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을 두번이나 받는 포토저널리스트로 대한민국 역사문화를 서구권에 알리는 데 앞장서 온 강형원 저널리스트가 쓴 ‘Seonbi Country Korea, Seeking Sagehood’(성인군자의 길을 간 한국은 선비의 나라) 책 이미지. 한국인의 정신적 뿌리인 선비문화를 탐구한 책이다. |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그’를 처음 만났을때 첫인사를 이렇게 했다. “너무 유명하신 분을 뵈어서 영광입니다”. 그랬더니 그의 답은 이랬다. “잘못 아셨습니다. 저는 아는게 없고, 다만 한국 사회와 문명에 도움되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대면했을 무렵, 그는 노스페이스 한글 티셔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 한글 자음을 디자인한 원고를 갖고 한글 티셔츠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912년 없애버린 훈민정음 순경음 자음을 바탕으로 디자인화한 것을 노스페이스에 제안했고, 그것이 티셔츠에 새겨져 만들어집니다. 놀랍게도 순경음과 반설경음에는 한국말에 흔하지 않은 영어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영어보다 우월한 문자입니다.”
어느날 그에게서 톡이 왔다. 기사 하나를 캡처해 보내줬다. 제목에 에펠탑(塔)이 들어가 있다. 그는 에펠탑이 아니라 에펠타워(Eiffel Tower)로 써야 한다고 했다. 탑(塔)은 일제시대의 잔재라고 했다. “한글은 우리 정체성 1호인데, 한글 말살정책을 핀 일제의 단어, 그것도 틀리게 번역한 단어를 우리나라 뉴스에서 쓰면 국민을 계속 바보로 만들자는 것 아닙니까?”
그의 엄청난 한글사랑과 진지한 고민이 느껴졌고, 이 대목에서 스스로 부끄러워졌던 기억이 난다.
K-역사문화와 한글 사랑 저널리스트
‘그’는 포토저널리스트 강형원 기자다. 강 기자는 한번도 받기 어렵다는 퓰리처상을 두번이나 받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저널리스트다. LA타임스,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미국 주류 언론사에서 사진기자(photojournalist)로 근무하며 LA 4ㆍ29폭동, 이라크전쟁, 9ㆍ11테러 등 국제뉴스를 발빠르게 취재한 인물이다. 또 6ㆍ10 민주항쟁, 88서울올림픽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카메라에 담았고, 두번이나 북한을 방문해 북한 주민의 삶을 취재했다. 강 기자는 1993년 LA폭동을 취재(Spot News)해 한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99년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스캔들 보도사진으로 두번째 퓰리처상(Feature Photography)을 받았다. 현재 그는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서 한국어와 영어로 국내외 신문ㆍ잡지에 칼럼을 연재하고 시민ㆍ학생ㆍ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면서 한국문화와 철학을 널리 알리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이런 강 기자가 책을 냈다. 책 제목이 ‘Seonbi Country Korea, Seeking Sagehood’(성인군자의 길을 간 한국은 선비의 나라)다.
출판사는 책 소개(서평)를 통해 “풀리처상 수상 포토저널리스트이자 대한민국 역사문화를 서구권에 알리는 데 앞장서 온 강 기자가 한국인의 정신적 뿌리인 선비문화를 탐구한 책”이라며 “이 책은 단순한 역사문화 고찰을 넘어, 급변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치관의 혼란과 세대간 단절의 해법을 선비정신에서 찾고있다”고 했다.
강 기자는 “한국인의 도덕 생태계인 선비문화는 21세기 한류의 뿌리”라고 강조하며 “과거의 가치가 어떻게 오늘날 K-컬처의 독특한 매력과 도덕적 동력이 됐는지 고찰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지식인들이 지구촌 어디에서든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한 현시대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세계인으로서 그리고 문화강국 한국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소양을 영어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가치관의 용어로 정의했다. 특히 이같은 덕목과 소양은 개인의 인격과 전문성, 사회성을 균형있게 갖추는데 필수적인 요소이자 현대사회 어디서나 통용되는 실력과 능력(transferable knowledge and skills)을 뒷받침하는 요소라고 했다. 출판사는 “저자는 인격과 지성을 형성하는 이 덕목과 소양의 원천이 바로 우리 전통 가치관의 정수인 ‘선비정신’에 있다고 봤다”고 책 의미를 부여했다.
선비정신 다섯가지 핵심가치 해석
강 기자는 “선비정신은 과거 유산이 아닌 세계 어디서나 통할 가치”라며 선비정신이 한류콘텐츠 배경에 자리잡은 한국인 고유의 윤리적 나침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의 선비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다섯가지의 핵심 가치와 수련의 자세를 제시한다. 바로 ▷인(仁ㆍDiscipline)과 수련 ▷의(義ㆍCourage)와 실천 ▷예(禮ㆍInclusion)와 존중 ▷지혜(智ㆍWisdom)와 겸손 ▷신(信ㆍHonor)과 언행일치다. 강 기자는 바로 이같은 다섯가지 선비 가치관이 한류를 움직이는 핵심으로 봤다.
주목할 것은 책에 실린 모든 사진은 강 기자가 한국에 뿌리를 둔 외국기자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했고, 이를 저마다 스토리화 했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우리 문화를 만국의 언어인 사진으로 보여주는 비주얼 스토리텔링(visual storytelling) 책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원하는 독자 뿐만 아니라 K-컬처의 근본적인 매력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전세계 독자들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책 제목은 ‘Seonbi Country Korea, Seeking Sagehood’(성인군자의 길을 간 한국은 선비의 나라), 출판사는 한림출판사, 출간일 2025년 12월 17일, 304쪽, 분류 Books on Korea, 언어는 영어,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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