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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서해 피격 사건 관련 절차 밟았고, 사전 교감·은폐 정황 안 보여”…검찰의 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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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안보라인 ‘무죄’ 왜
선고공판 출석하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무죄 선고받은 박지원 의원. 무죄 선고받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선고공판 출석하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무죄 선고받은 박지원 의원. 무죄 선고받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서해에서 한국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에 숨진 사건을 은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3년여 만에 전원 무죄를 선고받자 야당과 유족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28일 판결의 주요 취지를 살펴보면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배척했다. 법원은 “절차적 측면에서 이들이 위법하게 지시했거나 법을 위반했는지, 내용적 측면에서 사건 은폐와 허위 보도자료 작성 등이 이뤄졌는지를 하나하나 살폈으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못 박음으로써 검찰에 ‘완패’를 안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사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가운데), 서욱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문 전 대통령 국민에 보고 지시”
재판부, 검찰 주장 조목조목 배척
사망 원인 조작 의혹도 불인정
“월북 여부 판결 아니다” 강조도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이대준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에 의해 숨지고 시신이 소각되는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인 2022년 6월 감사원 요청으로 수사에 나선 검찰은 서 전 실장 등이 이씨에 대한 첩보를 확인하고도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해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고,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배포했다며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이 이씨의 월북 여부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을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먼저 법원은 이씨 실종 보고부터 실종 사건 수사 진행 및 결과 발표에서 절차 위반이나 지휘체계 위반 등의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건 관련 논의, 지시, 보고, 분석, 조치 및 결과 보고, 수사 등은 모두 정식 체계와 절차를 밟아 진행됐고, 거의 대부분 문서를 통해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또 “‘월북’ 여부 판단이나 관련 조치, 보고 등은 다수가 참여하는 회의를 거쳐 논의와 검토 끝에 이뤄졌다”며 “그 과정에서 어떤 방향을 정해놓거나 특정한 결론이 나오도록 사전에 교감하거나 참석자들에게 언급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방부와 국정원에서 다수의 보고서 등이 삭제됐고 이는 은폐 시도라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첩보의 민감성 때문에 배포선이 제한됐어야 하는데 그런 조치 없이 합참과 국정원에 전파됐다가 이를 뒤늦게 알고 급하게 삭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며 “이 업무와 상관없는 직원들에게 전산망을 통해 민감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씨 피격·소각 사실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법원은 “문 대통령은 내용을 보고받은 후 사실을 확인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릴 것을 명확하게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피고인들의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고 했다.


대통령 지시 이전에 열린 제1차 안보관계장관회의에 피격 사실을 모르고 있던 통일부 장관도 소집되고, 국가안보실이 해수부와 해경청에 따로 알려주기까지 한 사실을 종합하면 은폐 시도는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도 지적했다.

이씨 사망 원인을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섣부르거나 치밀하고 꼼꼼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할 수는 있어도 미리 특정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회의한 정황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국이 월북 판단 근거로 제시한 내용이 허위였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이씨가 탔던 배에 구명조끼가 그대로 남아있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이 발견된 점 등을 문제 삼았으나, 재판부는 첩보와 수사 결과로 드러난 사실이고 ‘허위로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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