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규제 기관 간의 장벽을 허물어 '통합 디지털 금융 체계' 구축에 나섰고, 일본은 전담 부서를 신설하며 디지털 통화 주권 확보를 공식화했다. 반면 한국은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간의 이견으로 입법 골든타임을 놓치며 2026년을 맞이하게 됐다.
◆日, ‘보수적’ 꼬리표 떼고 전담 부서 신설…美는 가상자산 법안 박차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본에서 포착된다. 지난 2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은 금융청 산하에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을 전담 관리하는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과'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안을 승인했다. 내년 여름 출범할 이 부서는 거래소 감독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 시장 모니터링까지 총괄하게 된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자산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혁신을 지원하면서도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를 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이미 가상자산을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내년부터 소득에 대해 20% 분리과세를 추진하는 등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3대 메가뱅크가 참여하는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실험도 정부 차원에서 공식 지원한다.
미국 역시 가상자산을 전통 금융 시스템 속으로 완전히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지난 22일 취임한 마이클 셀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미국을 '세계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CFTC 간의 규제 권한을 명확히 구분하는 '시장구조 법안(클래리티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규제 불확실성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SEC가 추진 중인 '통합 금융 라이선스' 구상이다. 이는 기존에 쪼개져 있던 증권, 가상자산, 예치(스테이킹)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단일 라이선스 아래에서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규제 장벽을 낮춰 금융 기관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원스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포석이다. 이미 블랙록 등 글로벌 운용사들은 이더리움을 핵심 자산으로 간주하고 토큰화 증권 규정 정비에 나서는 등 민관 공조도 활발하다.
전문가들 역시 미국의 제도 정비가 디지털자산 시장 확대의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티그룹 애널리스트 그룹은 “비트코인은 사용자 활동 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 새해까지 8만~9만 달러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2분기 중으로 예상되는 미국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 특히 클래리티 법안의 상원 통과가 디지털자산 채택 확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내전 중’… 스테이블코인 놓고 한은-금융위 평행선
주요국들이 디지털자산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2025년을 앞둔 시점에서도 제도적 공백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규제 주도권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이견이 이어지면서, ‘디지털자산 기본법(2단계 입법)’의 발의 시점 역시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23일 전날 자문위원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대한 정부안의 조속한 마련을 촉구했다.
입법 지연의 핵심 쟁점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둘러싼 규제 방향이다.
한국은행은 금융 안정과 통화 질서를 이유로 은행이 지분 51%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에만 발행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거버넌스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로는 핀테크 혁신이나 네트워크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으로 은행 중심 컨소시엄의 지분 51% 이상 보유에 더해, 가치안정위원회의 ‘만장일치 합의제’ 도입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은행 중심 구조”라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규제 논의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USDT·USDC 등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을 허용하기 위해 국내 법인 설립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글로벌 거래소와의 형평성 논란과 시장 위축 우려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쟁점이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안도걸 의원은 이날 “연말이나 연초에는 정부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토대로 민주당이 1월 중 주요 쟁점을 정리해 입법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