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찾은 신도림의 휴대전화 판매점 집단상가. 채반석 기자 |
정부가 보이스피싱 해결을 위해 휴대전화 개통 때 안면인증을 시범 도입했지만, 민감한 생체정보를 사용하는 데서 오는 거부감과 낮은 성공률로 현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판매자들은 “문제는 비대면 개통인데 애꿎은 오프라인 판매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호소했다.
28일 신도림의 휴대전화 판매점 집단상가에서는 주말을 맞아 방문한 손님들이 곳곳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있었다. 패스(PASS)앱을 이용한 안면인증이 도입된 지 일주일가량 지났지만, 해당 절차를 실제로 진행하는 판매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고객 불편을 우려한 판매자들이 해당 절차를 시도하지 않아서다. 앞서 정부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범죄의 수요 주단인 대포폰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 23일부터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을 시행하도록 했다. 신분증만 있으면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개통할 수 있는 알뜰폰이 주로 대포폰으로 악용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올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다만, 3개월의 시범 운영 기간에는 안면인증에 실패해도 건너뛰고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다.
안면인증을 시도하는 모습. 채반석 기자 |
정부는 ‘안면인증 데이터는 본인 확인 즉시 삭제된다’고 강조했지만, 시민들 우려는 컸다. 에스케이텔레콤(SKT)부터 최근 쿠팡까지 올해 내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시달렸던 터라, 민감한 생체정보인 얼굴 정보가 유출되지 않을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매장을 방문한 ㄱ씨는 “인공지능 딥 페이크 같은 기술력이 높아졌는데 어딘가 안면인증 정보가 저장됐다가 활용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판매업무 10년 차인 이승수(34)씨는 “최근 유출 사고가 이슈가 되고 개인정보를 예민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아졌다. 열의 아홉은 꺼릴 것 같다”고 말했다.
안면인증의 높지 않은 성공률도 걸림돌이다. 신현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상우회장은 “인증이 도입된 후 손님이 오기 전 직접 해봤다가 여러 차례 실패해서 화내는 판매자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휴대전화 개통 하나 처리하는 데 원래 3분 걸릴 일이 (안면인증 때문에) 15~20분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안면인증 실패 알림. 채반석 기자 |
판매자들은 안면인증 도입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현장에서 개통을 처리하는 입장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신 회장은 “오프라인에서 개통해 대포폰 만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정부의 취지엔 동감하나 대다수 고객에게 불편함을 야기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핸드폰개통 시 안면인식 의무화 정책 반대에 관한 청원’의 동의자는 28일 기준 5만2천명을 돌파했다.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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