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미국 제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부인인 애나 엘리너 루스벨트는 "위대한 정신은 '아이디어'(사상, 철학)를, 평범한 정신은 '사건'을, 그리고 좁은 정신은 '사람'을 논한다"는 말로 뒷담화를 일삼는 세태를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가장 많이 하는 행동 중 하나가 바로 뒷담화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남의 험담에 쓸까? 아니 더 정확하게는 어떤 사람이 어떤 뒷담화를 무슨 이유로 하는 것일까?
이를 명쾌하게 풀어낸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그것도 심리학자와 동물학자의 흥미로운 공동 연구로 말이다. UC 샌디에이고의 심리학자 마이클 얼 매컬러프(Michael Earl McCullough) 교수와 플로리다국제대학교(FIU)의 동물학자 크리스티나 고메스(Cristina Gomes)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연구진은 심리학 연구에서 자주 사용되는 독재자 게임을 실험 참가자들에게 시켜 보면서 이후 자신이 관찰한 착한(관대한) 사람과 못된(탐욕스러운) 사람을 이후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는가를 관찰했다. 즉 타인에 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지켜본 것이다. 이 복잡한 연구의 결론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착한 사람이 좋은 소문도 더 잘 낸다는 것이다. 이는 실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팀 과제에서 남을 잘 도와줬던 사람(관대한 사람)은 동료의 좋은 행동 역시 주변에 더 적극적으로 알린다. 반면, 자기 이익만 챙겼던 탐욕스러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칭찬하는 데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는 더욱 흥미로운 결과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에서 착한 사람은 진실을 말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나에게 유리한 상황일 때, 평소 배려심 깊은 사람은 "저 친구 정말 일 잘해"라며 정직한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평소 이기적이었던 사람은 본인에게 이득이 된다면 "저 친구는 별로야"라며 거짓 소문을 퍼뜨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이익이 되는 상황이라는 전제다. 그래서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많이 경험하게 되는 사회와 상황에서는 위와 같은 현상과 차이점을 기대할 수 없다.
세 번째 결과 역시 주목할 만하다. 착한 사람은 모함을 덜 한다. 평소 관대했던 사람은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근거 없는 비방이나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행동을 훨씬 적게 한다는 것이다.
넷째, 가장 놀랍게도 약 30%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도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정보를 공유했다. 즉 사람은 꼭 계산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3분의 1 정도의 사람은 상황이나 조건과 무관하게 언제나 정직하며 선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밝고도 믿을 만한 면이다.
이를 종합하면 무슨 이야기가 되겠는가? 뒷담화와 나쁜 소문을 내는 인간의 심리는 의외로 매우 복잡 미묘하게 나타나지만 근본 원리는 분명하다. 사람들은 평소 자신의 성향(관대함 혹은 탐욕)에 따라 소문을 내는 방식이 달라지며, 특히 착하게 살았던 사람일수록 타인에 대한 정보를 더 정직하고 긍정적으로 공유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부정적 뒷담화의 일부에는 내 삶의 방식과 욕구가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결국 뒷담화는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셈이 된다. 우리가 나이 들어가면서 이 점을 상대방으로부터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한국의 모든 이들이 이 점을 주의해 보면서 살아갔으면 한다. 필자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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