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경남 합천군 합천읍 일해공원 앞에서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소속 주민들이 ‘합천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강현석 기자. |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등 헌정질서 파괴범을 기념하는 사업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 지원을 제한하는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경남 합천군의 ‘일해공원’ 등 전씨를 기념하는 공공시설물이 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은 29일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헌정질서 파괴범 및 반인도적 범죄자를 기념하는 사업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제한하고 이미 투입된 예산에 대해서는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차 의원실은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경남 합천군의 ‘일해공원’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천군은 2004년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합천읍을 흐르는 황강 변에 조성된 공원을 2007년 ‘일해공원’으로 변경했다. ‘일해(日海)’는 1931년 합천 율곡면에서 태어난 전씨의 호다.
공원 입구에는 2008년 전씨가 생전에 친필로 쓴 일해공원 표지석도 설치했다. 표지석에는 ‘이 공원은 대한민국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일해공원으로 명명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차 의원실이 합천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표지석 설치에 합천군은 3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전씨는 2021년 11월 사망했지만 합천에서는 지워지지 않는 이름으로 남았다.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내란목적 살인)과 12·12군사반란(반란 수괴) 등의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해당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정질서 파괴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전씨에 대한 기념사업에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합천 시민들은 그동안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를 꾸려 일해공원의 명칭을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되돌려 달라는 운동을 이어왔다.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합천군은 이제라도 결자해지와 참회의 자세로 ‘일해’라는 이름을 먼저 걷어내야 한다”면서 “법률이 제정되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행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합천 출신이기도 한 차 의원은 “전씨가 5·18학살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명명백백하다. 이런 인물을 기념하는 것은 일반 상식과 민주주의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일해공원에 투입된 혈세를 환수하고 본래 공원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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