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원전, 국가 에너지자원 확보의 중심…안전성 확보 최우선"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부산 기장 소재 고리 2호기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재가동) 승인안이 지난 달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의결됐다. 9월, 10월 두 차례 회의에서의 격론을 거쳐서도 결론이 나지 않다가 3번째 회의에서야 승인이 난 것이다. 원전의 재가동 승인은 2015년 월성 1호기 이후 10년만이다.
최원호 원안위 위원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고리 2호기는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전 중 최고령(1983년부터 40년 운전)이지만 이번 승인된 사고관리계획서, 계속운전 운영변경안에 따라 설비를 교체·확충해 신규 원전과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며 "원전은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정책과 국가 에너지 자원 확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12월 이후 1년간 원안위의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북한 평산 우라늄 배출 의혹으로 국민 불안이 커졌을 때 적극적인 현장 조사 및 발표로 해소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도입한 사고관리계획서를 고리 2호기 재가동 심의 과정에서 승인하는 경험을 쌓았고, 고리 2호기 재가동 승인은 보다 깐깐해진 안전 기준을 적용했다. 영구 폐쇄가 결정된 고리 1호기 해체안도 승인하면서 원전 해체 시장에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최 위원장은 "국민 관심이 컸던 사안들이 잇따르며 규제기관의 책임과 무게, 대국민 신뢰의 중요성을 깊이 실감했다"면서 "안전성 확보를 항상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심의하면서, 이를 투명하고 진정성 있게 충실히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2호기 계속운전 심사 경험을 토대로 고리 3, 4호기를 비롯한 9기의 계속운전 심사에서도 안전성을 철저하게 확인하겠다"며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을 빈틈없이 확인하고 방사선으로부터 국민을 철저히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원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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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호기 재가동엔 1800억원, 신규원전 건설엔 10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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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호기 재가동 승인은 왜 지연됐습니까.
▶원안위원들이 고리 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 등을 심의하면서 요구한 수준이 신규 원전과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속운전 기간동안 안전 여유도가 확보돼 있는지, 설비보완 계획은 적정한지, 환경에 대한 영향평가는 적절한지 등에 대해 원안위원들이 면밀히 확인하면서 11월까지 회의가 이어진 겁니다. 따라서 원안위원들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건 심의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쟁점에 대해 과학적 근거로 안전성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전 재가동이 추세인가요.
▶AI(인공지능) 시대에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해외 주요국 대부분 계속운전을 추진합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94기의 원전을 운영하는데 이 중 91%에 해당하는 86기가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겁니다. 최장 80년간 운영중인 원전도 있습니다.
고리 2호기가 현재 가동되는 국내 원전 중에서는 최고령이지만 신규 원전과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으니 '회춘'한 셈이죠. 이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믹스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원전 설비 재가동과 신규 건설의 비용 차이가 큰가요.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부지를 선정하고 기반을 다지는 공사 등에 장시간이 소요될뿐더러 전체 비용이 10조원을 훌쩍 웃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고리 2호기 계속운전에 필요한 설비개선 비용은 1800억원 정도이고 이미 교체한 원자로 헤드 비용까지 더하더라도 2800억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할 때, 경제적인 면에서 보자면 (설비를) 계속 살려서 운용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원안위의 판단기준은 오로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 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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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전해체 첫 승인, 해외시장 진출 계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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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고리 1호기 해체 결정도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원전 해체는 크게 지연해체와 즉시해체로 나뉩니다. 프랑스 등 기존 원전 운영국들은 40년 가까이 소요되는 지연해체 방식을 씁니다. 수십 년에 걸쳐 방사능이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나중에 본격 철거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한국수력원자력이 택한 즉시해체 방식은 12년 정도 소요됩니다. 가장 위험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제염(오염제거) 처리할지 등이 핵심입니다.
원전 운영 경험이 있는 다수 국가들이 수명이 다한 원전을 해체하지 못한 채 그냥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도 미국 등 원전을 오래 운영한 나라들에 국한됩니다. 한국이 원전 해체 경험을 축적하면 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그간 연구개발을 통해 획득한 국산 해체기술을 실증하고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안위는 고리 1호기의 모든 해체 과정이 승인된 계획서대로 안전하게 이뤄지는지 철저히 감독할 겁니다. 방사선 오염 제거나 해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지, 그 과정에서 작업자나 주민이 피폭될 우려가 없는지, 현재 내부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나 방사성 폐기물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반출되는지 집중확인할 예정입니다. 이미 원안위 지역사무소를 통해 현장을 매일 확인하고 있고 이외에도 원자력안전기술원이 6개월마다 전반적 해체 상황에 대해 심층 점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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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형 SMR, 핵잠수함 등에서도 안전심사 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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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원자력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게 됐는데 원안위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요.
▶원안위와 같은 주요국의 규제 기관은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시설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고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시설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제기관이 담당합니다. 우리 정부가 향후 군사 분야 원자력 사용과 관련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원안위는 미국 NRC(원자력규제위원회) 등 규제기관과 협력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규제기준과 정합성을 갖춘 안전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논의에 적극 협조할 계획입니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규제설계에 대한 방점은 어디에 두셨습니까.
▶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 설계 특성이 다릅니다. 새로운 특성을 규제체계에 어떻게 반영해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할지가 핵심 과제입니다. SMR 상용화를 위해 규제가 유연해져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이는 '안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술적 특성을 반영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로 개발 중인 I-SMR은 기존 가압경수로 기준을 대부분 적용하되 현재 적용이 어려운 일부 사항은 면제 또는 다른 방식으로 (안전성) 입증을 허용하고 올해 중 I-SMR 전용 심사지침을 마련해 심사할 예정입니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대담=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yunew@mt.co.kr 정리=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사진=김창현 기자 ch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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