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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질환 치료의 새 실마리 열리나…시냅스 연결 '상황별 조절' 원리 규명[과학을읽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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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연구진, 슬릿트랙 단백질의 회로별 역할 차이 세계 최초 입증
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접근 가능성이 열렸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진이 뇌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뇌의 위치와 미세 신경회로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분자 원리로 정밀 조절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자폐증과 조현병 등 난치성 뇌질환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고, 문제된 시냅스만을 겨냥한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흥분성 시냅스 Slitrk paralog 단백질이 해마 신경회로 별로 특정 흥분성 시냅스 특성을 제어하는 기전 및 작동 모델. 연구진 제공

흥분성 시냅스 Slitrk paralog 단백질이 해마 신경회로 별로 특정 흥분성 시냅스 특성을 제어하는 기전 및 작동 모델. 연구진 제공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은 시냅스 형성에 관여하는 슬릿트랙(Slitrk) 단백질이 항상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회로의 맥락과 주변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시냅스 기능을 미세하게 조절한다는 분자적 기전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로 연결돼 있다. 이러한 연결이 정확하게 형성돼야 기억과 학습, 행동이 가능하지만, 어떤 분자가 이처럼 정교한 연결을 만들어내는지는 오랫동안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해마 미세 신경회로마다 다른 '형제 단백질'의 역할

연구진은 2013년부터 시냅스 접착 단백질인 슬릿트랙 단백질 군을 꾸준히 연구해 왔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해 비슷한 기능을 할 것으로 여겨졌던 슬릿트랙1과 슬릿트랙2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최첨단 뇌과학 기법을 활용해 생쥐 해마에서 슬릿트랙1과 슬릿트랙2 유전자를 각각 제거한 뒤 시냅스 변화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두 단백질은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았으며, 해마 내 서로 다른 미세 신경회로에서 각기 다른 흥분성 시냅스 특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백질의 기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변 신경회로와 상호작용하는 분자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왼쪽부터 김병찬 DGIST 박사과정생, 김동욱 DGIST 박사, 고재원 DGIST 교수. DGIST 제공

왼쪽부터 김병찬 DGIST 박사과정생, 김동욱 DGIST 박사, 고재원 DGIST 교수. DGIST 제공


특히 연구진은 조현병 환자에게서 보고된 슬릿트랙2 유전자 변이(V89M)가 동물 모델에서도 특정 시냅스의 신호 전달 이상과 공간 기억 저하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자폐증·조현병·강박증 등 다양한 뇌정신질환에서 발견되는 시냅스 관련 유전자 변화가 어떤 경로로 실제 뇌 기능 이상으로 이어지는지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흥분성 시냅스 특이성을 조절하는 슬릿트랙 단백질 파라로그의 회로별 분자 기전(Paralogs of Slitrk cell adhesion molecules configure excitatory synapse specificity via distinct cellular mechanisms)"이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PLoS Biology'에 지난 18일 온라인 게재됐다.

고재원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 교수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라도 각자의 역할과 개성이 다르듯 뇌 속 단백질 역시 신경회로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발휘하며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조율한다는 새로운 원리를 제시했다"며 "이번 연구는 특정 신경회로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뇌질환의 원인을 이해하고, 문제가 생긴 시냅스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정밀 치료 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김동욱·김진후 DGIST 박사, 김병찬 DGIST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엄지원 DGIST 교수, 이계주 한국뇌연구원 박사, 손창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벨기에 루뱅대학 요리스 드 비트(Joris de Wit) 교수 연구진이 공동연구에 참여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리더연구사업 등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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