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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 메이커' 자처한 중국, '내가 유엔' 자찬한 미국… 태·캄 휴전 공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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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국 외교장관 불러 후속 조치 논의
트럼프는 "미국이 진정한 의미의 유엔"


쁘락 소콘(왼쪽부터) 캄보디아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외교부장, 시하삭 푸앙껫깨우 태국 외무장관이 29일 중국 윈난성에서 회담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윈난=AP 연합뉴스

쁘락 소콘(왼쪽부터) 캄보디아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외교부장, 시하삭 푸앙껫깨우 태국 외무장관이 29일 중국 윈난성에서 회담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윈난=AP 연합뉴스


태국과 캄보디아가 27일 국경 분쟁을 둘러싼 새로운 휴전 협정에 합의한 가운데, 중국과 미국이 각자 자국의 중재 공로를 내세우며 외교 성과 경쟁에 나섰다. 양국의 자화자찬은 동남아시아를 둘러싼 미·중 영향력 다툼의 또 다른 단면으로 분석된다.

中 "양국 평화 위해 노력"


2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공산당 외교부장은 전날 프라크 소콘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시하삭 푸앙껫깨우 태국 외교장관을 남부 윈난성으로 초청해 이틀간 회담을 열었다. 27일 정오 발효된 태국·캄보디아 휴전 성명의 이행 방안과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프라크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태국과 함께 휴전 협정을 전면 이행하고, 각종 대화 메커니즘을 실질적으로 활용해 양국 상호신뢰를 단계적으로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사태 완화를 위해 중국이 수행한 적극적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과 각국의 공동 노력 속에 휴전 협정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시하삭 장관도 “양자 채널을 통해 캄보디아와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국경과 지역의 평화·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7일 태국 짠타부리주 국경검문소에서 열린 태국·캄보디아 특별 국경위원회 회의에서 띠어 세이하(왼쪽) 캄보디아 국방부 장관과 나따폰 낙파닛 태국 국방부 장관이 휴전 회담을 한 뒤 악수하며 공동 성명을 교환하고 있다. 짠타부리=AFP 연합뉴스

27일 태국 짠타부리주 국경검문소에서 열린 태국·캄보디아 특별 국경위원회 회의에서 띠어 세이하(왼쪽) 캄보디아 국방부 장관과 나따폰 낙파닛 태국 국방부 장관이 휴전 회담을 한 뒤 악수하며 공동 성명을 교환하고 있다. 짠타부리=AFP 연합뉴스


이에 왕 부장은 “중국은 태국과 캄보디아의 평화 재건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감시단의 휴전 감독을 뒷받침하고, 양국이 필요로 하는 인도적 지원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화답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 식민 시절 측량된 817㎞ 길이 국경선 가운데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올해 7월 전투기까지 동원한 무력 충돌로 48명이 숨지고 3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후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의 외교적 개입으로 정전 협정을 체결했지만, 평화는 두 달도 채 이어지지 않았다. 이달 7일 교전이 재개되면서 양국에서 최소 101명이 사망하고 50만 명 이상이 피난길에 올랐고, 교전 20일 만인 27일에야 가까스로 휴전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외교부 아시아사무특사를 양국에 파견하며 중재를 자처했다. 휴전 이후에는 동남아 지역 ‘피스 메이커’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은 캄보디아와 태국이 신뢰를 공고히 하는 데 앞장섰다”고 높이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팜비치=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팜비치=EPA 연합뉴스


트럼프 "내가 중재하고 종식"


미국도 공을 자신에게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태국과 캄보디아 간 충돌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고, 양국이 합의한 조약에 따라 평화로운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적었다.

이어 “미국은 언제나처럼 이번 사태에 기여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지난 11개월 동안 내가 중재하고 종식시킨 수많은 전쟁과 분쟁을 통해, 어쩌면 미국은 진정한 의미의 유엔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태국, 캄보디아 정상과 각각 통화하며 휴전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 외교 상징인 유엔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리며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킨 셈이다.


태국·캄보디아 휴전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이 각자의 역할을 경쟁적으로 강조하면서, 동남아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간 힘겨루기도 한층 선명해졌다. 휴전 자체보다 누가 평화를 이끌었는지를 둘러싼 서사 경쟁이 더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미국 외교 전문지 더디플로맷은 “태국과 캄보디아 분쟁 너머에는 ‘동남아 평화를 진정으로 만들어갈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며 “미국은 신속한 개입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중국은 점진적 관여로 지역 내 존재감을 구축하려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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