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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94] 친구가 해야 할 일

조선일보 강헌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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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nne & Friends, ‘That’s What Friends Are For’ (1985)
Dionne & Friends, 'That’s What Friends Are For' (1985)

Dionne & Friends, 'That’s What Friends Are For' (1985)


1985년 가을 디온 워윅은 로드 스튜어트가 불렀던 영화 주제가를 새롭게 녹음하던 중 대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방문을 받았다. 에이즈 퇴치에 열심이던 그녀와의 만남을 계기로 워윅은 이 노래를 자선 싱글로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스티비 원더와 글래디스 나이트, 그리고 엘턴 존까지 끌어들인다. 당시 에이즈는 미국 사회의 금기였다. 1981년 첫 환자 발견 이후 매년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레이건 행정부는 침묵했다. 많은 이가 에이즈 환자 돕기를 꺼렸다. 낙인이 두려워서다.

하지만 이 네 수퍼스타는 달랐다. 디온 워윅은 친구를 에이즈로 잃은 고통을 잊을 수 없었다. ‘Dionne&Friends’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이 곡은 1986년 1월 빌보드 핫100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4주 연속 1위를 지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노래가 미국 에이즈 연구재단을 위해 기금 300만달러 이상을 모았다는 사실이다.

“웃음을 잃지 말고 빛을 잃지 마요/ 언제나 내가 곁에 있다는 걸 알아요/ 그게 친구가 해야 할 일이죠/ 좋은 날에도 나쁜 날에도(Keep smiling, keep shining/ Knowing you can always count on me for sure/ That’s what friends are for/ For good times and bad times).” 친구란 좋은 날이든 나쁜 날이든 곁을 지키는 존재라는 메시지였다. 에이즈라는 단어가 저주처럼 들리던 시대, 이 노래는 환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해주었다.

이제 2025년, 미국 기부 문화가 무너진다는 소식이 들린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양극화, 고물가로 인한 생활고, 탈종교화 현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진정한 기부란 세금 공제를 위한 계산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의 ‘나쁜 날’에 곁을 지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2025년 미국은 40년 전 네 가수가 보여준 마음을 잃어가는 듯하다. ‘친구가 해야 할 일’ 말이다.

[강헌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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