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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무렵 몸무게 34kg"…20살 남성에게 이어진 학교폭력 [그해 오늘]

이데일리 채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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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
20살 대학생 2명, 동창생 두 달간 고문
피해자 건강 악화…폐렴, 영양실조 사망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1년 12월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 동창생을 감금하고 석 달 동안 가혹행위로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20대 남성들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의 피의자 20대 남성이 지난 2021년 6월 22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의 피의자 20대 남성이 지난 2021년 6월 22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사건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가해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속적인 착취와 학대를 당하다 사망에 이른 사례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피해자 A씨와 가해자 김모씨, 안모씨는 모두 대구 출신 동갑내기로 이들이 서로를 알게 된 경위는 중학교 진학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와 안씨는 중학교 시절 학원에서 친구가 됐고 피해자는 김씨와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체격이 왜소하고 인지능력에 일부 어려움이 있었던 A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교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김씨는 이런 점을 악용하여 금품을 갈취하고 A씨를 통제 대상으로 삼았다. 고교 시절 형성된 가해·피해 관계는 성인이 된 이후까지 이어졌다.

김씨를 친구로 여겼던 A씨는 2020년 여름 아버지가 주신 카드 한 장을 들고 김씨를 따라 서울로 올라와 이곳에서 안씨와도 알게 됐다.

그러나 A씨는 서울로 올라온 뒤 김씨와 안씨의 통제 아래 생활하며 허위 채무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차례에 걸쳐 돈을 갈취당했으며 폭행당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A씨의 부모가 이상을 감지한 것은 2020년 하반기였다. A씨가 서울로 올라간 이후 연락이 잦아들었고 카드 사용 내역과 생활 흔적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 것이다.

이후 A씨가 얼굴과 몸 곳곳에 폭행 흔적을 보인 채 편의점에서 콜라를 무단취식하다 들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부모는 아들이 심각한 폭력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A씨의 부모는 2020년 11월 7일 김씨와 안씨를 상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당시 A씨는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고 병원 진단서도 제출됐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고소당했다는 사실에 앙심을 품고 보복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안씨는 2021년 3월 31일 A씨의 대구 집 인근에서 기다리다 A씨를 서울로 데려갔다. 이어 다음 날인 4월 1일 A씨가 제기한 상해 사건에서 추가 진술을 하지 못하게 하고 고소를 취소시키기 위해 A씨를 감금하기로 공모했다.

이후 A씨는 서울 마포구 일대 오피스텔에 감금돼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채 생활했다. 가해자들은 A씨에게 고소 취하 문자를 경찰에 보내도록 강요했고 일용직 노동과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시켜 금품을 갈취했다.


A씨의 부모가 연락을 시도했지만 A씨는 가해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가해자들은 A씨에게 제공하는 음식물의 양을 의도적으로 통제했다. 2021년 4월 1일경부터 5월 하순까지는 하루 1~2회 소량의 음식물만 제공했고 6월 초순부터는 하루 1회 정도의 극히 적은 음식물만 제공하는 등 감금 기간 내내 제대로 된 식사를 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A씨의 몸은 눈에 띄게 쇠약해졌고 전신이 급격히 말라갔다. 결국 2021년 6월 13일 A씨는 마포구 연남동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당시 A씨의 체중은 34kg에 불과했으며 부검 결과 사인은 폐렴과 영양실조로 확인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보복 감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와 안씨는 재판에서 서로 상대방이 주도했고 본인은 어쩔 수 없이 가담한 것이라며 주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1심·2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 징역 30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이 길어지면서 방에서 실수로 소변을 보는 등 대소변을 제대로 못 가릴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안 좋아졌고 김씨와 안씨가 피해자를 화장실에 감금한 이후에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며 “피해자가 사망할 무렵엔 몸무게가 34㎏에 불과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했고 실제로 밥을 먹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망 당일 새벽 3시께 피해자의 호흡이 거칠어지는 등 건강 상태가 위독함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김씨와 안씨는 피해자를 즉각 병원으로 옮기거나 신체를 결박한 케이블타이를 풀어주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김씨와 안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살인의 고의가 없고 형량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도 원심 판단이 유지되며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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