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차별 인식, 40대 이상까지 확산.” 지난 17일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개최한 ‘2025 세대·젠더 국민통합 컨퍼런스’ 보도자료 제목이다. 300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전 세대와 성별로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단 결과와, 페미니즘으로 인해 극우세력이 확대되었다는 스페인 사례가 소개되었다. 굳이 칼럼을 통해 이 소식을 다루는 것 자체가 백래시(민주주의에 대한 반격)의 확산에 일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들지만, 지난 25일 경향신문에 보도된 터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청년들이 남녀로 나뉘어 불화하는 현상이 한국 사회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당위론적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 대해 고민 좀 한다는 지식인이나 정치인들 중 ‘젠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이런저런 방안을 내놓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문제는 그런 방안들이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히려 그런 방안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현상을 왜곡해 백래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남성 차별 인식 확산’ 보도자료 내
페미니즘을 ‘갈등 유발 이념’ 간주
스페인 극우화 언급도 오해 불러
국민통합위 연구 발표에 신중해야
현장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발표자료를 읽으며 드는 의문을 제시한다. 제1발제에서는 ‘남성 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20대부터 40대까지 남녀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여성을 포함한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20대 여성을 제외하고 연령·성별에 관계없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이 남녀로 나뉘어 불화하는 현상이 한국 사회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당위론적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 대해 고민 좀 한다는 지식인이나 정치인들 중 ‘젠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이런저런 방안을 내놓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문제는 그런 방안들이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히려 그런 방안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현상을 왜곡해 백래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남성 차별 인식 확산’ 보도자료 내
페미니즘을 ‘갈등 유발 이념’ 간주
스페인 극우화 언급도 오해 불러
국민통합위 연구 발표에 신중해야
현장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발표자료를 읽으며 드는 의문을 제시한다. 제1발제에서는 ‘남성 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20대부터 40대까지 남녀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여성을 포함한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20대 여성을 제외하고 연령·성별에 관계없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의 질문은 이런 것이다. 왜 남성 차별에 대해 묻는가? 남성 차별을 문제로 제기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보통 학술 토론회라면 이론적 맥락이 제시되고, 언론 보도를 목적으로 한 조사라면 여론의 추이와 연결된 설명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 발표는 국민통합위원회라는 정부기구에서 이루어졌다.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나 정책적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한국 사회과학계에서 ‘남성 차별’이란 주제를 이처럼 크게 부각한 사례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발표문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해 물었다. 잘 알려진 대로,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논쟁적인 단어가 되었다.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고, ‘○○○ 페미니즘’처럼 수식어에 따라 수많은 버전이 있을 수 있다. 당신들이 묻고, 응답자가 답하는 그런 ‘페미니즘’은 도대체 무엇인가? 페미니즘을 발화(發火)의 불쏘시개로 쓰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조사에는 오히려 동덕여대 공학 전환 문제와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반대 사건에 대한 질문이 포함됐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식이다. 청년여성들이 겪고 있는 혼란한 상황을 페미니즘과 묶어 부정적인 결론으로 이어가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 페미니즘은 사회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는 위험한 이념이란 해석 말이다. 이런 조사는 대체 누구를 위해 필요한 것일까?
제3발제에 대해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성명에서 상세히 반박하고 있으므로 독자들께서는 그것을 참고하시면 좋겠다. 2018년 스페인에서 대규모 페미니스트 운동이 있었고 그 반응으로 극우정당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지적은 페미니즘이 극우화의 원인이라는 오해를 불러온다. 스페인은 여성운동뿐 아니라 노동운동과 돌봄운동 역시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 중 하나이며, 극우정당의 득세는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백래시가 나타나고 있으니 민주주의 운동의 속도를 줄여야 하나? 만약 그렇다면, 2024년 12월3일 밤 국회에서 시민과 정치인들은 온 힘을 다해 계엄을 막아서는 안 되었다. 광장을 지킨 빛의 연대, 응원봉도 너무 밝게 켜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극우세력의 결집이 그 반작용이니.
신광영 교수는 소셜코리아에 최근 게재한 글에서 한국의 극우세력은 외국인 혐오, 강한 여성 차별 의식, 부정선거 음모론이라는 특징을 갖는다고 보았다. 남성 차별이 아니라 여성 배제, 남성 피해자 담론이 문제임을 지적한 것이다.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통합’이었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 민주화를 부르짖던 청년들이 군대와 감옥으로 끌려간 교정에는 ‘사회통합’이란 현수막이 늘 걸려 있었다. 국민통합위원회는 누구를 어떻게 통합하겠다는 것인가? 국민의 혈세로 세워진 연단에서 너무 쉽게 통합을 외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통합 대신 존중부터 실천하는 것이 여성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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