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석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그 이유는 우리가 도입한 AI가 너무나 똑똑하고 합리적이지만 본질적으로 '확률'의 기계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패턴을 찾아낸다. 이는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점진적 혁신'에 있어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AI는 정규분포 곡선의 가장 높은 곳, 즉 '평균의 정점'으로 기업을 안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바꾼 '돌파적 기술'은 결코 평균의 정점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항상 데이터의 분포를 벗어난 통계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상치에서 탄생했다.
그렇다면 이제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AI를 버리고 과거의 주먹구구 식 실험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AI 시대의 연구개발(R&D)은 기존 제품의 효율을 높이고 최적화하는 영역은 인간보다 월등한 AI가 맡되 다른 한 축은 의도적으로 '인간의 딴짓'과 '비효율'이 가능하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
먼저, '노이즈 보존 구역'을 설정해야 한다. AI가 '이 결과는 오차 범위 밖입니다'라고 경고하며 버리려는 데이터들을 인간 연구원이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프로세스를 강제해야 한다. AI가 '쓰레기'로 분류한 데이터 더미 속에 차세대 먹거리가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탐색'과 '활용'의 분리다. AI는 이미 아는 지식을 활용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반면 인간은 모르는 곳을 헤매는 탐험에 특화되어 있다. 기업은 연구원들에게 'AI가 하기 어려운 엉뚱한 가설을 세우라'고 주문해야 한다. 핵심 성과지표 역시 성공률이 아니라 AI의 예측을 얼마나 벗어난 시도를 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셋째, 리더십의 변화다. 과거의 R&D 리더는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관리자였지만 이제는 '확률에 저항하는 자'여야 한다. 성공 확률이 낮은 위험한 길에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문제 맥락에 따른 과감한 사고 전환과 때론 거친 직관력이 필요하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생존에 가장 유리한 개체는 가장 완벽한 개체가 아니라,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변종을 품고 있는 집단이다. AI는 우리에게 완벽함을 선물하지만, 변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 기업의 R&D센터가 너무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위기 신호다. 지금 당장 그 매끄러운 상황에 '비효율적인 딴짓'의 모래알을 던져야 한다. 혁신은 언제나 효율성이 멈추는 곳에 있었으며, 그 삐걱거리는 소음 속에 100조원짜리 기회가 숨어 있을 수 있다.
[김의석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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