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①'북한 뒷배' 중국·러시아 설득 ②韓외교·통일당국 美와 공조 ③북한과의 신뢰회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백악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 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북미 대화, 또는 남북 대화의 계기 마련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최소 3가지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북한이 우리 정부와 미국에 대해서도 적대적,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중국·러시아 설득이 중요할 전망이다.그러면서도 한미 간 긴밀한 공조는 꾸준히 뒷받침돼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과의 신뢰 회복과 대화 채널 복구 등 과제도 풀어나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4일 브리핑을 통해 최근 방미 내용을 공유하며 "북한과 대화가 단절된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미, 남북 간 대화의 진전 방안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내년 상반기에 외교 계기를 염두에 두고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한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관련해 유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만났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브리핑 이후 우리 정부가 남북 또는 북미 등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방법론에 관심이 쏠렸으며 위 실장이 구테흐스 총장에 방북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상세 논의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위 실장이 지난 18일 구테흐스 총장 면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UN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뉴욕에 유엔대표부를 운영하며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위 실장이 브리핑에서 '내년 상반기'를 거론한 것은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있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선거를 앞두고 김 위원장과 만남이 성사된다면 자국 내 여론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방중하는 것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중대 계기가 될 수 있다.
북미 혹은 남북 대화 성사를 위해서는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러시아 설득이 중요하다는 조언은 꾸준히 제기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약 1만5000명이 넘는 북한군을 파병하며 러시아와 혈맹을 맺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현재 우리 정부는 러시아보단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005년 북한이 비핵화 등을 약속하는 9·19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해왔다. 정 장관은 지난 18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연에서도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중개자, 촉진자가 필요하다. 이게 한국과 중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2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제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취지로 수용할 수 있다"며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북한으로선 판문점에서 대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제3국인 중국에서 미북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미 공조 체제 유지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데 필수 조건이다.
박 교수는 "북한이 내년 노동당 9차 당대회에서 '적대적 두 국가'를 재확인하고 심지어 그들의 헌법에 이를 못박을 수 있다"며 "한국과는 당분간 유의미한 관계를 갖기 어렵겠지만 미국과는 대화의 문을 열어뒀기 때문에 대북정책 관련 한미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남북 군사회담 등을 공식적으로 제안했지만 북한은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내년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고 외교역량을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안하고 있고,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열린 입장이라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만약 미국이 허황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회동한 모습. /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정부와 북한 사이의 신뢰회복 조치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다만 남북대화 조성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조치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북미대화가 되더라도 당장 남북대화에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대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긴장완화나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에 호응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간 긴밀한 공조와 연합대비태세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상황 관리를 하면서 북한 비핵화라는 확고한 원칙 위에서 북미대화 촉진을 위한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미연합연습의 축소·중단 등 안보에 위해한 조치는 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교부와 통일부 간 대북정책 기싸움도 미국 등에 좋지 않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교수는 "우리 정부가 단일화된 대북정책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페이스메이커가 2~3명 뛰는 형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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