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리셋 코리아 한일관계 분과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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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의석 줄어 정권 기반 취약
정계 개편되면 한·일 협력도 불안
각료 회담 등 다층적 소통도 필요
이재명 정부는 대일외교의 목표를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도모’로 설정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등 대일외교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 국내 정치와 연동된 ‘친일-반일’의 프레임을 극복하고, 국민적 지지에 뒷받침되는 초당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일외교의 추진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런데 일본 정치의 보수화와 다당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는 우리 대일외교에 불안 요인이다. 내각의 정권 기반이 취약할 경우 민감한 과거사 문제가 포함된 한·일 협력에 대한 일본 측의 동기부여가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실용주의 대일외교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관여와 소통을 통해 일본 측의 호응을 유도하여 과거사나 독도 문제 같은 갈등요인을 관리하고, 상생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정계 및 민간을 아우르는 다층적인 소통 채널을 강화해 한·일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먼저 정상회담 및 셔틀 외교를 활성화해 최고지도자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외교·재무·경제·국방 등 각료회담과 실무 협의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내각관방,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외무성 및 방위성 등의 고위 당국자와 원활한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외교·국방(2+2) 각료급 협의체를 신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후원자로 알려진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와 자민당 지도부는 물론 야당 정치인과의 정기적 교류 및 방한 초청을 확대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이후 양국 정계의 세대교체와 정치환경의 변화로 지한파와 지일파 인맥이 줄어들었다. 2010년대에는 한·일 간에 갈등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의원외교의 대표적인 플랫폼인 ‘한일 및 일한의원연맹’의 정치력과 영향력이 쇠퇴했다. 이는 정부 간 외교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갈등 상황에서 중재 및 완충 기능을 제공하는 비공식 채널의 역할 부재로 이어졌다. 따라서 자민당·유신회의 연립여당은 물론 입헌민주당·국민민주당·참정당 등 야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일한의원연맹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의원연맹 비소속 의원들 간에도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임위원회를 활용한 분야별 정책 교류, 젊은 의원 중심의 차세대 교류 활성화, 지역구의 유사성에 기반한 지역 차원의 교류 확대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지역 활성화 정책이나 관광상품 개발 사례 등 실질적인 경험을 의원 간에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도 방안이다. 여당 간·야당 간 또는 정책 성향이 유사한 정당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면 당 차원의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한일포럼 등 민간 차원의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1.5 트랙 전략대화와 시민사회 간 협의기구를 신설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 의제에는 한·일 경제공동체 논의,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스타트업 지원, 경제안보 및 공급망 문제, 재생·수소 에너지 협력, 양국 기업의 제3국 공동진출은 물론이고 양국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 및 민간 주도로 운영 중인 차세대·청소년 교류 사업과 사회문화 교류의 확대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저출산 고령화, 외국인 노동자, 수도권 집중 및 지방 발전, 농업, 재해 방지, 인프라 노후화 등 양국 공통의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연구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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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리셋 코리아 한일관계 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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