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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국책銀서 4500억 대출···韓 은행 돈으로 몸집 불렸다

서울경제 공준호 기자,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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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증서도 877억 지급보증
국내 대출 40% 국책금융서 받아
계열사 대출·모회사 지급 보증
영업망 확대·마케팅 등에 사용
당국, 쿠팡페이 점검 기간 늘려
결제 정보 암호화 여부 등 체크
금감원 출신 사외이사 ‘뒷말’도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해 정부와 정면충돌한 쿠팡이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에서 45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국내에서 정보 보호 책임은 다하지 않은 채 혜택만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쿠팡은 24일 현재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시설 대출 잔액 45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 여신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국책은행 대출은 시중은행에 비해 회수 가능성이 낮고 안정적이다. 쿠팡 측에 따르면 산은 등에서 쓰고 있는 대출금리는 최소 연 3.7% 수준이다.

쿠팡은 산은 외에 △신한 4486억 원 △HSBC 1620억 원 △서울보증보험 877억 원 △우리은행 709억 원 △SC제일은행 650억 원 △NH농협은행 562억 원의 대출과 지급보증이 있다. 이 중 서울보증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의 83%를 보유하고 있다. 외은 지점인 HSBC를 제외하면 국내 총여신의 약 40.1%를 국책 금융기관에서 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와 부딪히면서 시장과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쿠팡이 국내에서 공적 영역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이날 유출 사실을 알린 지 29일 만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사과문을 내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과 국민들께 매우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했다.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의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의장은 30~31일 열리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 연석 청문회의에는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쿠팡이 금융권에서 조달한 여신은 1조 3406억 원가량이다. 기관별로 보면 한국산업은행이 4500억 원으로 가장 많다. 4500억 원은 모두 대출로 일반자금(시설) 목적으로 나갔다. 쿠팡은 신한은행에서도 시설 대출로 2145억 원을 빌렸다. 지급보증으로 2341억 원을 받고 있어 총여신은 4486억 원에 이른다. 외국계 은행 지점인 HSBC에서는 1620억 원 수준의 보증을 받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서울보증보험에서도 877억 원 규모의 보증을 쓰고 있다. 산은과 서울보증을 더하면 전체 여신에서 공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돈다. 국내 은행인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도 지급보증 명목으로 각각 709억 원과 562억 원의 여신을 이용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SC제일은행에서도 650억 원의 보증을 쓰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외국계이지만 국내에서 예금을 받아 영업한다. 현대캐피탈에서도 금융 리스 명목으로 4700만 원의 잔액이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은 국책은행과 국내에서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대출해주는 시중은행들로부터 적지 않은 규모의 여신을 제공받고 있다”며 “쿠팡이 2023년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국내 은행권의 자금 지원이 회사 영업과 유지에 힘이 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쿠팡의 미국 모회사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쿠팡의 매출은 12조 8455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2245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3분기 영업이익률이 1.7%에 그쳐 수익 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금융권의 자금 지원은 단비가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쿠팡은 국내에서의 매출과 은행에서 받은 여신을 바탕으로 계열사 자금 지원과 지급보증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이달 들어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을 영위하는 쿠팡프라퍼티와 연 이율 4.6%, 1500억 원 한도의 자금 대여 계약을 연장했다. 쿠팡은 모회사인 쿠팡Inc가 JP모건체이스 등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갚겠다는 채무보증 약정도 맺었다. 보증 금액은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로 지난해 말 쿠팡의 자기자본 3조 5735억 원의 60%를 넘어서는 규모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돈에 꼬리표가 달려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국내 은행권에서 받은 여신 금액이 전부 계열사 지원으로 쓰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결국 한국에서의 매출과 영업이익, 자금 조달액이 계열사 영업 확장과 대출 보증에 일부 쓰였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도 쿠팡과 계열사의 상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당국은 쿠팡 측이 쿠팡페이를 자회사로 분사하기 이전에 저장해둔 결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거나 쿠팡페이의 결제 정보가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본사 서버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점검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장 점검이 26일까지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1주일 연장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쿠팡 계열사인 쿠팡파이낸셜에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로 있는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이석근 쿠팡파이낸셜 사외이사는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으로 2022년 사외이사로 첫 임명됐고 올 3월 재선임됐다.



공준호 기자 zero@sedaily.com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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