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첫 출근길에서 무안공항 참사 1주기를 언급하며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형식적 약속이 아닌 실질적 변화로 답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가 책임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사과의 진정성보다, 그 이후에 무엇이 달라지느냐다.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멈춰 있다. 진상 규명은 더디고, 안전 대책은 표류하고 있다. 시간만 흘렀을 뿐, 책임의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무안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안전’과 ‘경제’라는 이름으로 맞서고 있다. 지역사회는 공항 폐쇄 장기화로 인한 경제 손실과 고용 위기를 호소하며 재개항을 요구한다. 반면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등 안전 문제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독립적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도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요구다.
그러나 기준은 분명하다. 원인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항을 다시 여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방치하는 일이다.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해서 국민의 생명을 다시 위험에 노출시킬 수는 없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재개는 회복이 아니라 반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진정한 민생은 ‘빠른 재개’가 아니라 ‘안전한 이용’에서 시작된다. 국민이 공항을 이용하며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뢰를 가질 때, 비로소 경제도 움직인다. 안전 없는 성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제 정부는 ‘안전이냐 경제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두 가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국가의 책무다. 전국 공항의 위험 시설물 점검과 교체가 지지부진한 현실은 행정의 실패다. 무안공항 역시 증거 보존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목소리를 존중하면서도, 정밀 안전 진단과 보강 공사를 병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막연한 재개항 연장이 아니라, 안전 확보를 전제로 한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강조해 왔다. 취임 첫걸음에서 무안의 아픔을 꺼낸 초심이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부는 독립적 진상 규명을 서두르고, 항공 안전 기준을 전면 재점검하며, 피해 지역의 경제적 부담을 국가가 함께 나누는 입체적 행정으로 답해야 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재난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데 있지 않다.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완성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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