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가늠할 신호가 나왔습니다. 29일 반도체 표준화 기구 JEDEC에 따르면, 차세대 규격인 SPHBM4(Standard Pseudo HBM4)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 표준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HBM 경쟁이 성능을 끌어올리는 단계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패키징과 공급 구조까지 함께 따지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HBM은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메모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산 능력이 커질수록,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HBM은 데이터 통로를 넓히는 방식으로 세대가 올라갔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사이를 오가는 신호선을 늘려 대역폭을 키우는 구조였습니다. HBM4(6세대 HBM) 기준으로 데이터 입출력(I/O) 수는 2048개에 달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였습니다. 신호선이 늘어날수록 패키징 난도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초미세 배선과 정교한 타이밍 제어가 필요해졌고, 실리콘 인터포저 기반 고급 패키징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 성능을 더 끌어올리는 것보다, HBM을 실제 제품으로 묶어내는 패키징 공정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반복됐습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을 찾은 관람객이 공개된 SK하이닉스 HBM4 실물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
HBM은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메모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산 능력이 커질수록,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HBM은 데이터 통로를 넓히는 방식으로 세대가 올라갔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사이를 오가는 신호선을 늘려 대역폭을 키우는 구조였습니다. HBM4(6세대 HBM) 기준으로 데이터 입출력(I/O) 수는 2048개에 달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였습니다. 신호선이 늘어날수록 패키징 난도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초미세 배선과 정교한 타이밍 제어가 필요해졌고, 실리콘 인터포저 기반 고급 패키징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 성능을 더 끌어올리는 것보다, HBM을 실제 제품으로 묶어내는 패키징 공정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반복됐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TSMC의 CoWoS(Chip-on-Wafer-on-Substrate) 공정입니다. CoWoS는 고성능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첨단 패키징 기술이지만,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여력이 빠듯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HBM 기술 경쟁의 주도권이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있어도, 실제 출하 물량과 일정은 패키징 여건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SPHBM4는 이런 현실을 반영한 파생 규격입니다. 성능을 더 밀어붙이기보다는, HBM을 기존보다 낮은 패키징 부담으로 구현하자는 접근입니다. 기존 HBM4와 동일한 D램을 사용하면서도, 데이터 신호를 처리하는 방식을 바꿔 패키징 난이도를 낮추는 구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고급 패키징 의존도를 일부 완화해, 비용과 설계 제약을 줄이려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SPHBM4가 ‘저가형 HBM’이나 ‘성능을 낮춘 대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메모리 코어 다이와 적층 구조는 기존 HBM4와 동일합니다. 달라진 것은 메모리 자체 성능이 아니라, HBM을 시스템에 구현하는 물리적 방식입니다. 성능 경쟁은 유지하되, 패키징 현실을 고려한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한 셈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HBM이 지금처럼 고가 AI 가속기 전용 메모리에 머무르지 않고, 서버 중앙처리장치(CPU)나 네트워크 칩, 클라우드용 주문형 반도체(ASIC) 등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HBM을 둘러싼 시장 자체가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도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SPHBM4 역시 기존 HBM과 동일한 D램 다이를 사용하는 만큼,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프리미엄 HBM 기술 경쟁력을 유지한 채 추가 수요를 기대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패키징 제약이 일부 완화될 경우, 누가 더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물론 SPHBM4가 곧바로 시장의 주류가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표준은 아직 확정 단계에 있고, 실제 채택 여부는 고객과 생태계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HBM 경쟁이 단순한 성능 수치 싸움을 넘어 패키징 현실과 시장 확장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SPHBM4는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준 제안으로 읽힙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경쟁의 초점이 단순한 속도나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공급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며 “SPHBM4는 이런 흐름 속에서 메모리 업체들이 기술력뿐 아니라 생산 역량으로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균형점을 제시한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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