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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내도 '면책'…외교관 특권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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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직원들이 범죄 혐의에 연루되고도 경찰 수사를 받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 협약에 따라 외교관 등 공관 구성원에게 주재국의 형사 관할권을 면제하는 '면책특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범죄 혐의가 명백한 사안에까지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몽골대사관 운전기사(행정직원)가 음주운전으로 강남대로에서 3중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해당 직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경찰은 해당 직원을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해 입건할 예정이었지만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몽골 국적으로 현장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면책특권으로 귀가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에 주재하는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등이 범죄 혐의를 받고도 면책특권을 활용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면책특권은 국제 협약상 외교관 등에게 부여된 법적 지위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외교관은 자신이 주재·근무하는 국가에서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고, 체포나 구금도 되지 않는다. 외교관과 동일한 가구에 속한 가족 구성원, 주재 국가의 국민이 아니거나 영주하지 않는 대사관의 행정·기술직원 등에게도 같은 조항이 적용된다.

면책특권 취지는 외교관이 주재국의 사법적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외교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데 있다. 개인의 일탈이나 형사 범죄까지 포괄적으로 보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 폭행, 성범죄 등 외교 활동과 무관한 행위에까지 면책특권을 적용하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 주한 대사관 공관과 직원이 형사사건에 연루되고 당사자가 면책특권 대상일 때 외교부가 해당 대사관에 면책특권 포기 여부를 공식적으로 묻게 돼 있다. 만약 당사자가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경찰은 주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다.

지난 8월엔 주한 튀르키예대사관 외교관 A씨도 서울역 인근에서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달아났다. 이후 A씨는 자신을 추격하는 택시기사를 폭행했고,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도 두 차례나 거부했다. 당시 A씨는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경찰의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외교부는 튀르키예 측에 "수사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사건 발생 이후 약 10일 만에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6월엔 주한 온두라스대사관 외교관 B씨가 한국인 남성을 강제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온두라스 측은 B씨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고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나, B씨는 7월 중순에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출국했다. B씨는 본국에 소환돼 파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해당 주한 대사관에 외교적 항의를 하거나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해당 인물이 출국해 버리면 실질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는 외교당국이 문제를 일으킨 외교관에게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기피인물 지정은 외교관계에서 큰 갈등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적용돼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외교관이나 직원들이 범죄를 일으키면 해당 국가의 명예와 위신은 물론이고 주재국과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으므로 주한 대사관이 현지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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