 뭐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그 높은 기준일 수도 있는데, 내부에서 뭔가 나를 갈망하면서 계속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그러니까 갈망하는데 불편한 거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소설가의 경우 소설 스토리를 다 짰어요. 근데 마음에 안 들어요. 마음에 안 드는 거는 어떤 표현이 아름답지 못하거나, 어떤 표현이 웃기지 않거나, 그 뭔가 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거죠. 근데 그대로 발표해도 상관은 없지만, 남들이 아무도 몰라주지만 '내가 생각한 바가 제대로 구현이 안 됐다' 그러면 그거를 이제 뭐 몇 날 며칠이고 계속 붙잡고 앉아서 그걸 고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남들이 못 알아줄지라도 적어도 내 마음에는 들었다' 그걸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 그 가치를 스스로 중요하게 여길 줄 아는 것도 저는 살아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재미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 재미로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 김우성 : 그러니까요. 저희가 AI 진행자를 내세워서 제가 인간 보조 진행자인데 AI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많은 분들이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온통 AI를 따라가고 있는데, 나는 뒤처지면 어떡하지? 나는 아 모르겠다"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고요. 또 나이가 들어서도 무언가 끊임없이 만들어보고, 해보고 싶은 게 있는 분들도 "AI를 활용하면 되겠지" 이런 기대로 이 프로그램을 듣는데, 오늘 최민석 작가님이 지금 말한 것처럼 제가 생각하기에는요, 방랑과 여행의 차이를 비유하자면 지금 말한 것처럼 어쨌든 "내가 가려는 곳이 있는 사람과, 어딘지 모르겠지만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이 차이처럼 느껴져요. 제 해석은 좀 좁지만

◇ 최민석 : 비슷한 얘기예요. 그러니까 제가 아까 소설을 예로 들었을 때 이야기가 다 나왔다. 그리고 문장도 다 썼다. 그런데 마음에 안 들어서 계속 고친다. 그게 제 입장에서 좀 비유를 하자면, 이야기도 다 나오고 문장도 다 나온 게 AI가 써준 글이라고 생각을 해요. 마음에 안 드는 거죠. 왜냐하면 감동이 없는 거죠. 그러니까 저도 다른 방송사에서 라디오 고정 코너를 맡으면서 매주 대본을 써야 돼요. 힘들어요. 책 소개를 하면 뭐 줄거리도 소개를 해야 되는데, 그 정리가 너무 힘들어요. 왜냐하면 매주 그 두꺼운 소설에 줄거리를 다른 일을 하면서, 내 글도 쓰면서 그것까지 해야 되면 버겁거든요.

◆ 김우성 : 그럼 전 프로그램 코너 PD들이 "힘들대 이제 그만 보래" 이러면 어떡하려구요.

◇ 최민석 : 그건 뭐 그것대로 운명인 거고, 그래서 때로는 한 10년 전에 내가 읽은 소설을 줄거리 요약하는 게 힘들어서 AI한테 "이 소설 줄거리 네가 좀 요약해줘" 시키면 대충 써줘요. 대충 써주고 "이거를 라디오 방송 포맷으로 바꿔줘" 대충 만들어줘요. 근데 그걸 써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왜냐하면 재미가 없어요. 재미가 없고, 감동도 없고 심지어 제가 또 한 신문사에 3주마다 칼럼을 쓰는데 그것도 너무 힘들어요. 지금 한 3년째 쓰고 있으니까 에세이를 지금 뭐 한 15년째 쓰고 있으니까 소재 고갈이 된 건 옛날이고, 지금 거의 뭐 머리를 쥐어 뜯는 수준으로 쓰고 있는데 그래서 AI한테 학습을 시켰어요. "최민석 알아?" 그러니까 "알고 있죠." 그러면서 쫙 소개를 하더라고요. "오케이. 그러면 최민석이 쓴 에세이랑 칼럼들을 좀 읽어봐" 그러면 쫙 읽고 학습을 하더라고요. "사실은 내가 최민석인데, 다음 주 칼럼을 써야 되는데 소재가 없어. 소재를 좀 추천해 줘 봐" 그 쫙 추천해 주더라고요.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요. 거기서부터. 그나마 좀 마음에 드는 걸 가지고 "그럼 이걸 가지고 네가 원고지 200자 15매 분량으로 한번 써줘 봐." 싹 쓰는데 마음에 안 들어요. 그러니까 그것도 제가 그 소재나 그 글을 활용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왜냐하면 그러니까 아무리 나처럼 쓴다고 하더라도 이건 내가 쓴 게 아닌 게 가장 크고, 제가 주는 그 웃음의 포인트, 제가 주는 나름의 미학, 저만의 리듬 이런 거를 이 친구는 캐치를 못 하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운영하는 그 독서 모임이 있는데, 독자들과 함께하는 그런 모임인데 거기서도 요즘 이제 사람들이 AI에 관심이 많고, 거기서 또 이런 AI 관련된 산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그분들이 막 장난으로 "최민석 문체로 독후감을 써줘" 라고 해서 막 올리거든요. 그런데 보면 뭔가 흉내는 냈는데 아무리 봐도 내가 쓴 글이 아닌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글을 쓸 때 주는 그 재미의 포인트들을 얘들은 아직 캐치를 못하는 것 같아요.

◆ 김우성 : 뭐냐고 지금 밖에 PD가 엄청 궁금해합니다. "작가님의 문체, 개그 포인트 스스로 정의하는 게 뭔가요?"라고 물어봅니다.

◇ 최민석 : 그러니까 대충은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서 유머는 쫙 이끌어가다가, 짧게 문장을 전복시키면서 반전을 줘야 되거든요. 왜냐하면 웃음이라는 건 순간에 터지지, 웃으려고 하는 순간에 그 긴 문장을 이해하고, "아 이제 웃을까" 하다가 포인트를 놓치잖아요.

◆ 김우성 : 갑자기 예측 불가능한 급커브가 있어야 되는군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러니까 앞부분에 쉽게 말해서, 이 방송 용어는 아닌데, 앞부분에 뭔가 쫙 끌어와야 돼요. 쫙 끌어와서 학구적으로 얘기할 것 같다가 갑자기 짧은 문장으로 완전히 뒤바꾸면서 웃음을 터트려야 되는데, 그런 포인트라든지, 그런 테크닉들을 AI가 캐치를 못하는 거죠. 제가 이걸 얘기하고, 또 학습을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산문은 기본적으로 시는 아니지만 약간 시적 산문처럼 써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읽었을 때 리듬감, 노래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요.

◆ 김우성 :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같은 걸 보면 어디가 대사고, 어디가 지문이고 이런 구분을 할 수 없는 느낌이에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같은 단어, 같은 뜻을 주는 단어가 있더라도 "3음절을 택할 거냐, 2음절을 택할 거냐 아니면 내가 항구라는 단어를 쓸 거냐, 해변이라는 단어를 쓸 거냐" 그게 다 뉘앙스를 결정하고, 그게 리듬을 결정하는 거거든요.

◆ 김우성 : 불문과 하시니까 "뉘앙스"가 정확한 발음이네요.

◇ 최민석 : "뉘앙스" 이제 약간 "구름" 이런 건데, 구름 잡듯이 분위기를 캐치한다. 이런 건데요. 아무튼 그 연애 소설이라면 당연히 "해변"이라는 단어를 택해야겠죠. 내가 느와르를 쓴다면 "항구"나 "부둣가"를 써야겠죠.

◆ 김우성 : 연결되는 이미지가 있네요.

◇ 최민석 : 그리고 순우리말의 그 매력을 선사하려면, 그냥 "물결에 햇빛이 비친다. 반사된다" 이런 게 아니라 "물 비늘이 일렁였다"

◆ 김우성 : '윤슬' 이렇게 표시하는 건가요?

◇ 최민석 : 그렇죠. '윤슬'도 있지만, 윤슬보다는 '물비늘'

◆ 김우성 : '물비늘', 살아 있는 것 같아요.

◇ 최민석 : 생선 비늘처럼 반짝반짝 일렁이는 그 물결을 "물비늘"이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글짓기는 이런 단어와 그 리듬과 문장 간의 호흡, 이런 걸 다 꼼꼼히 고려하는 세세한 작업인데 AI는 아직은 서사 중심으로, 그냥 구조 중심으로 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글쓰기 강의도 하고, 최근에 신춘문예 심사도 갔는데, AI가 쓴 문장을 보면 표시가 납니다. 대충 보여요.

◆ 김우성 : AI로 검증을 안 해도 바로 알아채시는 거죠?

◇ 최민석 : 안 돌려도 알죠. AI가 쓴 글의 특징은, 구체적인 사건들이 없어요. 사건들을 잘 못 만들어내요.

◆ 김우성 : 그렇죠. 추론이니까 어쨌든 굵직한 스토리 라인만.

◇ 최민석 : 묘사 중심이고, 대부분 이제 좀 결론 중심이죠. 그냥 묘사와 어떤 지적 깨달음을 통해서 결론을 내는 아카데믹한 글은 AI가 대충 쓸 수 있어요. 분석적인 글도 쓸 수 있습니다. 근데 아직은 창의적인 글은 모르겠어요. 미래에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 김우성 : 그래서일까요? 여러분 단어라는 벽돌, 문장이라는 벽, 기둥을 가지고 집을 짓는데요. AI가 지은 집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집인데, 인간, 소설가가 지은 집은 굉장히 재미있는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그 차이를 지금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여행 얘기로 좀 넘어가면 작가님 초대를 준비하면서 일단은 사전에 밝혀드릴 게, 우리 PD가 금요일 고정 코너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정 코너의 부담을 얘기하시는데 그렇게 쓰는 약간 좀 가학적인 면도 있네요.

◇ 최민석 : 아니요. 그거는 열려 있습니다.

◆ 김우성 : 그런데 준비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게 이렇게 여행 이야기를 많이 쓰고 여행 얘기로 사랑받는 작가라는 측면에서는 "아니 뭐 소설가인데 여행도 하겠지"와는 달라요. 방금 얘기한 것처럼 똑같은 여행을 AI가 추천한 대로 가면 그냥 설명문을 따른 것 같은 느낌인데, 인간의 실수, 변주 이런 것들은 굉장히 여행을 다른 삶으로 확장시켜 주기도 하거든요. 마드리드 일기, 베를린 일기 이런 많은 여행 책들을 쓰셨잖아요. 그 여행 얘기도 좀 해주세요. 여행이 그러면 "치밀한 계획" 즉 난 "J가 아니다" 이렇게 돼야 되는 건가요? 아니면 "J는 있었으나 뭔가 돌발 변수도 많았다" 이건가요?

◇ 최민석 : MBTI 말씀하셔서, 저도 MBTI로 따지면 J거든요. 왜냐하면 장편 소설을 쓰는 사람은 계획을 안 짜면 장편 소설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J 성향이 있어요. 근데 그거는 일을 할 때의 이야기고, 여행은 저는 계획은 안 짭니다. 옛날에는 숙소도 안 잡고 떠났어요. 아주 옛날에는. 근데 인터넷이 전 세계에 보급되면서 지금은 숙소를 안 잡고 떠날 수는 없죠. 아주 옛날에는 비행기 티켓도 공항 가서 샀거든요. 우리 학생 때였으니까.

◆ 김우성 : "지금 2시간 안에 떠나는 거" 이런식인 건가요?

◇ 최민석 : 그렇죠. 가서 "지금 홍콩 가는 비행기 주세요." 그게 옛날 얘기인데. 이렇게 얘기하니까 뭐 제가 60대 같긴 하지만, 90년대까지도 그랬어요. 아무튼 지금은 그래서 비행기 티켓과 숙소 정도만 예약을 해놓고 나머지는 가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편인데, 그 "여행을 왜 떠나는가?" 결국은 저는 그 여행에서 정말 중요한 거는 후각, 미각, 촉각이라고 생각을 해요.

◆ 김우성 : 후각, 미각, 촉각.

◇ 최민석 : 감각이죠. 그러니까 시각은 어느 정도 지금 이제 유튜브로 보면 확장되어 있어요. 그리고 어떤 그 여행지는 가보면 우리가 흔히 봐왔던 그림 엽사가 더 이쁘기도 하거든요. 대신 이제 우리의 시각은 다른 게 뭐냐 하면, 우리의 눈에 렌즈는 광각 렌즈보다 더 넓잖아요. 그리고 사진가와 영상 작가가 찍어놓은 그것에는 그걸 이제 쁘레따 뽀르떼(Prêt-à-Porter)라고 해 봐요. 기성복이라고 쳐봐요. 거기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 초점을 따라가야 됩니다. 근데 우리가 보는 시각에는 "우리가 초점을 어디에 맞출까"를 결정하는 거죠. 그게 이제 시각의 차이인데, 후각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인간에게 이 냄새, 이 후각은 상당히 중요한 감각입니다. 후각 때문에 뭐.

◆ 김우성 : 목숨을 지탱했다.

◇ 최민석 : 어떤 사람들은 후각이 안 맞아서 누구와 관계를 맺지도 못하고, 어떤 사람은 이별을 한 이후에 갑자기 3년 뒤에 버스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는데 그게 내 옆에 앉았던 이 낯선 승객이 옛날 잊었던 연인의 그 향수와 뭐 냄새가 비슷해서 갑자기 모든 게 밀려오는 거죠. 예컨대 미국행 비행기를 미국으로 여행 갈 때는 미국 비행기에 딱 타는 순간, 미국 냄새가 나요.

◆ 김우성 : 있어요. 마트도요. 미국계 마트 있거든요. 코 거기 가면 그 냄새가 나요.

◇ 최민석 : 그 사람들이 쓰는 그 방향제, 그 냄새가 있어요. 그때부터 미국이 내 코를 통해서 들어오는 거죠. 뭐 그리고 이제 미각. 우리는 하루에 한 두 끼는 꼭 먹어야 되는 존재잖아요. 근데 미각이라는 것은 우리가 직접 씹고 삼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을 가면 어쩔 수 없이 낯선 음식을, 적당히 낯선 음식을 먹으면서 내 감각을 깨워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 후각, 미각 그리고 뭐 청각. 여행을 가서 아침에 새 소리를 듣고 비지를 쓰는 소리를 듣고 교회의 종소리를 듣고 그다음에 이 코 안으로 들어오는 그 아침 안개 낀 그 촉촉한 공기가 이 코와 입 안으로 들어오는 이런 느낌. 이런 것들은 AI 시대에도 인간이 직접 먼 거리를 이동해서, 직접 걸으면서, 실수하면서, 부딪히면서 밖에 그렇게 해야만 느낄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 올 초에 나온 책입니다. 마드리드 일기를 보면, 뭐 마드리드 사람 "마덕리"라고 표현을 하셨는데요. 굉장히 그 맥주가 한국에서 못 구하는 맥주여서, 너무 먹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봐도 역시 여행은 내가 가서 내 혀로 맛보지 않으면 안 나오는 거잖아요. 그냥 블로그에 누가 본 걸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말이니까.

◇ 최민석 : 그러면 또 누군가 반론을 할 수 있겠죠. 웬만한 맥주는 수입이 되니까 뭐 생맥주가 아니라도 병맥주를 마실 수 있고, 생맥주는 또 발품 팔아서 어딘가 가보면 있지 않느냐.

◆ 김우성 : 몽블랑에서 진로를 먹는다고 그 느낌이 들지않을 것 같아요.

◇ 최민석 : 근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이거예요. 그 나라의 술들은 대부분 그 나라의 날씨와 그 나라의 음식 때문에 나온 거거든요.

◆ 김우성 : 그렇죠. 환경에 따라.

◇ 최민석 : 한국의 막걸리와 한국의 소주는 이 해물전과, 갈비찜에 어울리는 거예요. 갈비찜에 안동 소주가 어울리고, 한국의 파전에 막걸리가 어울리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술이 나오는 거듯이. 그 추운 지방의 맥주와, 더운 지방의 맥주 맛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사람들처럼 땀 흘리고, 많이 걷고, 그 음식을 먹을 때 그 맥주가 더 맛있듯이 직접 가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직은 많다. 이게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였습니다.

◆ 김우성 :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 청각까지 포함해서 여러분. 여행에 대해서 그냥 정말 인간 본능에 대한 부분으로 딱 설명을 해 주셨고요. 또 모셔야겠습니다. 고정 코너 해야겠네요. 왜냐하면 지금 할 얘기가 너무 많은데 시간이 다 됐습니다. 끝으로 올해 마지막 월요일이잖아요. 올해를 마무리하는 마치 이게 이야기라면 딱 한 줄 주제처럼 올해를 마무리하는 선물 같은 문장 하나 청취자분들께 부탁드립니다.

◇ 최민석 : 우리 오늘 여행 얘기했잖아요. 저는 어디 멀리 떠나는 것보다는 우리 동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살기 위해서 좀 어느 정도 노력하는 편인데, 그렇게 본다면 우리 동네를 여행지처럼 바라보는 것.

◆ 김우성 : 내 동네를 여행하라.

◇ 최민석 : 새벽 2시에 일어나서, 한 번 새벽 2시에 우리 동네 한 바퀴 돌아보면 정말 낯설어 보일 거예요. 그런 식으로 내 삶에 적당한 긴장감을 계속 주는 게 좀 새해를 맞이하는 새로운 기분 전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우성 : "가장 가까운 나로부터의 새로운 여행을 좀 출발하라" 이런 말로도 들리죠. 최민석 작가님 오신 거 너무 아쉬워하시는 분들 많은데요. 저희가 또 모시겠습니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소설가이자 멀티테이너라고 불러야 될까요? 최민석 작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민석 :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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